[스페셜2]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다리며 봐두면 좋을 동계스포츠 영화들
2018-01-03
글 : 이주현
영화가 된 설원의 기적
<아이, 토냐>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느라 이번 겨울이 유난히 추운가보다. 얼어 있는 한강을 보니 옛날 옛적 동네 개천에서 앉은뱅이 썰매를 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눈이 푹푹 쌓이는 날이면 포대를 들고 뒷동산에 올라 날쌔게 산을 타기도 했다. 빙상이면 빙상, 설상이면 설상 편식 없이 두루 동계스포츠를 즐겼음에도 부모님은 딸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겨울을 좋아하는 아이인가보다 하고 나를 키우셨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글을 쓸 팔자가 아니었을지도 모르는데. 각설하고, 이 글을 쓰는 현재 포털 사이트에 평창동계올림픽 일곱 글자를 입력하니 D-43이라고 뜬다.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까지 한달 남짓 남았다. 회사에는 평창 롱패딩을 교복처럼 입고 다니며 매일같이 ‘하나된 열정’(Passion. Connected)을 보여주는 후배가 있고, 옷깃에 대회 마스코트인 반다비 배지를 달고 다니는 유행에 민감한 선배도 있고, 우리나라가 종합순위 4위 안에 들면 이자가 오른다는 적금에 든 나도 있다. 이렇게 기자들을 이상한 열풍에 휩싸이게 한 평창동계올림픽.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자 국내 첫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 영화들을 모아봤다. 평창으로 향하기 전 챙겨보면 좋을 영화들이다.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

빙상 종목

한국은 설상이 아닌 빙상 강국이다. 올해도 자신의 최고 기량을 뽐내기 위해 ‘날’을 갈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한결같이 메달밭이 되어주는 쇼트트랙에선 출전 종목 전관왕을 기대하게 하는 최민정과 심석희가 있고,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과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가 있고, 한국인이 사랑하는 동계 종목 피겨스케이팅에선 김연아 키드들이 활약하고 있다. 피겨스케이팅이 영화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건 1930년대.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3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노르웨이 출신의 전설의 피겨 선수 소냐 헤니가 은퇴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부터다. 1920~30년대에 선수로 활약한 소냐 헤니는 은퇴 이후 할리우드에 진출해 <원 인 어 밀리언>(1936), <씬 아이스>(1937), <해피 랜딩>(1938), <아이슬란드>(1942), <윈터 타임>(1943) 등에 출연하며 피겨스케이팅의 대중화에 공헌했다. 선수 출신 배우로는 린 홀리 존슨도 빼놓을 수 없다. 린 홀리 존슨은 도널드 라이 감독의 <사랑이 머무는 곳에>(1978)에서 피겨 유망주로 성장하던 중 사고로 시력을 잃지만 결국 시련을 딛고 일어나는 주인공 렉시를 연기했다. 이후 <007 유어 아이즈 온리>(1981)에선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본드걸 비비달로 출연하며 다시금 자신의 장기를 살렸다. <사랑이 머무는 곳에>가 보여줬듯,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에 로맨스를 접목하기에 유리한 종목이다. 세편의 시리즈로 제작되기까지 한 <사랑은 은반 위에>(1992)는 피겨스케이팅 페어 선수들이 꿈과 사랑을 일구어나가는 이야기다. 1편에선 한쪽 눈을 실명한 아이스하키 남자선수와 피겨스케이팅 전미 챔피언이 짝을 이뤘고, 2편(2006)에선 남자주인공 캐릭터가 인라인스케이팅 선수로 바뀌었고, 3편(2008)에선 여성 아마추어 하키 선수와 남성 피겨 선수가 페어로 합을 맞췄다.

피겨스케이팅 페어는 본디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루지만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2007)에선 그 상식을 뒤엎는다. 세계 최고의 남성 피겨스케이터 채즈(윌 페럴)와 지미(존 헤저)가 공동 금메달 수상에 열받아 시상식장에서 싸움을 벌이다 남성 솔로 피겨스케이트 출전 자격을 영구 박탈당하면서 남남 듀엣팀을 결성하게 된다. 남남 커플인 만큼 기술을 구사하다보면 민망한 장면이 연출되기 일쑤. 예술점수와 기술점수가 높아질수록, 그들의 의상이 화려해지면 화려해질수록 민망함도 상승한다. 윌 페럴 주연의 코미디영화가 응당 그러하듯 그 일차원적 유머에 취향을 저격당하면 좀처럼 영화에서 헤어나오기가 어렵다. 피겨스케이팅과 화장실 유머의 조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면 <아이스 프린세스>(2005) 같은 무난한 영화도 있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피겨스케이팅을 분석하려던 과학영재 케이시가 결국 과학이 아닌 피겨스케이팅을 택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최근에는 마고 로비 주연의 <아이, 토냐>(2017)가 제작돼 마고 로비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는 중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의 할리퀸에서 피겨퀸으로 변신한 마고 로비는 <아이, 토냐>로 2017 샌프란시스코영화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는 미국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하며 주목받지만 스캔들의 중심에 서며 은반을 떠났다가 프로 복서가 되어 링 위에 오르는, 어마어마한 인생 드라마를 써내려간 실존 인물 토니 하딩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에선 2월 개봉예정이다.

<국가대표>

설상 종목

가장 성공한 국내 동계스포츠 영화는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2009)다. (평창이 아닌) 무주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외인구단 취급을 받으면서도 각자 나름의 이유로 땀 흘려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모두 선사했다. <국가대표>에서 스키점프 선수 밥과 흥철로 출연해 티격태격했던 하정우와 김동욱이 현재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저승차사와 망자로 다시 만나 투닥거리는 것도 재밌다. 성동일의 전매특허 캐릭터는 이미 <국가대표>에서 완성형의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과묵한 더벅머리 국가대표 김지석의 ‘뇌섹남’ 이전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가대표>가 열악한 현실에서도 불가능한 도전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면, 똑같이 스키점프를 다룬 <독수리 에디>(2016)는 영국의 마이클 에드워즈 선수의 실화를 각색한 영화다. 마이클 에드워즈는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출전해 70m와 90m 점프에서 모두 꼴찌를 하고도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영화는 이 실화를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올림픽 정신’과 접목해 풀어낸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에디(태런 에저턴)는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참가하는 것 그 자체”라는 쿠베르탱의 말을 몸소 실천하는 캐릭터. 에디의 코치로 출연하는 휴 잭맨은, 도약과 동시에 땅으로 떨어지듯 앞으로 몸을 기울여야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는 ‘점프의 역설’을 얘기하며 몸소 스키점프대에 올라 울버린에 빙의한 듯 하늘로 몸을 날리기도 한다.

<샬레이걸>

<샬레이걸>(2011)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의 펠리시티 존스, <가십 걸> 시리즈의 에드 웨스트윅 주연의 스노보드 소재 영화다. 17살에 영국 스케이트보드 챔피언이 된 킴(펠리시티 존스)은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뒤 선수 생활을 접고 잠적해버린다. 돈을 벌기 위해 알프스 스키 샬레(고급 산장)에서 일하게 된 킴은 샬레의 부잣집 주인의 아들 조니(에드 웨스트윅)와 스노보드 친구들을 만나면서 스노보드 선수로서의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샬레이걸>의 킴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참가하는 2000년생 스노보드 천재 클로이 킴이다. 최연소 미국 국가대표이자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U자형 슬로프에서 점프와 회전 등 공중연기를 선보이는 프리스타일 스노보드의 한 종목) 세계 랭킹 1위인 클로이 킴은 여성으로는 최초로 2연속 1080도 회전에 성공하며 ‘넘사벽’의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다. 어린 시절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며 스노보드를 탄 클로이 킴의 퍼포먼스에 견줄 바는 못 되지만 영화 후반부 스노보드대회 장면들도 꽤 멋진 프리스타일 연기들을 담아낸다.

세계적인 프로 스노보더 트래비스 라이스를 필두로 최고의 스노보더들이 미국과 캐나다의 설산을 활주하는 영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아트 오브 플라이트>(2011), 현대 프리스타일 스키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프랑스 출신의 프리스타일 스키 챔피언 캉디드 토벡에 관한 다큐멘터리 <퓨 워즈>(2012) 등 세계 최고의 스노보더와 스키어 관련 다큐멘터리들도 있다.

<식스 빌로우>

아이스하키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 최고의 인기 종목이지만 유독 한국에선 비인기 종목으로 사람들의 관심 밖에 머물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아이스하키의 흥행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세계 최고의 아이스하키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평창 불참을 선언했고,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 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역시 참가 유보를 밝혔기 때문이다. 아무튼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리그를 자랑하는 미국의 아이스하키 자부심은 <미라클>(2004)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가 극에 달한 1979년. 1964년부터 1976년까지 4년 연속 소련의 아이스하키팀이 금메달을 가져가자, 미국은 자국에서 열리는 1980년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새로운 감독을 선임한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허브 브룩스(커트 러셀)는 소련을 격파하기 위해선 개인보다 팀이 우선해야 한다며,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지닌 개인이라도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없다면 국가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고 내친다. 허브 브룩스 감독은 실제로 1980년 미국 아이스하키팀에 금메달을 안긴 인물이며, 영화는 미국의 애국심 고취용으로도 톡톡한 역할을 한다. 그에 비하면 롭 로 주연의 <영블러드>(1985)는 아이스하키 영화의 클래식 같은 작품이다. 20대의 혈기왕성한 운동선수들이 경쟁하고 연애하고 성장하는 이야기 안에는 아이스하키 종목 특유의 거친 몸싸움과 팀 스포츠로서의 매력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제임스 프랭코 주연의 <127시간>(2010)의 설산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식스 빌로우>(2017)에서도 주인공이 전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다. 조시 하트넷이 마약 중독으로 스스로 프로의 기회를 놓아버리는 아이스하키 선수로 나오는데, 스노보드를 타러 갔다가 눈보라 속 설산에 고립된 주인공이 생존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극한의 상황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주인공은 “부딪히고 깨지고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나야 했던 게 일”이었다며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받았던 중압감을 회상한다. 한국에서도 아이스하키 영화가 만들어진 바 있다. <국가대표>의 흥행에 힘입어 한국 최초의 여성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창단 과정을 그린 <국가대표2>가 그것이다. 수애, 오달수, 오연서 주연의 <국가대표2>(2016)는 전편의 카피 같은 느낌이 짙어서인지 흥행에는 실패했다.

<쿨 러닝>

썰매 종목

썰매 종목에는 봅슬레이(조종 가능한 썰매에 2인 이상이 타서 속도를 겨루는 경기), 스켈레톤(썰매 바닥에 배를 대고 머리부터 내려오는 경기), 루지(썰매에 하늘을 향해 눕고 발부터 내려오는 경기)가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선 스켈레톤에 출전하는 윤성빈 선수가 그간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30대의 두쿠르스 형제를 꺾고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는 중이다. 윤성빈 선수가 국내에 스켈레톤 종목을 알리는 데 공을 세웠다면, <쿨 러닝>(1993)의 주인공이자 19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선수들은 전세계에 봅슬레이를 알린 주역들이다. 아직도 봅슬레이 하면 <쿨 러닝>, 동계스포츠 영화 하면 <쿨 러닝>을 자동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이 없는 자메이카에서 동계올림픽을 준비했던 그들처럼, 때론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확률게임에선 좀체 일어나기 힘든 기적이 스포츠 세계에선 종종 벌어진다. 그래서 영화가 스포츠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미리 준비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평창동계올림픽 입장권 판매 장소

온라인+모바일_ 평창동계올림픽 홈페이지(www.pyeongchang2018.com) 회원 가입 후 구매 가능. (1인당 총 주문한도는 50매이며 1개 경기 주문한도는 개회식, 폐회식,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등 인기 경기는 4매, 그외 경기는 8매. 결제일로부터 7일 이내 취소할 수 있음).

오프라인+온라인_ 서울시청, 강릉시청, 강원도청 메인티켓센터, 주요 KTX역(19개), 김포, 인천공항 아울렛, 경기장 부근 박스오피스.

입장권 소지자 혜택

- 매일 각종 문화행사가 펼쳐지는 평창올림픽플라자 및 강릉올림픽파크 무료 관람 가능.

- KTX 구입 할인 및 조기예매 혜택 제공.

-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이 면제되고 올림픽 개최도시 IC 인근 환승주차장 무료 이용.

- 올림픽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셔틀버스 무료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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