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되는 소수자들이 있다. ‘노인’도 그중 하나다. 젊은 스타 캐스팅을 담보할 수 없으니, 투자도, 마케팅도 애초 쉽지 않은 기획이다. 노인을 소재로 하고도 반향을 일으킨 작품은 그래서 노인의 성을 전면에 담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2002)처럼 센세이셔널한 소재나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처럼 웹툰 원작이 주는 효과를 빌려온 작품들이다. 노인이 주인공인 영화라면 아예 <워낭소리>(2009)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같은 독립다큐멘터리의 ‘리얼’한 삶에 오히려 호응이 더 크다.
칠순이 넘은 네 친구들의 노년기를 그린 <비밥바룰라>는 그런 점에서 보자면 독한 필살기를 두지 않은, 소박한 드라마다. 그러니 시작부터 사뭇 용감한 기획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영환(박인환)이 죽마고우들을 독려해 한집에서 함께 살다가 생의 마지막을 맞는다는 게 이야기의 큰 줄기. 그의 곁에는 치매 아내를 돌보며 택시 운전을 하는 순호(신구), 여성 편력이 심한 것 같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파 이발사 현식(임현식), 노인 전문 사기꾼들의 착취에 걸려 가족과 떨어져 사는 덕기(윤덕용)가 있다. 욜로 라이프와 노인들의 버킷 리스트를 통해 웃음과 눈물이 교차된다. 애초 센 설정을 배제하는 대신, 또래 장년층의 시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와 에피소드들을 십분 활용한다.
잔잔한 드라마를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건, 사건보다는 내공으로 다져진 배우들의 연기 합이다. 영환의 시한부 드라마나 현식의 풋풋한 첫사랑 멜로, 순호가 겪는 삶의 고단함, 덕기의 경제적 풍파를 박인환, 임현식, 신구, 윤덕용 각각의 배우가 노련한 연기로 채워나간다. 완성도나 편집의 헐거움 등 아쉬운 지점이 다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소구층에게 어필할 작품이 더 많이 개발되길 바라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