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오타쿠라는 일본의 신조어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에 빠져 사회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거나 혹은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곤 했다. 요새는 그에서 파생되어 나만의 즐길 거리를 찾는다는 뜻으로 ‘덕질한다’는 말을 자주 쓰거나 듣게 되는데 예의 부정적인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된 것 같다. 2017년 여름,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믹콘 행사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성황리에 개최됐고, 멀티플렉스 극장에는 영화 관련 굿즈를 파는 매장이 들어섰다. 이성의 브레이크만 제대로 작동된다면 덕질은 슬기로운 취미생활 정도의 온도를 지닐 수 있게 됐다.
최근에 본 3권의 책은 바로 누군가의 슬기로운 덕질이 책으로 묶인 사례다. 매년 열리는 독립출판물 행사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선보인 <구니스와 함께한 3주>(딴짓의 세상)는 형태부터 상당한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 VHS비디오를 표지 디자인과 판형으로 삼아 1980년대 할리우드 키드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내용은 더 자극적이다. 저자인 믹 올더먼은 자신이 살던 도시 애스토리아에서 리처드 도너 감독이 <구니스>(1985)를 촬영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제작진의 허락 아래 현장에 머물며 할리우드 상업영화 촬영현장의 이모저모를 눈과 귀에 담았다. 그 내용이 소상히 담긴 이 책을, 게다가 행사장에서 한정판 배지와 함께 판매하던 책의 구매를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불과 며칠 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개봉 시기에 즈음해서 <스타워즈로 본 세상>(열린책들)이 출간됐다. 영화학자나 인문학 내지 문화예술 관련 종사자가 아닌 법학자 캐스 R. 선스타인이 쓴 <스타워즈> 관련 책이란 사실이 흥미로웠다. 대체 오바마 행정부 규제정보국 책임자로 일했던 사람이 왜 헌법이 아닌 <스타워즈>로 세상을 들여다보려 하지? 궁금해서 책을 펼쳤더니 아니나 다를까, <스타워즈>와 헌법의 유사성에 대해 길게 다룬 챕터가 눈에 띈다.
올해 3월 개봉예정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사람들이 흥분한 이유는 1980년대 유행했던 대중문화 요소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을 알렸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그중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로봇 캐릭터 건담도 있었다. 지난 몇년간 <스타워즈>와 마블, DC 슈퍼히어로들의 출현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잠시나마 건담에게 소홀했던 것이 미안했는데 마침 <건담과 일본>(워크라이프)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서브컬처 비평잡지 <컨티뉴>의 편집장, 애니메이션 잡지 <오토나 아니메>의 슈퍼바이저를 거쳐 게임과 정치,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써온 저자 다네 기요시의 약력이 믿음직스러웠다. 이 3권의 책은 영화나 캐릭터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저자의 덕질이 만들어낸 책이라는 점에서 묘한 공통점을 느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연관성도 궁금했다.
우리는 왜 <스타워즈>를 좋아하나
<스타워즈로 본 세상> 캐스 R. 선스타인 지음 / 열린책들 펴냄
2017년 12월 14일 개봉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국내 100만 관객의 선을 넘지 못하고 95만여명에 그쳤다. 이 영화, 나아가 이 시리즈의 세계 흥행 성적에 비하면 초라한 관객수다. 국내에서는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1990년대 후반 오리지널 시리즈 재개봉 당시, 2000년대 초반 프리퀄 3부작 개봉 당시에도 다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들에 비해 인기를 얻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왜 유독 국내에서만 흥행이 안 되는지에 관해서는 이미 너무 많은 가설과 분석이 등장했지만 그것들을 <스타워즈로 본 세상>의 저자 캐스 R. 선스타인이 분석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인기요인과 비교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그는 이 시리즈의 문화사적 가치와 의의를 들여다보기에 앞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실 둘은 같은 말이기도 하다. 여러 이유 중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과거 오리지널 시리즈가 개봉할 당시의 밴드왜건효과와 같은 소비 심리, 1980년대를 맞이하던 당시 미국의 시대 흐름과 맞아떨어진 제작 타이밍 등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어쨌든 그 모든 외부 요인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이야기의 완성도라는 점인데 이에 대한 근거로 기독교와 오이디푸스, 페미니즘 등을 오가며 <스타워즈> 시리즈의 완성도를 바라보는 13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제다이를 극단적이고 과격한 종교단체 혹은 지하드에 비유하기도 하며, 불교의 관점에서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분석하기도 한다. 한 솔로가 실은 파다완일 것이다, 라는 가설과 자자 빙크스의 시스 로드설 등 팬들 사이에서 떠도는 음모론 같은 이야기를 꺼내놓을 때는 헌법학자라는 사회적 지위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덕력’을 숨기지 않는 흥겨움이 전해져 웃음이 나왔다. 가장 맘에 든 대목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양성 평등을 위해 힘찬 일격을 가하는 영화”라고 말하며 레이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개봉 당시 초기 장난감 출시 리스트에서 배제됐던 사건에 분개하는 부분이었다. 그가 <스타워즈>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구나 싶어 안심이 됐달까.
다시, 왜 이 시리즈가 한국에서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잠자고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돌아가보자면, 한국 극장가는 그가 분석으로 내놓은 시대의 흐름도 밴드왜건효과도 모두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시장이었던 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여기에 더해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들이 자라면서 인터넷,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장난감들을 자연스레 접하고 또 그로 인한 서브컬처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기 시작하면서 아날로그 장난감 사는 법을 잃어버리게 된 것도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미국 문화와 달리 가뜩이나 집에 체류하는 절대 시간도 짧은 한국의 청소년들이 부모의 포스에 이끌려 <스타워즈> 시리즈를 접하기도 만무하고. 여하튼 지금 한국의 소년, 소녀들이 <스타워즈> 시리즈로 들어가는 길을 사실상 잃어버렸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여전히 세상에는 <스타워즈> 말고도 많은 재미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저자가 행동경제학을 연구한 법학자로서의 경력을 살려 포스를 ‘넛지’라는 개념과 비교하는 대목도 재미있다. 그가 말하길 넛지란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사람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사적, 공적 개입”을 말하는데 일종의 GPS 장치, 누군가의 당부, 사회규범 등을 넛지라고 부른다면 이것은 포스의 다른 말이나 다름없다는 거다. 포스와 넛지의 관계, 조지 루카스와 로렌스 캐스단의 관계, 나아가 ‘스타워즈 사가’와 헌법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폭넓은 ‘다시 보기’ 방식에 감탄하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다다랐다(참고문헌의 방대한 스펙트럼도 감동적이니 꼭 찾아보시길).
뜨거운 열정과 함께라면
<구니스와 함께한 3주> 믹 올더먼 지음 / frame/page 펴냄
<구니스와 함께한 3주>를 쓴 저자 믹 올더먼은 아마도 위의 책에서 말한 영화의 넛지에 제대로 이끌렸음이 분명하다. 그는 <구니스>의 촬영장소였던 애스토리아에 거주하는 평범한 영화광이자 영화학도였다. 그런 그가 리처드 도너 감독을 찾아가 촬영현장 견학이라는 파격적인 기회를 얻어낸 경험담이 촬영일자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영화를 어떤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분석하는 책이 아니다. 영화를 너무 좋아한 한 청년이 할리우드 상업영화 현장을 바로 옆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일기 쓰듯이 기록해나간 책이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저자가 얻어낸 혜택이라는 것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대본을 보는 것은 당연히 허락하지 않는 조건에서 그저 촬영장 풍경만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호의이겠는가.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것 같다. 영화광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배우나 감독과의 우연한 만남, 장면을 만들어주는 카메라의 생김새부터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처하는 영화인들의 기지 등을 옆에서 직접 보고 느낀 저자는 이때의 기억을 더듬어 기어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 만다. 이 책이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의 지식과 감성을 바탕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듯 서술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화자 자신이 어리고 철없던 당시의 시점에서 보고 들은 대로 쓰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그에게 ‘팬’이라는 단어는 꽤 신성한 단어였음이 분명하다. 영화 <구니스>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천식을 앓는 마이키를 연기한 배우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숀 애스틴이란 사실 그리고 형 브랜드 역의 배우가 조시 브롤린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수투성이의 발명품을 온몸에 휘감고 등장했던 리차드(조너선 키 콴), 먹을 것 좋아하는 울보 청크(제프 코언) 등의 캐릭터를 떠올리면서 추억에 잠기리라. 저자가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그들의 실제 성격과 촬영장 분위기 역시 책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개괄적인 당시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을 비롯해 리처드 도너 감독의 성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재기발랄한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다. 여러 법률 관계상 그가 현장에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옆에서 바라본 기록에 불과하지만 이런 사소한 기억들이 모이고 정리되니 엄청난 덕력을 발휘하게 된다. 영화와 관련된 수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덕질하는 책은 처음이다. 믹 올더먼이 당시 보안상의 이유로 절대 볼 수 없었던 촬영현장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운동선수 출신의 거구 배우 존 마츠작이 연기했던 슬로스가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당시로서도 기괴한 분장을 해야 했기에 제작진이 꽁꽁 감춰뒀던 장면이었나보다. 이에 대해 나의 개인적인 추억 하나를 보탤 수 있을 것 같다. 2017년 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씨네21> 영화제 공식 데일리를 만들 때였다. 특별전에 초청된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을 인터뷰하기 위해 고려호텔 1층 로비에서 만났다. 약속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한 그는 <구니스>의 슬로스 캐릭터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씨네21> 1115호 특집 사진 참조). 옳다거니, 대화는 자연스레 <구니스>에서 시작됐다. 그는 슬로스라는 캐릭터를 특히 좋아한다고 답했다. 인터뷰 도중 장르영화에 관한 관심이 언제부터 시작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릴 때 호러영화 전문 잡지에서 본 토드 브라우닝 감독의 <프릭스>(1932)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프릭스>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시각적 충격을 안겨준 영화다. 이글레시아 감독이 지금껏 만들었던 영화들이 바로 그가 왜 슬로스를 좋아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취향을 티셔츠로 말하던 그를 인터뷰하던 나는 고질라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지독한 어른의 취향 앞에서
<건담과 일본> 다네 기요시 지음 / 워크라이프 펴냄
먼저 언급한 두권의 책과 비교하면 <건담과 일본>은 가장 딱딱하면서도 가장 덕력이 뛰어난 책이 아닐까 싶다. 일단 책 제목에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쉽게 말해 건담을 보면 일본 사회의 문제점과 방향을 볼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저자인 다네 기요시는 아주 오랫동안 서브컬처 분야의 요소에 대해 연구하듯 책을 써왔는데 그는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이 만들어낸 ‘기동전사 건담’이 “꿈과 현실을 절묘하게 배합해 만들어낸 블렌드”라고 말한다. 애니메이션에 반영된 일본의 현실이라는 것은 잘 알다시피 피폐했던 패전국에서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의 모습이다. 197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수십년간 여러 작가를 통해 이어져온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가 다루는 미래의 풍경은 디스토피아다. 지구가 수용 가능한 인구수를 이미 넘어버린 미래, 인류는 인공도시 스페이스콜로니를 만들어 사람들을 우주로 이민시킨다. 그 와중에 거주지에 따라 계급을 나누고 의식주가 달라짐에 따라 사람들의 사상도 변화하게 된다. 다네 기요시는 만화의 이러한 배경, 하나의 거대한 제국과 같은 나라를 이뤄 살고 있던 지구연방에 반기를 들고 독립을 선언하는 지온 공국과 연방군의 전쟁을 통해 동아신질서라는 아시아 정책을 펼치며 소위 말하는 대동아공영권을 주창했던 일본 사회의 시대정신이 반영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대동아공영권을 처음 알린 1930년대 후반 고노에 후미마로 총리 시절의 정치 이야기, 그 당시 일본 정치권에 뿌리깊게 박혀 있던 열등감에 대해서 언급한다.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근대 역사를 일본의 관점에서 되짚어볼 수 있는 딱딱한 초반부를 지나면 2장에서는 만화에 등장하는 로봇 기체, 전함 야마토 등을 비교하며 이야기한다.
이 책의 백미는 사실 후반부에 몰려 있는데 저자는 만화에 등장하는 붉은 혜성 샤아 캐릭터가 “자신이 구축한 시스템을 부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심성의 소유자”라는 관점에서 일본 정치 역사에서 자민당의 흥망을 모두 담당한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와 건담의 창시자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모습을 투영한 캐릭터라고 말한다. 도미노 감독이 프레드 M. 윌콕스 감독의 <금지된 세계>(1956)를 SF영화의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혹평했다는 건 이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가 추구했던 작화 스타일이나 만화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화에 담긴 비정한 정서, 예를 들면 만화가 시작한 지 10여분도 채 안 됐는데 마을 사람들이 몰살당하는 장면을 묘사한다거나, 아이들이 보는 만화인데 우주전함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절단된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까지 상세하게 그려넣는 식의 악취미가 내내 눈에 거슬렸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그의 정신세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본 정치와 약간의 군사학을 거쳐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전기에 다다르는 <건담과 일본>의 구성은 결국 <스타워즈>란 미국의 문화이자 미국의 영화라고 은근슬쩍 강조하는 <스타워즈로 본 세상>과 같고도 다른 방식으로 자국 문화를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현실의 상관 관계를 읽어내려는 시도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려는 시도로 읽혀 읽는 내내 흡족했다. 그러다가 <구니스와 함께한 3주>를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영화를 텍스트로 분석하거나 정의 내리려는 시도를 뛰어넘은 덕력이야말로 우리를 긍정의 미래로 이끄는 것은 아닌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영화를 향한 덕력이야말로 우리를 새로운 희망으로 안내할 넛지이자 포스가 아닐까? 정답은 좀더 덕질을 해봐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구니스> 블루레이
<구니스와 함께한 3주>의 저자 믹 올더먼은 여러 사정상 직접 보지 못한 촬영현장에 대해서는 한줄도 쓰지 못했다.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다면 <구니스> 블루레이의 코멘터리와 부가영상이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것이다.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직접 연출한 장면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는데, 범죄자 일당이 구치소를 탈출하는 영화의 첫 장면과 아이들이 지하 동굴에서 배수관을 쥐고 흔들어 화장실을 터뜨리는(?) 장면을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했다고. 또 메이킹 영상에서는 아이들과 작업하다가 미쳐버리기 직전까지 화를 내는 리처드 도너 감독의 모습도 실감나게 볼 수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
<스타워즈> 시리즈가 어떻게 장난감 시장을 평정했는지 궁금하다면,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의 1화를 보면 된다. 많은 이들이 <스타워즈>의 천문학적인 장난감 라이선스 저작 수익이 실은 조지 루카스 감독의 빅픽처가 만들어낸 성과라고 알고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루카스 감독은 장난감 따위의 수익에 그때나 지금이나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팟캐스트 ‘텔댓투칸지클럽’
국내에서 암암리에 생존해 있던 <스타워즈> 팬들이 SNS의 활성화를 등에 업고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그로 인해 한국 사회의 구태에 사로잡혀 여전히 작품을 풍부하게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함께 부상했다. 그 와중에 일종의 청정 1급수 지역 같은 곳이 생겨났으니, 팟캐스트 ‘텔댓투칸지클럽’의 <스타워즈> 덕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의 덕력 지수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가끔 지루할 때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카이계란 무엇인가>
‘에반게리온 이후 오타쿠 문화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건담과 일본>을 출간한 워크라이프에서 2016년에 출간한 책이다.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후 등장한 세카이계라는 사조 혹은 태도, 경향 혹은 현상 등으로 이해하고 있는 세카이계에 관한 정의를 재정립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책이다. 그림도 한장 없이 오직 텍스트로 승부하는 책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