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최근 세계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17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작품은 안드레 아시먼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에 이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욕망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영화가 공개된 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이탈리아에서도 개봉되어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 감독의 작품으로 외국에서 먼저 화제가 되고 국내에서 개봉되는 사례는 드문 일이다. 이탈리아 영화비평가협회는 자국에서 개봉되기도 전에 비평가상을 수여했다. 그것은 선댄스영화제나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이미 이 영화의 ‘진지한 대단함’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협회는 말한다. 뿐만 아니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LA비평가협회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했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신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1983년 리비에라의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리구리아 서부에 위치한 별장에서 한 가족의 휴가가 시작된다. 대학교수의 아들이자 예민한 음악적 감수성을 지녔으며 또래에 비해 문학적 감수성이 넘쳐흐르는 열일곱살의 엘리오는 매년 별장을 방문할 ‘여름 손님’을 기다린다. 자신보다 더 많은 지식을 소유한 사람이 별장에 논문을 쓰기 위해 온다는 사실이 그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해의 손님은 유대계 미국인 올리버. 그런데 예기치 않게 두 사람 사이에 애틋한 감정이 생겨난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1980년대는 모든 것이 파괴되고 다시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1983년의 엘리오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마찬가지의 변화를 거쳤다. 1983년이 그런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지는 사랑이라 해도, 엘리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애상적인 마음은 올해 많은 관객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