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슬럼버> 강동원 - 강동원 되기
2018-02-06
글 : 김성훈 | 사진 : 오계옥 |
<골든슬럼버> 강동원 - 강동원 되기

카메라 밖의 강동원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남에게 폐 끼치기를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성격은 2월 14일 개봉하는 <골든슬럼버>(감독 노동석)에서 그가 연기한 택배기사 건우와 닮았다. 유력 대선 후보가 폭탄 테러에 의해 암살당하고, 건우는 그 사건의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영문도 모른 채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전작 <1987>(감독 장준환)에서 강동원이 연기한 이한열 열사가 그랬듯이, 건우는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길 만큼 심성이 곱다. 강동원은 “건우와 그의 오랜 친구들이 거대한 권력에 맞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이야기가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1987> <골든슬럼버> <인랑>을 연달아 작업하고 있는 강동원을 만났다.



-7년 전 원작 소설을 읽고 영화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작의 어떤 점이 좋았나.



=평소 권력 때문에 인권이 침해당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그런 일들이 불과 얼마 전까지 버젓이 자행됐고, 지금도 우리의 눈 밖에서 벌어지고 있다. 개인은 권력을 상대로 이길 수 없잖나. 그런데 이 영화에서 건우와 그가 살아온 삶을 믿어주는 주변 사람들이 힘을 합쳐 거대 권력에 맞서고,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주제가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지인이나 친구들을 만나면 인상적으로 본 소설, 영화, 기사 얘기를 즐겨하지 않나. 그걸 지켜보면서 직접 제작자로 나서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는 마음맞는 사람들과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친분 있는 사람들도 많고, 그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다.



-건우는 누구나 거대 권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캐릭터인데.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를 처음 만난 사람도, 오랫동안 봐온 사람도 그가 누군가를 죽일 리가 없다고 믿고 그를 돕는 게 희망적이었다. ‘이런 사람이 어딨어?’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게 건우의 매력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사람도 있지’라는 믿음이 있었다. 내 성격도 건우와 비슷하고, 나 또한 최대한 건우처럼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이 제너레이션>(2003),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를 만든 노동석 감독과의 작업은 처음이다.



=처음 만났을 때 사람이 착해서 이 영화가 가진 주제와 잘 맞겠다 싶었다. 같이 일해보니, 진짜 착하더라. 모니터를 보면서 울고. (웃음) 그는 인간 내면 깊숙이 들여다보려고 하고, 스스로 이야기에 감정이입해서 연출을 하니 사람 얘기를 잘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보통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과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나.



=이번에는 감독님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하셨고, 재미있어하시더라. 건우라는 캐릭터를 내 안에서 찾고, 그걸 많이 뽑아내는 식으로 접근하셨다. 보통 나는 시나리오를 읽고 인상적으로 느꼈던 지점에서 캐릭터를 구축하기 시작하지, 내 안에서 캐릭터를 찾진 않는다. 어쨌거나 감독님의 방식이 재미있었다. 가끔 내가 평양냉면을 좋아한다고 해서 건우가 평양냉면을 먹는 장면을 넣자고 하시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거절했지만. (웃음)



-평범해 보이기 위해 체중을 증량하고, 헤어스타일을 파마머리로 바꾸었던데.



=그렇다. <M>(감독 이명세, 2007),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 2013) 때도 증량했다. 캐릭터로 보면 건우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맡았던 대수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 차이라면 대수가 성깔이 좀 있는 인물이었다면 건우는 모두를 배려하는 착한 친구다.



-그런 그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누명을 쓰면서 계속 도망다니는 신세가 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도망다니는 이야기다. 특별한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쉴 새 없이 뛰고, 구르고. 때리는 장면 하나 없이 맞기만 하고. (웃음)



-도망다니면서도 건우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게 중요했을 것 같다.



=아무리 급박하고,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는 상황이라도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예고편의 도주 장면을 보니 슬랩스틱 느낌도 있던데.



=이명세 감독님의 영향 때문인지 어릴 때부터 슬랩스틱을 좋아했고 재미있었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야 하는 인물이라 긴박한 상황에서도 재미난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87> 얘기도 해보자. 정권이 바뀌기 훨씬 전에 출연을 결정했는데



=시나리오를 읽었고, 출연을 결정하는 데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당시 (영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여러 소문들이 있었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벌어졌지만 일일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장준환 감독님이 출연해도 괜찮겠냐고 거듭 물어왔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쓰면서…. 나도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인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누가 하지 말라고 해서 내가 안 하는 성격도 아니고.



-카메라 밖에서 강동원은 누구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고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인데.



=배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영화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일일이 얘기할 필요 없이, 영화적으로 보여주는 게 맞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하러 왔을 때 눈물을 많이 흘렸다.



=어머니(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편집자)께서 나 없이 영화를 못 보겠다고 하셔서 참석하게 됐다. 그날 오전 대통령, 실존 인물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한재동 교도관님이 어머니께 “30년 동안 많은 빚이 있었다. 어머니께 꼭 사과를 드리고 싶었다. 너무 죄송하다”고 하면서 우시는데 그걸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어머니께서는 도저히 못 보겠다고 하셨고, 대통령 옆에서 봤는데 영화가 끝난 뒤 또 울었다. 어쨌거나 일반 관객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울컥하시더라. 가령, 고문하는 장면에서 탄식이 쏟아져나오고, 이한열 열사가 쓰러지는 장면에서 비명이 새어나오는데 관객의 반응을 들으면서 영화를 보는 게 괴로웠다. 11회차 밖에 찍지 않았지만, 캐릭터에 깊이 몰입했던 까닭에 영화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었고, 아직도 힘들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에선 특기대원 임중경을 맡았는데 촬영이 얼마나 남았나.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6개월째 찍고 있고, 1개월 반 정도 남았다.



-할리우드영화 <쓰나미 LA>(감독 사이먼 웨스트)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좋은 역할이 있으면 오디션을 가끔 봤는데 이 작품은 피드백 반응이 좋았다. 10년 넘게 연기를 하다보니 외국에서도 좋게 봐주는구나, 정도로 생각하다가 우연찮게 미팅을 했는데, 같이 하자고 하더라.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웃음)



=여행 다니고 친구 사귀기 위해 영어 공부를 독학으로 시작했는데 의사소통이 중요하지 발음이 중요한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국 배우로서 도전하는 작품이라 신경을 안 쓸 수 없게 됐다. 최근 미국에서 사람을 보내줘 같이 붙어다니는데 의사소통하는 게 만만치 않다. 그 친구가 <인랑> 현장에도 동행하는데, 쉬고 싶을 때도 옆에서 계속 말을 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