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골든슬럼버> 아무도 믿지 말고 꼭 살아남아
2018-02-21
글 : 김성훈

건우(강동원)는 성실하고 남을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밴 택배 기사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구해준 공로로 모범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고등학교 시절 친구 무열(윤계상)이 찾아온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 것도 잠시뿐, 유력 대선 후보(조영진)가 둘의 눈앞에서 차량 폭발사고를 당하며 숨진다. 무열은 건우에게 “이 사건은 계획됐고, 너를 암살범으로 만들어 그 자리에서 자폭시키는 게 조직의 계획이다. 아무도 믿지 말고 꼭 살아남아”라고 전한다. 졸지에 암살범이 된 건우는 영문도 모른 채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CCTV, 지문, 통화내역, 신용카드 인출내역 등 건우의 모든 정보들이 조작되고, 감시당하는 상황에서 그는 무열이 건네준 명함 속 인물 ‘민씨’ (김의성)를 만나 사건의 전모를 조금씩 알아간다.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한국적 상황에 맞게 각색됐다. 지난 9년 동안 거대 권력이 개인을 사찰하고, 누명을 씌우며, 간첩으로 만드는 일이 한국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던 탓에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던 원작에 비해 이 영화는 꽤 실감나게 다가온다(원작도 원작대로 재미있지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위험에 노출돼 도망다녀야 하는 상황에서도 건우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진실을 외면하려 하고, 남의 일에 상관하지 않는 각박한 현실에 한줌의 희망을 던진다. 건우가 도망다닐수록 동규(김대명), 금철(김성균), 선영(한효주) 등 그의 고등학교 친구들 또한 위험에 처하는데, 이들이 보여주는 건우에 대한 우정 또한 따뜻하다. 비틀스의 <Golden Slumbers> 노래가사처럼.

좌절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에서 온기를 불어넣는 인물은 강동원이 연기한 건우다. 누군가는 세상에 이렇게 착한 사람이 어디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건우와 친구들이 보여주는 우정은 연대가 강할수록 세상은 더욱 희망적으로 변한다는 걸 보여준다. <마이 제너레이션>(2004),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를 만든 노동석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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