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마블의 첫 흑인 슈퍼히어로 주연작 <블랙팬서>의 아시아 프레스 컨퍼런스 행사가 열렸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을 비롯해 주연 티찰라 역의 채드윅 보스먼, 와칸다 왕국의 비밀 스파이 나키아 역의 루피타 니옹고, 이번 영화의 핵심 악역인 에릭 킬몽거 역의 마이클 B. 조던이 참석해 국내외 기자들과 만났다. 전날 귀국한 이들은 자신들의 인스타그램에 불고기와 쌈장을 먹는 인증숏을 올리면서 한국의 생경한 풍경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아침 일찍부터 바쁜 인터뷰 일정을 소화한 다음, 저녁에는 영등포 타임스퀘어로 자리를 옮겨 레드카펫이 아닌 블랙카펫 행사에 참여해 팬들의 열렬한 환대를 즐겼다.
<블랙팬서>는 흑인 슈퍼히어로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띤 캐릭터를 앞세워 거의 모든 배역을 흑인이 맡았으며 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한 와칸다 왕국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영화다.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문화적 다양성의 목소리가 강하게 요구되는 트럼프 시대를 향해 마블과 디즈니가 발빠르게 대응하듯 내놓은 결과물일지 모른다. 이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과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자신들이 출연한 영화가 어떻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또 어떤 파급력을 갖게 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었고 또 분명한 태도로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기자 간담회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블랙팬서>의 배경이 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왕국으로 묘사되고 있는 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채드윅 보스먼은 노예제도와 식민지 시대를 거친 민주주의 체제의 강대국과 자체적인 방법론을 지닌 왕국 와칸다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팝콘 먹으면서 즐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떤 영화인지 토론할 거리가 있는 영화”라고 이야기한 채드윅 보스먼의 설명처럼 <블랙팬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내에서 가장 활발한 토론거리를 제공할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어떻게 할리우드의 최대 자본이 들어간 슈퍼히어로영화 안에서 흑인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려고 했을까. 그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