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의 부산 촬영은 개봉 전부터도 화제였고 언론 시사회 이후 기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한국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데 특유의 에너지가 참 마음에 든다. 부산역에 처음 내리자마자 내가 살았던 샌프란시스코와 분위기가 닮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영화의 설정상 밤풍경이 아름다운 도시를 찾던 차에 수산시장과 마천루 모두를 지니고 있는 부산이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한국 유학생들과 잘 어울려서 한국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영화도 즐겨 보곤 했다.
-마블 영화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아래 한데 속하면서도 히어로들의 단독 주연작들은 장르적 컨셉이 다 제각각이다. <블랙팬서>는 어떤 스타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나.
=처음 스튜디오와 이야기했던 컨셉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제임스 본드 영화였다. 제임스 본드 영화가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 스릴러라면 나는 거기에 더해서 범죄 가족의 분위기를 접목시키면 어떨까, 고민했다. 와칸다는 비밀에 싸인 가족 중심적인 사회이며 군대 조직 같기도 하다. 왕위 승계 문제도 등장하는 정치적 색깔도 지닌 나라라는 점에 주목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씨네21> 기자들은 <햄릿>과 <라이온 킹>이 만난 영화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흥미로운 해석이다. (웃음) 실제로 나 역시 영화를 준비하면서 1970년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코시즈 영화들과 함께 셰익스피어를 많이 참고했다. 셰익스피어 작품들에서 볼 수 있는 왕족 이야기, 햄릿의 갈등이 영화의 틀을 짜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마블 스튜디오는 드라마 <루크 케이지>로 이미 슈퍼히어로 장르와 흑인 문화의 접목에 성공한 바 있다. <블랙팬서>를 만들 때 그것이 영향을 끼쳤거나 드라마의 차별점을 고민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나 역시 <루크 케이지>의 엄청난 팬이다. 마이크 콜터와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마블은 드라마와 영화 총괄 제작진이 분리되어 있어 그 색깔이 다르다. 우리는 문화적 특이성이나 <블랙팬서>만의 고유성 등도 좋지만 일단 엄청난 액션 물량 등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을 만족시켜야 했다. 거기에 더해서 와칸다를 통해 전해줄 수 있는 아프리카만의 독특한 문화를 구체적이면서 진정성 있게 그려보고자 했다.
-데뷔작 <오스카 그랜트의 하루>와 <블랙팬서>의 티찰라의 정치적 고민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고 다음 세대를 고민하는 <크리드>와 <블랙팬서>의 엔딩 역시 연결되기도 한다. 당신의 세편의 연출작의 공통점을 뭐라고 생각하는가.
=세편 모두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주인공 모두가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고 하는 것에 집중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 하다가 비극을 맞이하는 오스카 그랜트, 아버지의 성을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는 크리드, 아프리카 출신으로서 어떤 책임감을 지닌 왕이 될지를 고민하는 블랙팬서 모두 같은 방향의 고민을 하고 있다. 관객도 와칸다 왕국을 경험하면서 그들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