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말버릇 하나쯤은 있다. 글 버릇도 마찬가지다. 내가 애용하는 표현들이 몇개 있는데, 그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이 **을….” 즉, 일종의 권유에 가까운 발어사인 셈이다. 이 문장 뒤에 붙는 장르는 다채롭다. 대개 게임이거나 만화이고, 아주 가끔은 영화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길 바란다. 황홀함을 넘어선 거룩한 엔딩이 당신을 매혹할 거라고 장담한다.
음악에 관해 써야 할 차례다. 단, 곡이나 앨범이 아닌 ‘뮤지션’을 꼽고 싶다. 이름이 좀 어렵다. 영어로는 ‘Sufjan Stevens’, 우리말로 적으면 수프얀 스티븐스 정도 된다. 미국 출신 싱어송라이터로 포크에 기반한 음악을 주로 들려준다. 하나 그의 세계는 장르로 한정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하다. 2005년 앨범 《Illinois》를 먼저 들어보라. 챔버 팝 혹은 바로크 팝으로 분류되는 이 음반에서 그는 클래식, 팝, 록, 포크를 넘나들며 실로 인상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그려낸다. 간단하게, 싱어송라이터형 음악이 전성기를 누렸던 1970년대 초에 발매되었어도 걸작의 지위를 가뿐하게 획득했을 작품이다. 수프얀 스티븐스는 곧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이름을 올렸다. 바로 주제가상(Best Original Song) 부문이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그가 부른 아름다운 곡 <Mystery of Love>가 상을 탈지 안 탈지, 나는 영화 전문가가 아니므로 알 수 없다. 하나 만약 당신이 이 곡을 듣는다면, 나처럼 행복한 기분을 느낄 거라는 점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나는 진심으로 수프얀 스티븐스의 음악을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