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 <개들의 섬> 웨스 앤더슨 감독 인터뷰
2018-03-07
글 :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
트럼프 시대의 우화 애니메이션 <개들의 섬>

지난 2월 15일,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포문을 열었던 웨스 앤더슨의 신작 <개들의 섬>이 결국 은곰상 감독상을 거머쥐며 작품성과 존재감을 입증했다. 웨스 앤더슨이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은 건 이번이 네 번째로,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베를린영화제 단골손님이 됐다. <개들의 섬>은 영화제 내내 기자, 평론가들에게 높은 별점을 받으며 수상이 유력시되는 작품이었다. 그의 전작이 가족의 불화를 즐겨 다뤘다면, 이번 영화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대와 극우가 득세 중인 최근 유럽의 정세에 걸맞은 정치적 우화다.

<개들의 섬>의 배경은 20년 후인 근미래의 일본이다. 전염병에 걸린 개들은 모두 쓰레기섬으로 이송된다. 여기엔 파시즘이 지배하는 도시, 메가사키의 시장이자 권력자인 고바야시의 음모가 숨어있다. 사라진 개를 찾아 쓰레기섬에 이륙한 소년 아타리는 다섯 마리 개들과 만나고 실종된 ‘스팟’을 찾는 데 도움을 받는다. 한편 메가사키에선 수난에 처한 개들을 구하기 위해 몇몇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행동한다. 이 작품은 <판타스틱 Mr. 폭스>(2009)와 마찬가지로 스톱모션 기법으로 제작됐다. 제작과정만 무려 4년이 걸린 고된 작업이었다고. 이번 영화는 부토, 가부키 연극, 스모, 북, 하이쿠, 벚꽃, 스시, 서예, 17세기 인쇄문양 등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소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팬임을 공공연히 밝히는 앤더슨의 이 판타지영화는 일본에 대한 미적 동경의 발로다. <스크린 데일리>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결이 살아 있고, 오즈 야스지로 프레임의 정확성도 보인다”고 <개들의 섬>에 대해 평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오랜 시간을 요하는 지난한 작업은 보상받았다. 아무리 봐도 더 보고 싶은 모험영화가 되었다”고 <개들의 섬>을 극찬했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진행한 웨스 앤더슨과 주요 제작진의 기자회견을 전한다.

<개들의 섬>

-어떻게 시작한 작품인가.

=웨스 앤더슨_ 처음에 아이디어 두개가 동시에 떠올랐다. 몇년 전 제이슨(슈워츠먼), 로만(코폴라)과 나는 쓰레기장에 사는 버려진 개떼 이야기를 다뤄야겠다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중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본영화,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또 우리는 미래와 관련된 것에도 마음을 두고 있었다. 일본과 관련된 정보 수집에 한계가 왔을 때 나는 구니치 노무라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그래서 네명의 시나리오팀이 완성되었다. 나는 일본영화 중에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개들의 섬>도 그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구로사와 아키라도 스토리를 작업할 때 소규모 공동집필팀과 함께 세부 수정작업을 했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작업방식을 택했다. 어쨌든 우리는 개 이야기로 시작했다. 개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개들로 무엇을 하길 원할지 정해진 건 없었다. 우리는 자료를 찾고 수집하며 스토리의 방향을 잡아갔다. 작업을 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이 좋았다. 공동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보면 항상 모든 게 바뀌었다. 끝까지 다 쓴 다음에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영화 촬영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웨스 앤더슨_ 이번 애니메이션 작업은 스톱모션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 인형들이 미소짓거나 웃는 표정은 없다. 웃는 장면이 필요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 컴퓨터그래픽이 많은 것을 해결해주는 현대 기술에서도 스톱모션은 예전과 다름없이 손이 많이 간다. 거의 모든 것을 카메라로 찍으려고 시도했다.

-손이 많이 가고 오래 걸리는 스톱모션 작업을 택한 이유는.

웨스 앤더슨_ 요즘엔 영화가 촬영을 다 끝내기도 전에 개봉한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서 작업과정을 끝까지 고려하지 않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개봉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추세를 거슬러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방식을 택하고 싶었다.

<개들의 섬>

-일본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나.

웨스 앤더슨_ 이번 영화는 우리의 일본영화 사랑 덕분에 탄생했다. 우리는 일본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무엇인가를 꼭 만들고 싶었다. 결과는 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와 일본영화의 접점을 찾는 거였다. 원래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광팬은 아니었다. 그런데 <판타스틱 Mr. 폭스>를 준비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1997)를 보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매력에 빠졌다. 미국 애니메이션 전통에서는 드문 어떤 리듬이나 자연스러움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있다. 고요함을 느낄 수 있도록 특정 장면에서는 음악을 넣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전작들과 달리 정치적이다.

웨스 앤더슨_ 원래 시작 당시엔 정치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요소는 시나리오 작업 중에 들어갔다. 단지 맥락상 어디에나 있을 법한 정치적인 상황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업이 오래 걸리다 보니 시작한 지 4년 뒤의 정치적 상황이 우리가 영화에서 설정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웨스 앤더슨과 작업한 소감을 말해달라.

=구니치 노무라(고바야시 역, 시나리오 공동 집필)_ 내 생각에 웨스 앤더슨이 포착하는 것은 새것과 낡은 것이 혼합된 아름다움이다. 그는 이 영화에 일본 만화의 판타지와 1960년대의 전성기 시절 구로사와를 넣었다. 웨스는 배경을 위해 역사에 대한 자료를 엄청나게 많이 찾아보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일본 역사와 관련해서 모든 게 완벽하고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웨스가 창조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한다. 특히 내 나라에 기초하고 있는 세계라서 더욱 그렇다.

-일본어 대사 부분에 자막이 없다.

웨스 앤더슨_ 자막은 나에게 아름답지 못한 요소다. 자막을 읽으면 러닝타임 내내 자막에 집중하고 말은 잘 듣지 못한다. 언어를 관장하는 뇌부분은 텍스트에 집중한다. 일본어로 말하는 부분에 자막이 없으면 일본어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거다. 말은 못 알아듣지만 감정은 이해할 수 있다. 몇몇 장면엔 유엔식으로 통역사가 번역하는 방법을 썼다. 그리고 영어로만 이야기하는 미국 교환학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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