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이, 토냐> 세상이 열광하고 버렸던 은반 위의 악녀
2018-03-07
글 : 김성훈

<아이, 토냐>는 1990년대를 풍미한 미국 피겨스케이트 선수 토냐 하딩(마고 로비)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이야기는 토냐 하딩과 그의 주변 인물들의 실제 인터뷰와 극을 오가며 진행된다. 딸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한 엄마(앨리슨 재니)의 감시를 받으며 악으로, 깡으로 스케이트를 탔던 어린 시절부터 제프 길롤리(세바스천 스탠)와 사랑에 빠지며 결혼했지만 나중에는 주먹과 고성을 주고받던 결혼 생활, 기술보다 의상을 눈여겨보며 채점했던 심사위원단과 사사건건 충돌했던 선수 생활, 사건 배후로 지목된 낸시 케리건 피습사건까지 토냐 하딩의 삶의 주요 순간들이 펼쳐진다. 이 영화는 미국 선수로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 이력보다 동료 선수 낸시 케리건 피습사건으로 더 잘 알려진 토냐 하딩을 악녀로 만든 것이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토냐 하딩의 실제 별명인 (은반 위의) ‘악녀’는 그가 진정 원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괴물” 같은 엄마 밑에서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성장한 것도,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남편 제프 길롤리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도, 무엇보다 라이벌 낸시 케리건을 다치게 한 것도 그녀가 한 결정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순간들을 마주해야 했던 토냐 하딩은 어쩌면 스케이트만 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눈물과 멍이 뒤범벅된 채 빙판 위를 질주하던 토냐 하딩의 잔상이 뇌리에 오래 남는 것도 그래서다. 마고 로비와 앨리슨 재니가 이번 오스카상에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각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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