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쓰리 빌보드> 범인이 잡히는 그날까지
2018-03-14
글 : 장영엽 (편집장)

“내 딸이 죽었다.” “아직도 범인을 못 잡은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윌러비 서장?” 미국 미주리주에 위치한 에빙시의 외곽, 세개의 광고판에 적힌 문구가 마을을 뒤흔든다. 광고판을 설치한 이는 딸을 잃은 엄마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 딸을 강간하고 살해한 범인이 잡히지 않자 그녀는 광고를 통해 경찰의 무능을 탓하며 재수사를 촉구한다. 밀드레드의 광고를 본 경찰서장 윌러비(우디 해럴슨)는 당혹스러운 한편 밀드레드의 사정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말기암 환자인 그에게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인종차별주의자이자 폭력을 일삼는 후배 경찰 딕슨(샘 록웰)은 경찰에 대한 밀드레드의 모욕을 참을 수 없다며 분노하고, 마을 사람들은 보기 흉흉하다며 광고판을 철거할 것을 밀드레드에게 요구한다. 하지만 범인이 잡히는 그날까지, 밀드레드는 멈출 생각이 없다.

<쓰리 빌보드>는 “가만히 있으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사회에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영화다. 여성과 유색인종에 공공연하게 가해지는 차별과 폭력의 한복판에서, 밀드레드는 자신의 분노를 참지 않고 행동하며 전진한다. 눈물 대신 화염병을 장착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을, 마틴 맥도나 감독은 존 포드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위풍당당하게 그려낸다. 모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 영화는 개인과 사회의 행동과 판단이 야기하는 소용돌이를 블랙코미디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트럼프 정부와 함께 도래한 차별과 억압의 시대, 그 너머로 미투 운동의 물결이 일렁이는 지금, 이보다 더 시의적절한 영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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