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20BPM> 살아 있어, 이렇게 뜨겁게!
2018-03-14
글 : 이주현

1989년 파리. 액트업 파리 활동가들은 에이즈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예방책을 내놓지 못하는 무책임한 정부와 제약회사를 상대로 시위를 벌인다. 회의장에 난입해 가짜 피를 투척하고 제약회사의 사무실에 침입해 구호를 외친다. 너희들은 살인자다! 우리에겐 시간이 별로 없어! 성소수자 단체에서 시작한 액트업은 에이즈 감염인 권리 보장 운동을 벌이는 행동주의 단체다. 액트업 파리의 신입회원 나톤(아르노 발로아)은 그곳에서 에이즈 환자 션(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을 만난다. 죽음을 예감하며 살아가기에 뜨겁고 치열한 션, 션에 대한 사랑으로 용감해질 수 있었던 나톤. 두 사람은 함께 춤추고 섹스하고 사랑한다.

영화의 제목인 ‘120BPM’은 1980~90년대 유럽에서 유행했던 하우스 음악의 사운드 리듬을 말한다. <120BPM>에서 음악은 감각을 자극하는 장치로 중요하게 사용된다.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황홀하고 달콤한 비트. 비트 사이로 부유하는 먼지. 먼지와 바이러스로 이루어진 마이크로(micro)의 세계. 시간이 정지하고 감각이 확장되는 찰나들. 온몸의 세포가 뜨겁게 반응하는 감각의 세계 저편엔 죽음과 맞서야 하는 냉정한 현실이 있다. 영화는 다분히 정치적이면서도 에로틱하고 로맨틱하다. 인물들이 외치는 정치적 구호 때문이든 사랑의 언어 때문이든, 어떻게든 심장은 요동치게 되어 있다. 실제 액트업 파리에서 활동한 로뱅 캉피요 감독의 경험이 반영된 영화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세자르영화제에서도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 편집상, 신인남우상, 남우조연상 등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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