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백>의 시나리오에서 어떤 매력을 발견했나.
=김민교_ 시나리오를 한번에 후루룩 읽었다. 범죄오락영화가 한국에 꽤 있었지만 이 영화만의 색이 분명히 있었다. 캐릭터들의 아귀도 딱딱 들어맞았고.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원희_ 이야기가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유쾌한 오락영화였다. 캐릭터와 캐릭터가 잘 맞물려 굴러가는 느낌도 좋았다.
=오정세_ 비슷한 얘긴데, 캐릭터와 사건이 복잡하게 꼬여 있는데도 어렵지 않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7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중 어떤 캐릭터에 제일 끌렸나.
임원희_ 내가 연기한 백 사장 캐릭터가 좋았다. 코믹적인 요소도 있지만 오랜만에 하는 악역이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이 이경영 배우가 연기한 킬러 역을 탐내지 않았을까.
김민교_ 세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이경영 배우의 킬러, 오정세 배우의 택배기사, 그리고 내가 연기한 양아치. 기존에 희극적인 연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감독님이 내게 택배기사를 시킬 줄 알았다. 그런데 센 이미지의 양아치 역을 제안해서 오히려 고마웠다.
오정세_ 킬러가 가장 색깔이 진해서 재밌을 것 같았고, 택배기사도 좋았다. 택배기사는 영화에서 능동적으로 무얼 한다기보다 상황에 계속 휩쓸려가는 인물인데 그렇게 흘러가는 매력이 있더라.
-베테랑 배우들로 캐스팅이 완성됐을 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을 것 같다.
임원희_ 잘 나오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1992) 같은 느낌도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안 나오면 말고. (웃음)
김민교_ 캐스팅이 좋으니까 현장에 가는 것도 그렇게 즐겁더라. 남자배우들끼리 있으면 선후배 기강이 세거나 분위기가 딱딱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편했다. 별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연기를 받아주니까 현장 가는 게 신났다.
오정세_ 그러고 보니 김민교 배우와는 <조작된 도시>(2017), <하이힐>(2013), <시크릿>(2009)에 이어 벌써 네 번째 만남이다. 이전과 또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서로 연기해서 좋았다.
-코미디 감각이 뛰어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자극적이거나 배우의 개인기에 기대는 코미디는 없다.
오정세_ 코미디일수록 코미디 연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택배기사를 연기할 때도 어떻게 하면 재미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보다 ‘왜 이 인물이 여기 있지?’ 라는 상황을 더 고민했다. 편하게 연기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걸 추구한다. 진짜 자연스러운 건 뭔지,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진짜 자연스러움은 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머니백>에서도 그런 고민을 안고 연기했다.
임원희_ 오정세 배우는 생활 연기의 달인이다. ‘옆집 택배인데요’ 할 때 진짜로 옆집 물건 배달 온 택배기사 같지 않나. 그래서 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던 것 같다. 선의의 자극! 내가 더 튀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김민교_ 기본적으로 내가 나오면 사람들은 웃을 준비를 한다. 그런데 내가 까불면 이 영화가 까부는 코미디, 가벼운 코미디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연기의 톤에 대해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웃음기 뺀 연기다. 대중이 가진 나에 대한 이미지를 계산하지 않고는 이 인물을 풀 수 없었다. 예전에 <동승>(2002)을 할 땐 진짜 스님이냐는 얘기도 들었다. 그때는 뚜렷한 이미지가 없었기 때문인데 이제는 나에 대한 이미지, 사람들의 시선까지 계산해야 하는 것 같다. 외모에도 신경을 썼다. 머리도 내가 짧게 밀겠다고 해서 밀었고, 흉터와 문신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했고.
임원희_ 예전에 영화하면서 사채업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사채업에서 수금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게 생겼다. 그런데 백 사장은 그 윗사람이다. 돈도 좋아하고 멋도 좀 부리는 사람이다. 외모만 봤을 땐 사채업자 같지 않은데,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임원희_ 우선 <머니백>이 기분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고, 곧 드라마 <기름진 멜로>를 찍게 될 것 같다.
김민교_ 예전에 직접 쓰고 연출한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6년 만에 다시 연출하게 됐다. 4월에 첫 공연이라 한창 연극 준비 중이고,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 얘기도 오가고 있다. 희극적 이미지가 굳어진 것에 대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갑자기 예능을 끊겠어, 그런 마음은 없다. 몇년 연기하다 말게 아니니까. 차근차근 내 것을 보여주면서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 <머니백>과 지금의 연극이 있는 것 같다.
오정세_ 곧 드라마 <미스트리스> 촬영에 들어간다. 지난 2월까지 영화 <스윙키즈>를 찍었는데 그때 배운 탭댄스도 좀더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