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필름마트 2018에 다녀왔습니다 ① ~ ②
2018-04-04
글·사진 : 김성훈 |
홍콩필름마트 2018에 다녀왔습니다 ① ~ ②

홍콩의 3월은 영화와 함께하는 계절이다. 홍콩필름마트(The Hong Kong International Film and TV Market, 주최 홍콩무역발전국(HKTDC))가 지난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필름마트는 아시아 최대 규모답게 전세계 37개국에서 온 850여 업체가 부스를 열었다. 행사 기간인 4일 동안 8700여명의 바이어가 필름마트를 찾았고, 이 숫자는 지난해보다 9% 증가했다. 세미나, 제작발표회,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 60개가 넘는 행사와 300여회가 넘는 스크리닝이 열렸다. 홍콩필름마트에서 취재한 홍콩과 중국 영화산업의 분위기를 전한다. 필름마트 기간 동안 열린 제16회 홍콩-아시아필름 파이낸싱 포럼피칭 행사인 오퍼레이션 그린라이트에 참가한 신예 준 리 감독과 한국 관객에게는 <콜드 워> 시리즈로 알려진 서니 럭 감독을 만나 홍콩 영화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소이청 감독의 신작 <림보>가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해마다 홍콩필름마트(이하 필름마트)가 열리는 홍콩 컨벤션&엑시비션 센터는 원래 바닷물이 드나드는 작은 항구였다. 바다를 메워 건립한 인공 섬 위에 올려 세운 이곳에서 필름마트를 포함한 각종 박람회가 1년 내내 열린다고 하니 경제도시 홍콩을 상징하는 공간이라 할 만하다. 영화 팬들에게는 성룡의 <뉴 폴리스 스토리>(2004)를 촬영한 장소로 기억될 수 있겠다. 흥미로운 건, 완차이 중심부에 즐비한 빌딩 숲을 촘촘히 연결한 공중회랑(고가보도)이 이곳으로 통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의 바이어, 수입사, 프로듀서, 감독들이 매년 3월만 되면 여기로 몰려드는 것처럼 말이다.



가파른 성장곡선의 중국 박스오피스가 필름마트에 미치는 영향



“홍콩은 아시아의 트렌드세터이자 해외 시장과 연결하는 허브다.” 필름마트와 제12회 아시안필름어워즈 그리고 제42회 홍콩국제영화제를 포함해 영화, 드라마, 음악 산업을 한데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홍콩 개막식에서 레이먼드 입 부사장이 한 이 말은 홍콩(시장)과 필름마트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표현이다. 올해는 산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요한 이슈가 더해져 필름마트는 더욱 활기차 보였다. 산업적인 이슈라면 지난 2월 설 연휴 중국 극장가가 각종 신기록을 쏟아내며 호황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월 한달간 극장가 성적이 전세계 박스오피스 월간 최고액을 넘어섰고 1, 2월 누적 박스오피스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39%나 성장했다. 홍콩 출신인 임초현 감독이 연출한 밀리터리 액션 블록버스터 <오퍼레이션 레드 시>가 설 극장가의 흥행 분위기를 주도하며 개봉 27일 만에 주성치 감독의 <미인어>(2016)를 제치고 중국 박스오피스 역대 2위에 올랐다(역대 1위는 <특수부대 전랑2>(감독 우징, 2017)다.-편집자). 성급한 판단은 아직 이르지만 이 추세라면 북미 시장을 추월할 시기가 머지않은 듯하다. 끝없는 성장 분위기에 힘입어 역대 가장 많은 숫자의 중국 참가자들이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푸젠성, 광둥성, 후난성, 닝보 등 중국 각지에서 홍콩을 찾았다. 화이브러더스, 알리바바픽처스, 완다 등 중국 메이저 투자·제작사들은 부스를 따로 내진 않았지만 공동제작에 참여하는 영화에 힘을 실어주고, 홍콩을 포함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 영화인들을 만나기 위해 대거 홍콩을 찾았다.



정치적인 이슈라면, 중국 양회가 끝난 뒤 영화산업을 관장하던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난 3월 13일 제13회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나온 국무원 기구 개혁안에 따르면, 국가신문출판 광전총국을 국가방송총국으로 구성해 국무원 직속기구로 관장하기로 했다. ①중국 공산당의 방침 정책 관철 ②방송관리 정책 작성 및 실현 ③방송사업과 산업발전의 총괄 기획 및 조율 인도 ④방송계 체제 및 시스템 개혁 추진 ⑤방송 및 인터넷 시청각 프로그램 콘텐츠와 퀄리티의 감독과 심사 ⑥방송 프로그램의 수입·수록·관리 ⑦방송계를 세계무대로 내보내는 업무를 조율·촉진하는 등이 국가방송총국의 주요 업무다. 중국 정부 업무 보고를 살펴보면 이번 국가방송총국 구성은 문화 발전을 위한 임무로 민생 수준을 보장하고 개선하기 위한 배치 중 하나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방송(과 영화) 산업을 국가 개혁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보고,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빼곡한 ‘홍콩-아시아 필름 파이낸싱 포럼’(HAF) 참가작들의 미팅 일정표.

중국 신작 영화의 라인업



“올해는 이곳이 아시아 최고의 필름마켓이라는 사실을 작정하고 연 것 같다.” 필름마트가 아시아 최대의 필름마켓인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올해는 유독 홍콩의 야심찬 행보가 실감나게 느껴진다는 게 참가자들 사이에서 나온 공통된 반응이다. 사실 2월 베를린 유러피안 필름 마켓(EFM)과 5월 칸 필름마켓 사이에 낀 필름마트는 바이어나 수입사들사이에서 실질적인 거래가 오가기보다는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기며 ‘탐색전’을 주로 펼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 필름마트가 내놓은 각종 행사와 세미나들을 보면 느긋하게 미팅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결코 아니었다.



이번 필름마트에서 홍콩 회사들이 발표한 라인업과 신작의 면면을 살펴보면 중국(자본)과 홍콩(출신 감독)의 합작 움직임은 더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일단 엠페러 모션 픽처스(EMP)는 올해 라인업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신작 7편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오퍼레이션 레드 시>로 주가가 오른 임초현 감독과 캔디 릉 프로듀서, 두 콤비의 신작 프로젝트(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다. 엠페러와 중국의 CCTV가 공동제작하는 임초현의 신작은 홍콩에서 촬영할 계획이고, 배우 장가휘가 출연할 예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부스.

한층 다양해진 플랫폼들



선엔터테인먼트는 중국의 얼동픽처스, 보나필름그룹, 실-메트로폴 오가니제이션 그리고 위시픽처스와 함께 소이청 감독의 신작 <림보>(출연 메이슨 리, 임가동)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소이청 감독은 두기봉 감독의 밀키웨이 이미지에서 <군계>(2007), <엑시던트>(2009)를, 중국과 함께 <모터웨이: 분노의 질주>(2012), <몽키킹> 시리즈, <파라독스>(2017)를 연출했다. 홍콩 배급사 유니버설은 <화이트스톰2> 제작을 발표하며 배우 고천락, 묘교위, 임가흔, 응채아를 캐스팅했다고 알렸고, 2019년 3/4분기 개봉을 목표로 <쇼크웨이브2>의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홍콩의 경계를 구분하는 게 더이상 어려울 만큼 합작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TV, 영화 등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는 원천 콘텐츠(IP)에 대해 논의하는 세미나 ‘중국 TV 시장을 탐색하라’가 열렸다. 캐서린 리우 베이징 엔트그룹 솔루션 센트리 사장, 마종준 츠원미디어그룹 대표, 샤오첸 아이치이 부사장, 허우홍량 데이라이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리우지 크로톤미디어 회장, 렌이완 탤렌트 인터내셔널필름 대표 등 주요 중국 드라마 및 영화 투자·제작사,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의 경영진이 참석해 원천 콘텐츠의 가능성과 가치, 확보할 때 유의해야 할 점 등에 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캐서린 리우 사장은 “온라인 플랫폼이 앞으로 중국 TV드라마의 주요 소비 창구가 될 것이다”라고 온라인 플랫폼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다봤다. 마종준 대표는 “온라인 소설과 뉴스가 TV드라마와 영화의 중요한 원천 콘텐츠가 될 것이다. 영화(혹은 드라마) 각색 판권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작품의 각색 판권을 확보해도 그게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원천 콘텐츠를 각색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우지 회장은 “원천 콘텐츠의 각색 판권을 확보할 때 온라인 플랫폼과 TV드라마의 타깃 관객층이 각기 다르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장과 TV 같은 전통적인 플랫폼과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와 인터넷이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홍콩에서도 원천 콘텐츠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Love in the Valley of Daughters>가 HAF상을 수상했다.

한·중 관계에 의해 달라지는 한국영화 세일즈 부스



홍콩과 중국의 영화가 필름마트 행사 내내 화제를 모은 반면, 한국쪽 부스는 대체로 차분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하 사드) 배치 이후 중국과의 비즈니스가 얼어붙었다가,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중국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한한령이 풀릴 거라는 기대감이 필름마트에서 나왔다. 최윤희 CJ E&M 영화사업부문 해외배급팀장은 “<공작>(감독 윤종빈), <PMC>(감독 김병우), <탐정: 리턴즈>(감독 이언희) 같은 화제작 중심으로 선판매 문의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올해 라인업뿐만 아니라 CJ 라이브러리(과거 라인업)를 방송국이나 VOD 플랫폼 사업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홍콩필름마트가 영화뿐만 아니라 방송 산업도 포함하고 있는 마켓이기에 바이어 풀이 굉장히 넓다”고 전했다. 이정하 콘텐츠 판다 해외세일즈팀장은 “어제 하루만 미팅이 30개였고, 오늘도 30분마다 미팅을 하고 있다. 미팅을 아예 잡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한한령이 풀린다는 소문이 있어서 중국쪽 바이어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며 “NEW 라인업뿐만 아니라 <사라진 밤>(감독 이창희),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 <여곡성>(감독 유영선) 같은 해외 세일즈 대행작들도 세일즈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판매 문의가 잇단 세일즈쪽과 달리 한·중 공동제작은 아직까지 서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필름마트에서 만난 한 제작자는 “공동제작하고 있는 작품이 있지만 아직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다. 한한령이 완전히 풀린 게 아니니까 조심스러워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아꼈다.



컨벤션센터로 가는 공중회랑에서 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홍콩의 홍보대사 여명.

중국 영화시장으로 진출하는 홍콩 영화인들



최근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은 홍콩 영화인들에게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던져주는 동시에 작품을 기획하는 데 복잡한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왕가위, 주성치 등 많은 홍콩 영화인들이 대륙으로 진출하면서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홍콩만을 겨냥한 대작 영화를 제작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콩 로컬 시장을 겨냥한 영화 대부분 중·저예산으로 제작되고 있고, 대작의 경우 중국과 공동제작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중국의 엄격한 심의 때문에 다양성을 보장받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대륙에서 흥행에 성공한 합작영화들이 홍콩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홍콩 영화 인력들이 중국 영화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홍콩 영화산업이 이전처럼 많은 영화를 제작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언어도, 문화도 상이한 중국과 홍콩 영화시장의 상생은 쉽지 않은 과제처럼 보이지만, 중국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 홍콩 영화인들이라면 밝은 미래가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닐 듯하다.



새 시대를 열고 있는 밀키웨이 이미지



밀키웨이 이미지 파티에서 김성훈 기자와 두기봉 감독(왼쪽부터).

“지난 20년 동안 위가휘와 밀키웨이를 이끌어왔다면, 다음 20년은 유내해와 이끌어갈 것이다.” 2년 전, 홍콩의 거장 두기봉 감독은 제작사 밀키웨이 이미지 창립 20주년 파티에서 다음 20년을 준비하기 위해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그래서 <흑사회> 시리즈, <유도용호방>, <PTU>, <암전> 시리즈, <마약전쟁> 등 주옥같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근종> <천공의 눈> 등을 연출한 유내해가 회사의 대표 프로듀서가 되었다. 매년 3월 홍콩필름마트가 열릴 때마다 두기봉 감독과 밀키웨이 이미지는 해외 영화인 친구들과 함께 작업한 동료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곤 하는데, 홍콩 옥토버 픽처스의 김철수 프로듀서의 도움으로 올해는 기자가 두기봉 감독의 자택에 초대받았다. 그곳에서 두기봉·유내해 감독, 케이치(두기봉 감독의 동생이자 밀키웨이 이미지의 살림꾼) 총괄 어소시에이트 프로듀서로부터 두기봉 감독의 신작 프로젝트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작품이냐고? 쉿, 아직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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