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머니백> ‘돈’ 한푼 없는 그들 인생에 거액의 돈이 끼어들다
2018-04-11
글 : 이화정

‘9급 공무원 합격, 파이팅’이라고 벽에 써붙였지만 민재(김무열)는 엄마의 수술비와 학자금 대출로 진 사채빚 갚는 게 급선무다. ‘신체포기각서’로 사채업자 조직에 장기마저 저당잡힌 청춘에게 희망은 없어 보인다. 도박에 빠진 최 형사(박희순)에게도 세상은 지옥 같다. 아내의 죽음과 ‘경찰대 나온 이들이 승승장구’하는 걸 지켜보며 열등감에 사로잡힌 그에게 남은 건 분노조절장애뿐이다. 택배 기사(오정세) 역시 죽도록 뛰어다니지만, 갑질하는 고객으로부터 제대로 배달을 못했다는 누명과 함께 배달한 음식물까지 뒤집어쓴다.

사건의 발단은 ‘돈’ 한푼 없는 그들 인생에 거액의 돈이 끼어들면서부터다. 문 의원(전광렬)의 불법선거자금 용도로 꾸려진 ‘머니백’은 비리자금을 마련하는 백 사장(임원희)의 손에서 똘마니(김민교)와 킬러(이경영), 그리고 앞선 세 사람의 손을 거친다. <머니백>에서 돈가방을 움직이는 것은 기존 범죄물의 탐욕과 같은 범죄의 도구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각각의 캐릭터가 사회로부터 받은 ‘억울함’과 ‘억하심정’이 앞서는데, 덕분에 이 추격전을 생생하게 만들어준다. 돈이 절실했던 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돈가방은 탈출구 없는 현실에 대한 가정법이다. 영화는 B급 코미디가 주는 웃음과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1998)나 <스내치>(2000) 같은 가이 리치 영화의 빠른 호흡을 가져가면서도, 맞고 터져서 피 나고 부어오른 민재의 얼굴과 고객의 욕설에 무방비로 노출된 택배 기사의 억울한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김무열, 박희순을 비롯한 이경영, 전광렬, 임원희, 오정세, 김민교, 7명의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의 B급 코믹 정서의 미묘한 지점들을 배우들의 연기가 든든하게 백업해준다. 비슷한 장르물을 ‘너무 많이 본’ 관객이 식상해할 만한 소재로 부득이하게 미리 발목을 잡히지만 않는다면, 어필할 지점이 적지 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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