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초청작인 홍상수 감독의 장편영화 <클레어의 카메라>가 4월25일 개봉일을 확정하고 메인 포스터, 메인 예고편 등을 공개했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진 음악 선생님 클레어(이자벨 위페르)가 칸영화제 출장 중 부정직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쫓겨난 영화배급사 직원 만희(김민희)를 우연히 만나 그녀의 사정에 공감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칸영화제 상영 이후 ‘아무 것도 아닌 만남들과 우연, 대단할 것 없는 일상의 궁색함으로 인간관계와 그들의 깊은 모순을 와 닿게 만든다’(<르몽드>), ‘반짝이는 일탈들과 놀라운 우연의 일치로 가득한, 할리우드 클래식 영화들과 필적할만한 작품’(<뉴요커>)등 유럽을 비롯한 미국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또 프랑스의 명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김민희의 첫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 9일 공개된 <클레어의 카메라>의 메인 예고편은 칸영화제를 방문한 클레어와 칸영화제에 참석한 영화감독 소완수(정진영)가 카페에서 키우는 개 ‘밥’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클레어와 소완수가 밥과 인사를 나누고 떠난 카페에는 만희와 그녀의 상사 양혜(장미희)가 방문하고, 만희 역시 클레어처럼 밥의 곁에 잠시 머무른다. 밤이 되어 다시 카페에 들른 만희와 클레어가 우연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사진을 왜 찍는 거예요?”라는 만희의 질문에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것을 아주 천천히 다시 쳐다보는 겁니다”라고 답하는 클레어의 모습으로 마무리되는 예고편은 두 사람의 직관적이고 예리한 문답으로 잔상을 남긴다.
2011년 <다른 나라에서>로 홍상수 감독과 처음 협연해 화제가 됐던 이자벨 위페르는, <클레어의 카메라>를 통해 다시 한 번 그와 호흡을 맞췄다. <다른 나라에서>의 출연 제안 당시 홍상수 감독에 대한 신뢰로 그 즉시 출연을 승낙했던 이자벨 위페르는 “홍상수는 아주 큰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최소한의 것을 할 줄 아는 감독”이라며 “그것은 영화를 만드는 최고의 방식”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한편, 홍상수 감독의 <풀잎들>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풀잎들>은 올해 2월 개최된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첫 선을 보였다. 영화는 커피집과 슈퍼마켓이 자리한 한 골목을 배경으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는 한 여자와 이곳을 드나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감독의 전작인 <그 후>와는 또 다른 질감의 흑백 영화인 <풀잎들>에는 배우 김민희, 정진영 등이 출연했다. 개봉을 앞둔 두 영화를 포함하면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협업은 다섯 번째, 정진영과는 두 번째다. 정진영은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은 나에게도 자극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풀잎들>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당시 ‘기발한 작품. 캐릭터들은 술에 취해있고 신경질적이며 사랑과 죽음에 대한 유머러스한 토론을 한다’(<할리우드 리포터>), ‘짧은 66분 동안 관객들을 놀라게 할 영화’(<스크린데일리>) 등 외신의 호평을 받았다. <풀잎들>은 올 하반기 국내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