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당신의 부탁> 다양한 엄마의 모습
2018-04-18
글 : 임수연

몇년 전 남편이 죽고 혼자가 된 효진(임수정)은 매사에 무기력하게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효진은 시동생으로부터 남편과 그의 전 부인 사이에 있었던 아들 종욱(윤찬영)을 대신 키워줄 수 없겠느냐는 갑작스런 부탁을 받는다. 청소나 화장실 배려 등 일상의 곳곳에서 부딪치는 두 사람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한다. 툭하면 독서실에 간다고 거짓말을 한 후 누군가를 찾아나서는 종욱은 효진에게 오해를 받아도 변명조차 하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둔다. 종욱이 죽은 줄만 알았던 그의 친엄마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효진은 자꾸 비밀을 만들려는 종욱과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한다.

<당신의 부탁>의 영어 제목이인 ‘Mothers’가 알려주듯, 영화는 효진을 비롯한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그린다. 직접 낳지도 않은 아이의 양육을 떠맡은 효진, 중학생인데 덜컥 임신을 한 종욱의 친구 주미(서신애)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엄마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구체화되지 않은 모성을 막연하게 찾아나서는 종욱과 엮이면서, <당신의 부탁>은 관계맺음에 관한 일종의 케이스스터디를 담아낸다. 특히 김선영이 연기하는 어떤 캐릭터는 낳은 정과 키운 정이란 이분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모성의 복잡성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환절기>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KNN 관객상을 받은 이동은 감독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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