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원죄> 종교적 원죄에 대한 탐구
2018-04-18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수녀 에스더(김산옥)는 종신서약 후 첫 부임지인 군산에 위치한 성당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한 상문(백승철)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상문은 미군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던 아내가 떠나버린 후, 간질을 앓는 어린 딸 혜정(이현주)이 생선을 팔아 번 돈으로 술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상문은 수녀가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은 거짓과 위선이라며 에스더를 모욕한다. 한편 에스더는 부임 후 상문과 혜정의 어려운 처지를 알게 되고 도와주려 하지만 상문 부녀는 도움을 거부하고, 신부도 “상문은 도울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며 에스더가 상문을 돕는 것을 반대한다. 한편 에스더에게 성적 욕망을 품은 상문은 에스더가 잠든 방에 몰래 침입한다.

<미란다>(1995), <콜렉터>(1996)를 연출한 문신구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종교적 원죄에 대해 탐구한다. 욕망을 탐하는 것이 죄라면, 애초부터 신은 왜 인간에게 욕망을 주었는가? 영화는 이 문제에 대해 고찰한다. 눈에 띄는 건 에스더 역을 맡은 김산옥과 혜정 역을 맡은 이현주다.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두 배우를 캐스팅해 영화에 신선함을 더한다. 그리고 <군함도>(2017) 등에 출연했던 백승철도 호연을 펼친다. 삶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신을 저주하는 남자와 신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수녀가 만들어내는 긴장이 사뭇 팽팽하게 이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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