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마녀> 김다미 - 고요 속 폭풍 같은 매력
2018-07-05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백종헌

김다미를 만난 건 <마녀>의 개봉날이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는 게 아직은 신기하고 얼떨떨하다”며 그녀는 웃었지만, 김다미에게선 첫 주연작의 개봉을 맞은 신인배우에게 느끼기 힘든 차분함이 느껴졌다. 폭풍의 한가운데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은 굳건함이랄까. 박훈정 감독이 “<마녀>의 자윤과 100%의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라고 그녀를 소개한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마녀>의 자윤은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에게도 완벽하게 읽히지 않는 인물이다. ‘전복’이라는 이 영화의 부제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여유롭고 가뿐하게 뛰어넘는 자윤은 한국 영화사에 또 한명의 매혹적인 여주인공으로 기억될 것이다. 신인배우 김다미가 그녀의 시작을 함께한다.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녀>에 캐스팅됐다.

=지난해 학교를 졸업하고 영화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공연예술학과(인천대)에서 연극을 전공했지만, 영화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디션에 지원하기 시작한 거다. 그러다 <마녀>를 만났다. 세번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됐는데, 감독님은 내가 주연으로 뽑혔는데도 별 반응이 없어 당황스러우셨단다. 그런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웃음) 좀 얼떨떨했다. 내가 자윤을 연기하게 됐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더라.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나보다.

=맞다.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무던하게 생각하려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자윤과 비슷한 점이 많다. <마녀>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자윤의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마녀>의 자윤을 어떤 인물로 봤나.

=선과 악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복합적인 인물. 동시에 변화의 지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자윤은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여성상인 것 같다.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어떤 소녀였을지 궁금하다.

=특별한 건 없었다. 늘 보통의 성적을 유지했고, 끼가 많은 편도 아니었다. 배우라는 꿈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고 얘기했는데, 자윤은 모든 면에서 특별하다. 이런 인물을 연기한 소감은.

=내가 평범한 사람이기에 처음에는 자윤을 연기하는게 부담스러웠다. 자윤은 노래도 잘하고 액션도 잘하고 얼굴도 예뻐야 하니까. 자윤이 덕분에 노래도 연습하고 운전면허도 땄다. 자윤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윤은 고뇌하지 않는 슈퍼히어로다. 이미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충분히 알고 있다고 할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윤은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하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는 자윤이 부모님 그리고 친구 명희와 맺는 관계가 진심일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나는 그 마음이 진실일 거라 생각하며 연기했다. 그게 자윤과 또 다른 능력자인 귀공자의 다른 점일 거라고 봤고.

-귀공자 역의 배우 최우식과 일대일로 붙는 액션 장면이 굉장하다. 파워로 승부하는 여성 캐릭터는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본 적이 없다.

=감독님, 무술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던 장면이다. 귀공자가 전력을 다하는 액션을 선보인다면 자윤은 몸을 크게 쓰지 않으며 절제되고 간결한 액션을 구사한다. 최소화된 동작 안에서 강한 힘이 보이게끔 훈련을 많이 했다. 대사와 액션을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고 들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배우로서 나의 무기는 평범함이라고 생각한다. 고정되어 있지 않기에 더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의 엘라이자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영화 2018 <마녀> 2017 <나를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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