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박화영(김가희)은 가출팸의 ‘엄마’이고, 모델로 활동하는 얼짱 미정(강민아)은 화영의 단짝친구다. 화영은 미정의 보호자라도 된 듯 그녀에게 집을 제공하고, 라면을 끓여주고, 빨래를 해준다. 미정의 남자친구 영재(이재균)가 미정을 두고 한눈을 팔 때, 미정보다 분노한 것도 화영이다. 미정을 향한 화영의 애정이 파국으로 치달을 때까지, <박화영>은 10대 가출팸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눈 하나 깜짝 않고 전달해나간다.
첫 장면부터 화면을 압도하는 것은 육중한 몸에 “씨발”을 숨쉬듯 내뱉는 박화영의 존재감이다. 대낮에 집 앞에서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며, 경찰에게 “한번 줄까”라며 팬티를 내리려 하는 모습은 그녀의 폭력성을 한층 강화해준다. 한국영화에 이만큼 외형적 강렬함을 가진 캐릭터가 있었나 곱씹어볼 만큼 괴물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공격적인 화영이 무리에서 이용당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녀의 이 ‘센’ 외형이 오히려 기형적인 형태로 남으며 슬픔으로 전가된다. 천명관의 소설 <고래>에 나오는, 저주받은 거구의 여성 춘희가 연상된다. <박화영>을 보고 있으면 <파수꾼>부터 <꿈의 제인>의 10대들까지 불러오게 된다. 다소 과장되어 있지만, 박화영이라는 판타지는 자고 일어난 후의 생생한 꿈과도 같다. 그래서 소녀가 존재하고 있는 이 땅이 더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다. <똥파리> 등에서 배우로 활동한 이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명필름랩의 세 번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