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이상하고도 매력적인 배우, <세렌디피티>의 존 쿠색
2002-04-24
글 : 최수임

만지고 싶은 머릿결, 눈가와 입매에 서린 웃음기, 솔직함과 약간의 아이스러움. 이것저것을 떠올려 열거해도 존 쿠색의 매력을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사람을 두고 그저 ‘호감이 간다’라고 말하던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 ‘나는 왜 늘 사랑에 실패하나’ 생각하며 ‘지나간 연애담 베스트 5’를 꼽았을 때도, <아메리칸 스윗하트>에서 스타 아내를 두고 그녀의 털털한 여동생에게 마음이 끌려 전전긍긍할 때도, <에어컨트롤>에서 동료의 아내를 범한 뒤 동료인 빌리 밥 손튼의 서슬에 질릴 때에도, 그는 언제나 보는 이의 마음을 끌었다. 그의 편이 되게 했다. 희노애락을 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그의 연기는, 강한 인상은 못줄지언정 언제나 피부에 와닿았고 보는 이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곤 했다. 신작 <세렌디피티>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명적인 발견’을 뜻하는 제목의 영화 <세렌디피티>에서 쿠색은 약혼녀를 두고 뒤늦게 운명적 사랑과 재회하는 남자 조나단을 연기했다. “<콘 에어> 같은 영화에요. 상업영화 말이에요.” <세렌디피티>에 대해 그는 개봉 전 이렇게 말했었다. 약간은 무심한 듯한 이런 언급에서 눈치챌 수 있듯, 뉴욕을 무대로 한 로맨틱코미디 <세렌디피티>는, 존 쿠색의 취향에 딱 맞는 영화는 아니다. 존 쿠색은 그보다는 좀 ‘이상한’ 영화들을 선호한다. 하나같이 정상이 아닌 배우들을 데리고 ‘예술’을 하느라 고생하는 극작가의 이야기인 우디 앨런의 <브로드웨이를 쏴라>, 콘플레이크의 창시자를 주인공으로 한 앨런 파커의 <로드 투 웰빌>, 배우 존 말코비치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인 스파이크 존스의 <존 말코비치 되기>. 이런 영화들 말이다.

이상한 영화에 잘 어울리는 존 쿠색은 그런데 이상한 배우는 아니다. 그는 할리우드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대중과의 친화력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배우 중 하나다. 아버지 딕 쿠색을 비롯해 조안, 앤, 빌, 수지 쿠색 등 형제들이 모두 배우인 ‘연예가’ 출신인 존 쿠색은 어려서부터 연기교육을 받고 연극무대에 섰다. 17살에 십대용 영화들에 출연을 시작했고, 아역배우로 묻히지 않으며 탄탄하게 성인연기자로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가수에 빗대자면 기획상품으로서의 댄스가수가 아니라 인디 밴드의 보컬리스트였다. 22살 때 쿠삭은 팀 로빈스의 ‘로스엔젤레스 액터스 갱’을 벤치마킹한 극단 ‘더 뉴 크리미널즈’를 시카고에서 만들어 실험적 연극들을 무대에 올렸고, 친구들과 영화사 ‘뉴 크라임 프로덕션’을 만들어서는 <그로스 포인트 블랭크>나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같은 코미디영화를 직접 각본과 연기를 병행하며 만들었다. 관객들의 호감은, 스타에 대한 환호와는 조금 다른 식으로 그에게 주어졌다.

돈과 유명세를 보장하는 주류 할리우드의 각박함 대신 주변의 톡톡한 재미를 택한 그의 ‘존 쿠색 되기’는 여전히 성업중이다. 쿠색의 앞으로의 행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존 말코비치 되기>의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신작 <개작>. 여기서 그의 배역은 바로 ‘존 쿠색’으로, 존 말코비치가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존 말코비치로 나왔듯, 그는 <개작>에서 존 쿠색으로 나온다. <존 말코비치> 촬영장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 존 쿠색으로 카메오 출연을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출연작으로는 히틀러와 그의 미술교사의 관계를 파헤치는 영화 <맥스>가 있다. 여기서 쿠색은 아돌프 히틀러의 미술교사 맥스 로트만을 연기한다. <맥스>는 쿠색이 “내가 본 ‘시나리오 베스트3’에 드는 작품이에요”라고 말하는 영화. 한동안 몰두하던 ‘연애담’에서 벗어나 ‘존 쿠색’, 그리고 히틀러의 개인교사라는 ‘특이한’ 배역을 연기할 존 쿠색이 또 어떤 색다른 재미를 관객과 공유할지 내심 기대가 된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