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베트남영화②] 리 푸엉 중 베트남 영화국 부국장 - 베트남 영화산업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2018-07-26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 급성장하는 산업일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정책이 현장의 가려운 데를 제대로 긁어주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을 전문가 못지않게 잘 아는 관료가 필요하다. 리 푸엉 중 베트남 영화국 부국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성장을 멈추지 않는 베트남 영화산업의 컨트롤타워로서 손색없어 보인다. 그는 하노이국립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베트남 영화잡지 기자로 10년 넘게 활동하다가(1991~2002년) 2003년 베트남 영화국에 들어가 현재까지 정책, 행정 등 영화 현장에 숨결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리 푸엉 중 부국장은 베트남 영화산업의 잠재력을 더 끄집어내기 위해 관련 법안 개정안을 내려 하고, 더 많은 영화학도들을 해외로 유학보내려 하며, 어마어마한 자본력을 갖춘 해외 기업과 공정한 경쟁 환경을 갖추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지난 7월18일 베트남영화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그를 만났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그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났고, 대답은 솔직하고 명료했다.

-영화제가 아니면 평소 베트남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이런 행사를 통해 베트남영화를 볼 수 있게 돼 반갑다.

=베트남과 한국은 양국의 문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베트남영화 4편을 소개한다. 베트남 영화산업이 갈수록 급성장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은 베트남영화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또, 한국에 다문화가정이 많지 않나. 다문화가정과 더불어 유학생, 대학생, 영화인 등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베트남 공동체도 있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이들에게 자국의 신작 영화를 보여줄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 내년에도 이 행사를 계속 열고 싶다.

-말한 대로 최근 베트남 영화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까지 매년 평균 38~42편의 자국영화가 개봉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20편이 개봉했다. 상영관은 약 180개, 스크린 수는 818개를 기록하고 있고 흥행작도 증가했다. 이번 행사에서 상영되는 <디자이너>와 <불량소녀>는 각각 600억동(약 29억4600만원), 1600억동(78억56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한국과 공동 제작한 영화 <내가 니 할매다>(<수상한 그녀>의 베트남 리메이크작이다.-편집자)는 800억동(39억28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이런 기록들을 보면 관객수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 영화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뭐라고 보나.

=1990년대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 이렇다 할 법적 규정이 따로 없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그들이 영화를 제작하는 것과 관련된 규정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고, 2006년 영화제작법이 시행됐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지난 12년 동안 많은 영화 제작사가 설립됐고, 2018년 현재 제작사가 470여개에 이르렀다. 우리는 영화 제작을 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기 위해 관련 법률 개정안을 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세계 사람들이 그렇듯이 베트남 국민도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한국도 그렇듯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을 것 같다.

=크게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자국영화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하다. 제작하는 데 필수적인 여러 설비들이 부족해 아직은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둘째, 감독과 배우, 촬영감독, 동시녹음기사, 제작자 등 전문성을 갖춘 영화인도 부족하다. 베트남에는 영화 전문 국립대학이 두군데 있는데 이 두곳만으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영화산업에 전문 인력을 공급하는 게 역부족이다. 과거에는 영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자비로 유학을 떠나야 했다면, 현재는 베트남 정부가 국가 예산을 들여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해외로 영화 석·박사 유학을 많이 보내고 있다.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더 많은 학생들을 해외로 보낼 계획이다. 세 번째는 법률 문제가 있다. 영화 관련 법률이 개정된 지 12년이나 지났는데 이 법이 급변하는 영화산업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령, 해외 기업과 공동 제작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영화산업과 연계된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아시아 각국과 함께 아시아영화진흥기구(AFPA)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베트남 영화국은 AFPA에 기대하는 게 무엇인가.

=지난해 오석근 영진위 위원장이 당시 베트남 영화국 국장에게 AFPA를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AFPA에 내야 할 연간회비를 허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영진위는 물론이고 AFPA와 지속적으로 교류하길 원한다. 당장 회원국이 될 순 없지만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나 제공해야 할 자료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조할 생각이다. AFPA가 베트남 영화산업의 성장에 필요한 기구라고 생각하니까. 아시아 국가들이 연대해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면 아시아 영화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도 단계별로 따라갈 수 있도록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적극 협조하겠다.

-최근 CJ CGV가 베트남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것과 관련해 베트남 영화인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CGV 덕분에 파이가 커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외국계 기업이 전체 스크린의 절반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던데.

=CGV는 현재 전체의 50%에 달하는 스크린 수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정부(문화체육부)와 영화국은 CGV 리더들을 만났다. 외국계 기업이 이렇게 많은 스크린을 점유하고 있으면 베트남 영화산업이 발전할 수 없고, 그것은 공평한 경쟁이 될 수 없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이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베트남 영화산업뿐만 아니라 베트남 전체 경제와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객이 (영화를 고르는 데) 공평하게 저울질을 할 수 있고, 베트남 기업 또한 외국계 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노이국제영화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지난 2월부터 200여개 국가에 초청장을 보냈다. 7월 현재까지 수백여편의 작품이 접수되었고 이중에서 개·폐막작을 포함해 10여편의 상영작을 고르고 있다. 폴란드영화를 소개하는 특별전도 준비하고 있고, 베트남영화도 함께 상영할 계획이다. 더 많은 베트남 제작사가 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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