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목격자> 곽시양 - 우선, 평범해지기
2018-08-07
글 : 송경원
사진 : 오계옥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문장이다. 써놓고 보면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인사 같지만 한땀 한땀 자수 놓듯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는 눈빛을 보고 있으면 빈말이 아님을 대번에 실감할 수 있다. 주로 로맨틱 멜로에 출연해온 배우 곽시양은 데뷔 후 처음으로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았다.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힘 빼고 자연스럽게’였다. 상업영화 첫 주연작이라 마음가짐이 남달랐는데 그 경직된 부분이 나도 모르게 묻어난 것 같다.” 원석이 다듬어져가는 풍경.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진짜인 척하지 않기로 했다”는 곽시양은 그렇게 진짜가 되어간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역할에 도전한다.

=캐릭터가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이 시나리오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이번에 맡은 태오는 무자비하면서도 영리한 인물이다. 사이코패스 살인마는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캐릭터인지라 처음에는 다르게 접근하려고 이런저런 궁리를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쌓은 이미지를 이번 기회에 깨부수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

-처음 소화하는 강한 역할인데 영감을 얻기 위해 참고한 캐릭터가 있나.

=갈피를 못 잡던 와중에 정남규라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들었다. 감독님과 자료조사를 꽤 많이 했는데 그중에 눈에 띈 인물이다. 잡히지 않기 위해 매일 체력훈련을 하고, 족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운동화 밑창을 떼어내는 등 알면 알수록 철두철미하고 잔혹한 인물이라 태오와 유사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며 그를 모티브 삼았다.

-분명히 파격적인 연기 변신인데 오히려 그런 부분에 집착하진 않는 것 같다.

=<목격자>는 보는 내내 숨 막히고 긴장감이 있는 이야기다. 전개가 빠르고 집중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내가 구현해야 하는 캐릭터가 극의 호흡과 별개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초반엔 어떻게 하면 좀 더 무섭고 잔인해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무섭게 보이려고 애쓸수록 무섭지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한참 헤맬 때 감독님과 이성민 선배가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셨다. 영화의 호흡이 빠르다고 나까지 빨라질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저 내 역할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려나가면 되는 거였다. 그걸 위해 우선 평범해지려고 노력했다. 살도 찌우고 과장된 행동과 연기도 최대한 자제했다. 현실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일수록 살인이 주는 충격도 클 거라 여겼다. 그나마 특별히 신경 쓴 액션은 망치를 휘두르는 장면들이다. 생각보다 무거워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기까지 꽤 연습이 필요했다.

-이성민 배우와는 <로봇, 소리>(2015)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다.

=빈말이 아니라 촬영장 분위기 자체가 재미있었다. 이성민 선배님은 워낙 잘 이끌어주시고 세세한 부분까지 눈높이를 맞춰주신다. 촬영 중간에 체육대회 같은 것도 했다. 매일 밤 짜장라면을 너무 맛있게 끓여주셨는데 역할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매번 받아먹다보니 살이 제법 쪘다.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나뿐만 아니라 스탭들까지 모두 살이 찌고 있었다. (웃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데뷔 이후 내게 잘 맞는다고 추천해주는 역할들을 먼저 입어왔다. 로맨틱 코미디는 지금도 재미있다. 다만 이제 조금씩 깊이에 대해 고민해야 할 단계인 것 같다. 매 작품 단단하게 다져나가려 한다. 드라마와 영화 모두 아직은 열심히 배우는 단계다. 매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한다. 각각 다른 긴장감이 있다. 영화는 한 장면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조금 깊은 호흡으로 몰입해 들어가야 한다. 반대로 드라마는 스케줄상 한 장면을 실수한다고 해서 다시 찍을 수가 없다. 내 모자란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목표를 정해 달려가기보다는 주어진 역할 하나하나에 매진하려 한다. 그런 경험이 쌓여 언젠가 ‘참 멋있는 배우’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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