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만으로 놀라운 사건일 수 있다면, 장동건의 김기덕 영화 출연이 그런 경우가 될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해안선>에 ‘톱스타’ 장동건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장동건과 김기덕 감독의 만남은 의외의 사건이지만, 한편으로는 예견돼 있던 것이기도 했다. 평소 김기덕 감독은 장동건에 대해 “스타 시스템의 핵심인물 가운데 한명이자 심도 깊은 캐릭터를 수행해낼 수 있는 역량이 보인다”며 장동건의 배우로서의 자질을 높이 평가했고, 장동건 역시 최근 <나쁜 남자>를 보고 “주류영화계의 변방에서 만들어지는 작고 진지한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김기덕 감독의 최근작 <나쁜 남자>를 관람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저예산영화의 힘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조재현 선배를 보면 어떻게 저런 연기가 가능한지 놀라울 뿐이다”라는 감상을 전하곤 했기 때문이다.
<해안선>은 한반도 최전방 철책선 근처의 군부대를 중심으로 분단 체제의 적대감이 어떻게 인간 개개인을 비정상적인 광기와 파괴로 몰아가는지 형상화하는 작품. 군사경계지역 해변가에서 정사를 나누던 남녀 중 남자를 간첩으로 오인하고 사살한 군인 강상병(장동건)이 정신장애로 의가사제대를 한 뒤 부대 주위를 맴도는 이야기. 거기에 애인의 처참한 죽음을 목도하고 미쳐서 철책선 주위의 모든 남자를 죽은 애인이라고 착각하고 몸을 주는 여자 미영의 비운이 겹쳐진다. 톱스타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해안선>은 순수제작비 7억원의 저예산 원칙을 지킨다. 이는 장동건이 저예산영화에 걸맞은 출연료 수준을 흔쾌히 받아들였기 때문. “저의 예상출연료 부분이 프로덕션 과정에서 생산적으로 잘 쓰이기를 희망한다”고 그는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요즘 강원도 산골에 <수취인불명>의 빨간 버스를 끌어다놓고 그 안에서 잠을 자며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해안선> 시나리오를 다듬고 있다. 이 작품은 6월10일경 크랭크인하여 한달 만에 크랭크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