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씨네21>은 “타임라인으로 정리해본 <군함도>” 기사(1118호)를 통해 <군함도>를 둘러싼 여러 논쟁의 확산 과정을 살펴본 바가 있다. 지난 7월 25일 개봉한 <인랑> 역시 <군함도>와 구체적인 이유는 다르지만 구설의 확산과 흥행 성적의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심지어 그 속도가 유례없이 빨랐다는 점에서 <인랑>은 개봉 직전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사건을 반추해볼 만하다. 주연배우 논란부터 출연배우의 인스타그램 글까지, <인랑>을 둘러싼 잡음을 정리해보았다.
6월 20일_정우성과 난민 이슈
<인랑> 개봉을 앞두고 배우 정우성이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 장문의 글을 올렸다.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촌 사진 그리고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관련 유엔난민기구의 입장문과 함께 난민에 대한 이해와 연대로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친선대사 정우성은 그동안 난민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로 촉발된 난민 혐오 문제는 그가 항상 해왔던 일, 항상 해왔던 발언이 논란이 되게 만들었다. <인랑> 개봉을 앞두고 벌어진 이 사건은 추후 그와 입장이 상충된, 그리고 (댓글 게재 시점으로 보건대) 아마도 영화 실 관람객이 아닌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네티즌의 “믿고 거른다”는 식의 댓글 폭격으로 이어졌다.
7월 7~8일_강동원·한효주 열애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장을 보고 나오는 사진이 확산됐다. 최초 제보자에 따르면 이 사진은 지난 5월 말 미국 LA의 한 마켓 앞에서 촬영된 것이다. 이는 대만 등 해외 언론에서도 크게 기사화할 만큼 호사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강동원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한효주의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는 각각 공식입장(두 사람이 절친한 동료 관계이며 미국 일정이 겹쳐 지인들과 동석해 식사를 했다)을 내놓으며 열애 기사에 해명했다. 이들을 향해서도 정우성만큼이나 영화 외적인 요소들로 인한 악의적인 댓글들이 이어졌다.
7월 25일_<인랑> 개봉 및 ‘<리얼>급’ 논란
<인랑>과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 동시 개봉했던 7월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의 날, <스타데일리뉴스>에서 쓴 기사 “S리뷰-영화 <인랑>, <리얼>에 버금가는 완성도”가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기사의 일부를 발췌한 이미지는 약 36시간만에 8개 커뮤니티에서만 5만건 가까이 되는 조회 수를 올렸고, 트위터에서는 단 두 시간 만에 수천건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7월 27일_<인랑> 일일 박스오피스 순위 3위로 하락
부정적인 입소문이 얼마나 빠른 관객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 첫날 27만명, 둘쨋날은 62.9%가 감소한 10만명을 기록한데 이어 또 한번 스코어가 하락했다. 보통 목요일 대비 관객수가 증가하는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관객수는 10만명 이하인 8만8천명을 기록했다. 박스오피스에서는 <인크레더블2>에 밀려 한 계단 하락한 3위를 기록했다.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는 첫날 1085개, 4503개에서 각각 977개, 3839개로 감소했다.
7월 30일_배우 김무열 무대 인사 발언 논란
<인랑>에서 공안부 차장 한상우 역을 맡은 배우 김무열은 7월 28일부터 29일까지 주말 동안 진행된 <인랑> 무대 인사에서 “수많은 외화들의 시장 공략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화 <인랑>을 선택해주신 여러분의 높은 지적 수준에 존경을 표한다”는 농담을 몇번 던졌는데, 관객에게 ‘지적 수준’을 운운했다는 비판이 하루만에 9개 커뮤니티에서 약 18만 조회 수를 올리며 인터넷에 확산됐다.
8월 1일_<신과 함께-인과 연> 개봉
<신과 함께-인과 연>이 개봉 첫날 124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역대 박스오피스 오프닝 관객수 1위 기록을 갈아치우는 사이, <인랑>의 일일 관객수는 6072명으로 감소했다. <신과 함께-인과 연>이 1967개 스크린을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인랑>의 상영 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영향도 있었고, <인랑>의 좌석판매율 역시 13.3%에 그쳤다.
8월 4일_‘인랑1’ 배우 유상재 SNS 글 논란
<인랑>에서 ‘인랑1’ 역을 맡은 배우 유상재는 자신의 SNS에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고가 담긴 영화가 너무나도 쉽게 폄하되고 평가절하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고 개탄스럽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여러 언론에서는 “유상재, <인랑> 악평에 ‘작전세력 판쳐’ 황당 주장”(<헤럴드경제>), “<인랑> 참패는 관객 탓? 끊임없는 논란들”(<뉴스엔>) 등의 기사를 수십개 쏟아냈고, 유튜버들은 이 사건을 요약한 콘텐츠를 만들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배우의 멘트를 정리한 글이 3일 동안 15개 커뮤니티에서 약 17만 조회수를 올리며 퍼져나갔다.
8월 7일_배우 유상재, 사과문 게재
배우 유상재는 개인 SNS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자 ‘부족한 글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신 많은 관객 여러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또한 의도치 않게 영화 <인랑>에 참여하신 많은 분들에게 누를 끼치게 된 점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장문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그는 개인 SNS 계정에 올렸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기사화된 것이 당혹스러웠고, “순화되지 못한 감정적인 언어들과 신중하지 못한 단어 사용”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동시에 “관객을 비난하거나 ‘흥행 실패의 원인이 관객탓’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라는 해명과 “정치색을 띤 작전세력”, “정권이 바뀌었어도 활개를 치는 댓글부대”라는 표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논란과 관련이 없는 아내의 얼굴사진이 포함된 기사와 게시물을 자발적으로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