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 최신규 총감독, "'같이 가자!'는 감성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지금도 확신한다"
2018-08-16
글 : 김소미
사진 : 최성열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가 8월 1일 개봉일 스코어 16만명으로 역대 애니메이션 오프닝 기록을 경신하고 첫 주말까지 62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초등학교 1학년 차탄이 시공간을 넘나드는 시계를 통해 변신 로봇을 불러들이는 설정인 <헬로카봇> 시리즈는 2014년 TV 첫 방영과 함께 완구 판매율을 이끄는 원천 소스의 힘을 증명했다. 기존의 자동차 변신 로봇에서 변화를 꾀한 이번 첫 극장판에선 공룡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새로운 4개 캐릭터가 등장한다. 손익분기점 105만명을 무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이름은 총감독을 맡은 최신규 전 손오공 회장이다. 최신규 총감독은 추억의 완구 ‘끈끈이’를 비롯해 발사대를 이용한 팽이 ‘탑블레이드’의 신화를 썼고, ‘헬로카봇’과 ‘터닝메카드’를 연이어 출시하며 뉴밀레니엄세대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떠올랐다. 최 총감독은 1992년 창립한 국내 1위 완구회사 손오공을 2016년에 미국 마텔사에 매각하고, 현재 아들 최종일 대표가 운영하는 완구·애니메이션 콘텐츠 전문기업 초이락콘텐츠팩토리에 몸담고 있다.

-기획, 제작 등을 총괄한 총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손오공을 이끄는 사업가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역할 변신을 꾀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손오공 창업 후에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1999), TV만화 <하얀 마음 백구>(2000) 등 30여편의 애니메이션에 기획, 투자로 참여했다. 그중엔 내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들도 많다. 후배 양성에 집중하자는 취지였다. 이번에 총감독을 맡게 된 것은 제작에 대한 오랜 노하우와 아이디어가 쌓인 창의적인 지휘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어린 애니메이터들까지 유연하게 이끌 수 있는 선배의 역할로 접근했다. 나름대로 성공한 케이스니까 후배들이 따라줄 거란 생각도 있었고. (웃음) 작가, 애니메이션 감독, 그래픽 감독 등 구성원들의 장점을 융합하는 데 그동안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의 실제 모델을 일부 등장시킨 <헬로카봇>의 탄생부터 이야기해보자. 2013년에 처음 완구를 출시했다.

=현대차 모델과 관련해서는 일면에서 내 애국심이 발휘된 사례일 수도 있겠다. 과거의 로봇물을 끌어왔지만, 옛날보다 더 재밌게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도 주요했다. 요즘 아이들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 로봇물을 설득시키려면 자동차 같은 친근한 모티브가 필요할 거라고 봤다. <트랜스포머> 스타일이라는 오해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는데, 이번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는 자동차가 아닌 공룡이 직접 변신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

-공룡카봇 4총사(티라클레스, 트리톤, 테고, 테라제트)의 새로운 등장이 극장판의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7월 7일부터 TV 애니메이션 <내 친구 코리리>가 방영 중이고, 올겨울에 <극장판 공룡메카드: 타이니소어의 섬> 개봉도 앞두고 있다. 로봇물과 마찬가지로 공룡물 역시 클래식의 트렌디한 활용처럼 느껴진다.

=향수를 자극하는 과거의 로봇, 공룡물을 요즘 어린이들의 시대로 다시 데려다놓으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금 <헬로카봇> 시리즈를 보고 자란 어린아이들이 나중에 키덜트층을 형성할 때까지 멀리 내다보려는 시도다. 당연히 차가 변신할 줄 알았는데 살아 있는 공룡이 변신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순간의 생경함과 놀라움도 극장판에선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봤다. 말이 그렇지 공룡을 쪼개서 변신시키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웃음)

-두 주제곡 <공룡 보러 가자> <엄마 얼굴>을 직접 작곡하고, 작사에도 관여했다고.

=한때 음악을 하고 싶어서 피아노, 기타를 배웠다.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휴대폰에 녹음하고 가끔은 직접 가이드까지 만들어서 작곡가들에게 들려준다. <공룡 보러 가자>는 손녀딸에게 ‘공룡 보러 가자’고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줬는데, 한번 듣고는 금세 따라하는 거다.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그 뒤에 ‘엄마하고 가자, 아빠하고 가자’라는 반복적인 가사를 붙였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시시하지만 아이들에겐 어딘가를 엄마, 아빠와 같이 가고 싶다는 마음이 매우 핵심적인 감정이다. 어머니가 43살에 날 낳으셨고, 난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랐다. 혼자서 매일 구슬치기, 딱지치기 하면서 어린 시절에 무엇이 필요한지 절실히 느껴왔고, ‘같이 가자!’는 감성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지금도 확신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쉽고 따라하기 좋은 콘텐츠를 최우선으로 하는 건가.

=나는 <헬로카봇> 시리즈를 비폭력 가족영화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는 초등학교 2학년을 기준으로, 형과 동생이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다. 많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타깃으로 삼는 연령층보다 살짝 낮춰서, 이후에 서서히 끌어올리자는 게 내 생각이다. 표면적으로 로봇물에 대해 약간은 강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모성애와 부성애 등 가족의 정감을 강조한 분위기로 순화하려고 한다.

-차탄의 부모 캐릭터가 강조된 것은 아이를 동반한 부모 관객에게도 어필하는 지점인가.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 강조된 가족영화의 틀 안에서 부모 관객도 뭉클함을 느끼며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뒤편에서 아들 차탄이 돕고 있는 걸 모른 채 결과적으로 늘 엉뚱하게 영웅이 되고 마는 아빠 캐릭터 역시 아이들에게 묘한 쾌감을 준다. 부부 관계도 나름의 재미를 주고 있는데, 아빠는 의외로 약하게, 엄마를 힘 있고 개성 있게 만드는 등 요즘 시대의 정서도 첨가하려고 한다.

-극장판의 제작 기간은.

=10개월 걸렸다. 일반적인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매우 짧은 기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쌓아온 <헬로카봇>의 기본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줄거리 문제로 TV판에 적용할 수는 없어서, 극장판을 위해 미리 빼둔 것들도 있었다, 사실 제작 기간을 무한정 길게 가져간다고 더 좋은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특히 3D의 경우는 중간에 애니메이터가 교체되기라도 하면 작업이 훨씬 비효율적으로 진행된다. 밀어붙이는 능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일제히 투자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TV 애니메이션은 힘들어도 오로지 우리 자본으로 만들어왔다. 직접 투자를 하면 아무래도 더 간절해지니까. 그런데 극장판의 경우 외부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건 안정성인데, 2013년에 완구 출시를 시작으로 5년 이상 인기를 지속해온 ‘헬로카봇’이란 브랜드의 신뢰도가 바탕이 됐다. 구두계약 이후 실질적인 투자를 받기까지 무작정 기다리지 않고 미리 제작을 한 것도 내 나름의 경력을 바탕으로 내린 결단이었다.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CJ 오쇼핑을 통한 영화관람권과 공룡카봇 4종 사전 판매의 반응이 뜨거웠다. 초반 흥행몰이에도 도움을 준 것 같은데, 원소스 멀티유즈 사업과 마케팅의 화력 지원이 잘 맞아떨어진 사례 같다.

=과감하게 지원해야 하는 부분, 결단력이 필요한 부분에서 배급·홍보팀과의 팀워크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과거 이야기를 하자면, 당시로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완구업에 도전해서 끈끈이를 탄생시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기술을 배우다가 19살에 사업을 시작했다. 어릴 땐 금은 세공이나 주물 기술 등을 무조건 금방 배우려고 했다. 빨리 패스하고 벗어나고 싶었던 거지. 다른 길로 가고 싶어서 공장들도 형제들에게 다 나눠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내가 개발을 잘한다고 소문이 났더라. 나한테 맡기면 잠을 편히 잘 잔다고 했다. 워낙 까다롭고 꼼꼼하니까. 과거나 지금이나 제작을 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버린다. 덮는 것도 용기고 장인정신이라고 본다. 완구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도 형제들과 경쟁하고 싶지 않아서 나 혼자 플라스틱 콘텐츠에 관심을 가진 거였다. 당시엔 비전이 없다고 하던 사업을 오로지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버텼다. 그렇게 몇년간 힘들게 고생하다가 1985년에 손에 묻어나지 않고 독성이 없는 끈끈이가 제대로 터졌다. (최신규 회장이 완구사업에서 첫 번째 성공을 맛본 독성 없는 끈끈이는 1985년 당시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992년 손오공 창업의 일등공신이 됐다.)

-아이들의 유행은 매우 빠르게 바뀐다. 그래서 2013년에 등장한 헬로카봇이 지금까지 인기가 뜨거운 현상은 꽤 놀랍다. 새로운 캐릭터를 꾸준히 개발하는데 그 요인이 있을 거라고 보는데, 어린이의 눈으로 트렌드를 살피는 실질적인 비결은 뭔가.

=어렸을 때 외롭게 살아보면, 엄마가 없을 때의 쓸쓸함을 제대로 알게 된다. 닫힌 문 안쪽에 있을 때의 쓸쓸함 같은 것도.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 기분은 중요하다. 옛날 아이들이나 요즘 아이들이나 어릴 때 보면 책상 밑에 들어가서 노는 걸 참 좋아한다. 그게 왜 좋은지, 나는 아직 기억이 난다. 아이들과 공감대를 이뤄야 아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감성이 나온다.

-모바일 게임 시장, 유튜브, SNS 등이 2010년대 이후로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 중이다. 전통적인 완구, 애니메이션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이락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다고 보나.

=우린 아직 서정적인 것의 힘을 믿는다. 요즘은 뭐랄까… 뭐든지 강하고 딱딱한 것 같다. 젊은 애니메이터들은 아이들 콘텐츠마저도 소프트한 느낌보다는 빠르고 센 걸 보여주고 싶어 하더라. 내 기준에선 다소 급하다는 인상이 든다. 그래서 요즘 애니메이터들과 대화해보면 내가 훨씬 어린애처럼 느껴진다. (웃음)

-디즈니 영화가 모든 아이들의 취향을 잠식해버리는 시대인데, 마블과 폭스를 차례로 인수해가는 디즈니 왕국의 행보에서 취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IP(지식재산권)를 키우는 것이다. 다양한 IP를 보유할수록 유통도 활로가 트인다. 초이락 역시 전세계 브랜드로 가고자 한다. 다만 섣불리 거대 디즈니를 따라가려는 생각은 없다. 해외 시장을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이다. 막상 마블이 제작하는 것들을 보면 의외로 타깃 연령층이 높은데, 우리는 조금 더 낮은 연령층으로 내려가서 완전히 유아 시장부터 시작하고 있다. 업계 1세대이면서 완구, 애니메이션, 온라인 게임 등의 IT분야까지 두루 거치고 아직까지 현역에 있다는 게 스스로 조금은 자부하는 지점이다. 4차 산업의 융합 측면에서 모든 노하우들을 집약시킨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

-2003년 초이락 게임즈 창립 후 게임 산업에 뛰어들어 쓴맛을 봤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말한 적 있다.

=콘텐츠를 많이 가진 사람이 게임을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게임 제작에 부딪쳐보고서 나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온라인 게임 <샤이야>도 수익성을 높이 평가받아 넥센에 잘 넘겼고, 직접 게임 세계로 뛰어들어 배운 것도 아직 생생하다. 길드에 들어가서 유저들과 같이 놀면서, 1년 동안 열심히 게임을 했는데, 내가 있는 줄 모르고 돈 많이 벌었다며 욕하는 광경도 보고 그랬다. (웃음)

-<헬로카봇> 시리즈는 게임화를 노려볼 만한 콘텐츠 아닌가.

=조심스럽다. <헬로카봇>만큼은 천천히 하자고 생각 중이다. 엄마들이 반대할 것 같다. 게임 중독에 대한 걱정도 클 것 같고. 수익성 면에서도 <헬로카봇> 시리즈의 과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다. 사실 게임화보다 더 현실적인 프로젝트가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헬로카봇> 실사 제작을 목표로 이미 오래전부터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30년 이상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자는 게 내 작업 신조다.

-오래전부터 등산을 즐긴다고 했다. 요즘 같은 폭염엔 어떤가.

=그래도 매주 간다. 한두번 빠지면 더 가기 싫어지니까. 밤새 누워서 굳어 있던 머리, 생각만 가득 찬 머리로 산에 오르면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다. 항상 산에 가서 우리 작가에게 전화를 한다. 이 부분만큼은 욕먹어도 어쩔 수가 없다. (웃음) 어릴 때부터 관찰을 좋아해서 어른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면, 귀찮게 한다고 자주 야단맞곤 했다. 지금도 산에 가면 개미가 기어가는 걸 유심히 보다가 메모하고 그런다.

-앞으로 초이락의 미래는.

=아들이 초이락 대표로 있는데 항상 돈에 욕심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돈은 많이 생겨봤자 나쁜 길로 빠지기 십상이니까 영원히 도망가지 않는 콘텐츠에 투자하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제대로 시동을 건 공룡 콘텐츠를 당분간 점점 더 발전된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오프닝 스코어로 비교되었던 <겨울왕국>(2013)의 핵심은 쉼 없이 연결되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에 있다고 보는데, 음악에 관심도 많고 하니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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