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쫄쫄이 입고 정신 나간 액션 선보였던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 그가 주연을 맡은 <더 보이스>가 8월29일 개봉한다. 그는 이번에도 나사가 조금 풀린 캐릭터를 맡았다. 그가 연기한 제리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살인마로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 목이 잘린 시체 등과 대화를 나누는 독특한 행보를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이 ‘더 보이스’인 이유다.
<더 보이스>는 사이코패스가 벌이는 살인 행각에 코미디 요소를 섞어냈다. 제리의 반려동물들의 온갖 해괴망측한 대사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직접 동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개, 고양이의 특성에 맞는 그의 찰진 대사처리도 인상적이다. <더 보이스>의 동물들처럼 시선을 강탈했던 영화 속 말하는 동물들을 찾아봤다. 귀엽거나, 코믹하거나 혹은 무섭기까지 한 그들. 애니메이션 영화는 제외했다.
베이브(크리스틴 카바노프) <꼬마돼지 베이브>
말하는 동물이 나오는 실사영화에서 <꼬마돼지 베이브>를 빼놓기 힘들 듯하다. <꼬마돼지 베이브>는 인간이 아닌 동물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그들이 하는 말은 인간이 알아듣지 못하는 그들만의 언어라는 설정이다. 주연급 캐릭터가 모두 동물로 이루어진 독특한 작품이다.
베이브는 엄마와 떨어진 후 홀로 양치기 농장에 오게 된 아기 돼지다. 그는 처음에는 식용으로 농장에 왔지만 총명한 모습을 보여주며 양치기 돼지로 성장한다. 개, 고양이와 달리 반려동물이 아니란 이유로 집 안 출입도 금지되지만 결국 당당히 집 안에 입성한다. 아직 CG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1995년, <꼬마돼지 베이브>는 40마리가 넘는 실제 돼지를 사용하는 등 갖은 고생 끝에 괴리감 없이 영화를 완성했다.
스튜어트 리틀(마이클 J. 폭스) <스튜어트 리틀>
<꼬마 돼지 베이브>가 오롯이 동물들의 입장을 그려낸 영화라면, <스튜어트 리틀>은 인간과 동물의 가족애를 담았다. 인간 가족에게 입양된 스튜어트는 첫째 아들 조지(조너선 리프니키), 고양이 스노우(네이단 레인)의 미움을 받는다. 그는 가족들과 섞이지 못해 슬퍼하지만 늘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결국 없어서는 안되는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
<스튜어트 리틀>은 혐오 동물이란 인식이 강했던 쥐를 소재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영화다. 1999년 제작된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디테일한 CG로 유명한 영화다.
패딩턴(벤 위쇼) <패딩턴>
패딩턴은 고향인 정글을 떠나 영국에 정착한 곰이다. 그는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 세상도 그렇게 바뀔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등 말썽을 부리고, 익숙지 않은 도시 문물에 많은 실수를 하지만 늘 한결같은 순수함으로 주위 인물들을 끌어당긴다.
그의 캐릭터에 걸맞게 영화도 희망차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패딩턴>은 깊은 철학, 화려한 액션 등을 담진 않았지만 작은 소동극 속에 풀어낸 가족애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슬랩스틱 코미디 요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홀로 집에>, <스튜어트 리틀> 같은 1990년대 가족 영화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난 작품이다.
로켓(브래들리 쿠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현재 가장 핫한 영화 속 동물은 이 친구가 아닐까. 로켓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 등장하는 말하는 라쿤 외계인이다. 화려한 총 실력을 자랑하는 현상금 사냥꾼이었던 그는 우연한 계기로 우주를 수호하는 가디언즈 멤버가 됐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거친 입담을 담당하며 시종일관 까칠한 태도를 보여준다. 자존심이 매우 강하며 늘 멤버들에게 짜증을 내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귀여운 생김새와 결합돼 시리즈 내 인기 캐릭터가 됐다. 나무 외계인 그루트(빈 디젤)와의 ‘케미’도 자랑한다.
아슬란(리암 니슨) <나니아 연대기>
앞서 소개한 동물들이 인간의 친구, 가족으로 등장했다면 <나니아 연대기>의 아슬란은 주인공들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스승 캐릭터다. 영화 속 인물들의 존경을 받는 전설의 사자이며 정신적 지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첫 번째 시리즈인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는 악역인 하얀 마녀(틸다 스윈튼)에 저항하는 군대의 수장이기도 했다. 나이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오랜 세월 존재했으며, 1편 이후의 시리즈에서는 신격화돼 종종 등장했다.
아슬란은 거대한 수사자의 비주얼에 리암 니슨의 중후한 목소리 연기가 더해져 영화의 상징 같은 캐릭터가 됐다. 2017년 11월, 7년의 공백을 깨고 네 번째 시리즈인 <나니아 연대기: 은의자>가 촬영을 시작해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스마우그(베네딕트 컴버배치) <호빗>
<호빗> 시리즈에서 단연 돋보인 악역(?)은 황금을 지키고 있는 용, 스마우그인 듯하다. 그는 압도적인 크기와 힘으로 세계관 속 누구도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는 포스를 풍겼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마을을 부수는 모습은 자연재해를 뛰어넘는 스펙터클을 보였다. 거기에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중저음 목소리 연기까지 더해져 따라갈 수 없는 존재감을 자랑했다. 탐욕에 물든 그의 악랄한 모습은 짧은 등장만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쉬어칸(이드리스 엘바) <정글북>
<정글북>에서 등장만으로 다른 모든 동물들을 일시정지시킨 쉬어칸. 그는 과거 인간에 의해 한 쪽 눈을 잃은 뒤, 인간에 대한 강한 적대감이 생긴 호랑이다. 이로 인해 주인공 모글리(닐 세티)를 집요하게 쫓으며 죽이려 한다.
국내에서 호랑이는 신성하게 여기는 동물이다. <대호>에서 그런 면을 볼 수 있다. 반면 <정글북>의 쉬어칸은 호랑이는 무시무시한 포식자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끝까지 선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살육만을 원하는 쉬어칸은 더욱 그래 보였다. 단순하지만 악역으로서의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캐릭터다.
모션캡쳐 연기의 장인 앤디 서키스가 감독, 주연을 맡은 정글북 리부트 <모글리>도 넷플릭스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스마우그를 연기했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새 쉬어칸을 연기했다.
시저(앤디 서키스) <혹성탈출>
“앤디 서키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을 외치게 했던 리부트 <혹성탈출> 시리즈. 그만큼 그가 연기한 시저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는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인물 시저의 내면 묘사에 집중했다. 처음 그가 말을 시작하고 인간들과의 전쟁을 이끄는 수장이 되기까지, 시저는 다양한 갈등과 고민에 휩싸인다.
3부작의 마지막 편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서의 그는 동족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하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 아니다. 유인원보다 더 유인원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그의 장엄한 퇴장은 ‘인간적’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든다. 빈번히 등장하는 클로즈업에서 나타나는 모션캡쳐 기법의 세밀한 표정 묘사도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