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더 보이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순도 100% 청년 ‘제리’
2018-09-05
글 : 박지훈 (영화평론가)

욕조 공장에서 일하며 보스코라는 이름의 개와 미스터 위스커스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키우는 제리(라이언 레이놀즈)는 동물들과 대화를 한다는 점만 빼면 평범한 독신 남자다. 회사의 모임에서 만난 경리부 피오나(제마 아터턴)에게 첫눈에 반한 제리는 그녀에 대한 마음을 보스코와 미스터 위스커스에게 털어놓는다. 미스터 위스커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리는 피오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피오나는 제리를 바람맞힌다. 슬퍼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피오나를 만난 제리는 실수인지 고의인지 자신도 모른 채 피오나를 살해한다.

동물과 대화를 나누며 교감하는 <닥터 두리틀>(1967) 같은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정신분열을 앓는 살인마가 나오는 <미스터 브룩스>(2007)에 더 가깝지만, 영화의 스타일이 다르다. <더 보이스>에 미스터 브룩스나 한니발 렉터 같은 냉철한 포식자로서의 살인마는 등장하지 않는다. 깊은 상처를 가진 나약한 인간만이 있을 뿐이다. 영화는 유년 시절의 상처와 학대의 기억들이 유발한 정신질환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한 인간의 눈에 비친 세상을 보여주면서도, 소격효과를 통해서 연민이나 혐오와 같은 하나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게 한다. 뒤틀리고 우울한 동화와 서스펜스의 혼합 속에서 서늘함을 주는 컬트영화이며, 장르의 틀에 매이지 않은 작가적인 패기를 가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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