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죄 많은 소녀> 친구가 사라지고, 모두가 나를 의심한다
2018-09-12
글 : 김현수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실종사건을 파헤치던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비극의 근원과 마주하게 된다. 경민(전소니)의 실종을 수사하던 경찰은 경민의 친구인 영희(전여빈)와 한솔(고원희) 사이에 말 못할 사연이 있음을 눈치채고 두 사람을 추궁한다. 경민의 엄마(서영화)는 딸의 친구들을 한명씩 찾아가 진실을 토해내라며 아이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를 견딜 수 없던 영희는 자신의 결백을 단박에 이해시킬 모종의 사건을 계획한다. 영희는 자신의 행동이 예상과 다른 결과를 초래한 것에 당황하고 아이들은 또 다른 주모자 혹은 희생양을 찾아내야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음을 직감한다. 어른들의 통념에 상처받은 소녀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더 큰 상처를 내는 악수를 두면서 세대간의 아픔이 충돌하고 만다. <죄 많은 소녀>는 교실이라는 소우주 안에서 세상과 동떨어져 안전하다고 여기던 아이들의 세계가 무너져버리는 순간에 벌어지는 비극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영화 전체의 호흡과 정서를 팽팽하게 나눠지고 가야 했을 영희 역의 전여빈과 엄마 역의 서영화 배우의 연기가 매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상처 입은 아이들이 필사의 반격을 도모하는 결말은 지난 몇년 동안 한국영화에서 본 적 없는 비운의 정서를 담고 있다. <죄 많은 소녀>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과정 10기 작품으로 나홍진 감독의 <곡성> 연출부로 활동했던 김의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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