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춘천> 우지현 - 풍경과 조응하는 배우
2018-10-11
글 : 김소미 | 사진 : 백종헌 |
<춘천, 춘천> 우지현 - 풍경과 조응하는 배우

말쑥한 청춘 스타의 얼굴인 줄 알았더니, <춘천, 춘천>에서 하릴없이 호반의 도시를 배회하는 ‘지현’을 보면서 그의 타고난 쓸쓸함도 발견하게 됐다. 장우진 감독의 <새출발>로 스크린에 데뷔해 <춘천, 춘천>이 개봉관에 당도하기까지 쉼 없이 일해온 그는, 그사이 명필름랩 1기로 입성해 내실을 다졌다. <너와 극장에서> <환절기> 같은 독립영화 기대작들에서도 우지현은 꾸며놓는 대로 어울리고 편안한 배우였다. “얼굴이 많다”라는 평가를 들을 때 가장 즐겁다는 그에게서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이해한 배우의 지혜가 묻어났다.



-<춘천, 춘천>의 지현은 어떤 인물인가.



=장우진 감독의 전작 <새출발>의 연장선 안에 있는 캐릭터다. 표면적으로는 취업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제가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모든 것이 유예된 상태에서 무언가 중요한 것들을 자꾸 잃어버리고 있다는 슬픔이 핵심적이라고 봤다. 지현의 미래가 흥주(양흥주)일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한 적도 있다.



-보통의 20대 후반이 지니는 우울과 좌절감이 지현에게도 투영돼 있다. 같은 나이대의 인물을 연기했는데, 그 시기 배우 우지현은 어떤 나날을 보냈나.



=어둠에서 막 탈출한, 20대의 마지막 시기에 지현을 만났다. 연기를 하면서 밝아졌지만, 한때는 아무에게도 쉽게 내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시절도 있었다. 지현은 그 시절의 나를 꺼내서 극대화하려고 노력한 인물이다. 나도 모르게 가끔 활달한 제스처들이 튀어나오면 감독님이 제지해주셨다. (웃음) 안으로 누르고, 꾹꾹 담아야 하는 인물이라서 막상 연기를 할 때는 종종 심적으로 답답한 순간도 있었다.



-즉흥성이 요구됐던 <춘천, 춘천>은 배우가 자신의 경험치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업이었겠다.



=처음 15장 정도의 트리트먼트만 받았을 때, 장편영화인지도 감이 안 와서 감독님에게 “이거 몇분짜린데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웃음) 감독님과의 작업은 배우로서 결과물을 예측하는 데 늘 여지없이 실패하는 과정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빈자리 찾기’에 편안함을 느낀다. 다른 인물들을 충분히 고려한 다음에 극 속에서 내 자리를 찾는 식이다. 그래서 지현이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하기 전에, 구조와 형식에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랐다. 지현·흥주·세랑이라는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이야기가 묶여서 하나가 되려면, 나 역시 공간과 풍경 같은 큰 그림을 먼저 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명필름랩 1기 출신인데, 명필름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정의하나.



=지금껏 내 배우 활동의 가장 중요한 줄기 중 하나다. 명필름랩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고향 부산에 내려가 있을지도 모른다. (웃음) 영화 메커니즘에 관해, 각각의 포지션에 위치한 사람들의 생각과 작업 방식에 대해 몸소 배울 수 있었다. 2년간 다른 생각 없이 영화에 푹 젖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주말마다 명필름아트센터 극장에서 <사울의 아들>(2015), <룸>(2015) 같은 좋은 영화들을 접했고, 동기들과 섞여 지내면서 주고받았던 안전한 긴장감도 좋았다.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서 공부했다. 그보다 더 과거로 돌아가서, 어쩌다 배우를 꿈꿨나.



=고등학생 때 하고 싶은 게 없었다. 비디오 가게에서 하루에 한편씩 눈감은 채 고르고, 빌리고, 반납하길 반복하던 시절이었다. 막연히 영화와 가까운 일을 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부산에서 남중, 남고를 나온 녀석 이 연기 입시를 보겠다는 건 언감생심 말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일동 웃음),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당시 한양대는 연극영화학과 중 유일하게 실기 없이 성적만으로 입학한 학생도, 나중에 원하면 연기 전공 과정(연극 워크숍 및 연기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부모님께는 방송국 PD가 꿈이라고 말하고 원서를 넣었다.



-차기작을 소개한다면.



=11월에 방영될 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전진만’이라는 이름의 의사로 나온다. 인물들 사이에서 활력을 더하는 전령 같은 인물이다. 작은 역할이지만 눈여겨봐주시면 좋겠다.



영화
2018 <겨울밤에>
2018 <박화영>
2018 <환절기>
2017 <검은 여름>
2017 <목격자>
2017 <너와 극장에서>
2017 <당신의 부탁>
2017 <7호실>
2017 <아이 캔 스피크>
2016 <춘천, 춘천>
2014 <새출발>
TV
2016 드라마 스페셜 <아득히 먼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