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궐> 장동건 - 안타고니스트의 책임감
2018-10-16
글 : 김현수 | 사진 : 백종헌 |
<창궐> 장동건 - 안타고니스트의 책임감

정체불명의 ‘야귀’(夜鬼)가 조선의 밤을 뒤덮는다. 왕권이 위태로워진 왕과 그의 아들, 그리고 야귀들의 틈을 비집고 나타나 권력을 쥐어보려는 자들이 맞서 싸운다. 영화 <창궐>에서 배우 장동건이 맡은 역할은 선도 악도 아닌 ‘나라’만을 생각하는 병조판서 김자준. 그는 야귀들을 무찌르는 이청(현빈)에 맞서는,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과연 누구의 편일까.



-한복 입는 역할을 맡은 게 드라마 <일지매> 이후 25년 만이라고.



=당시 MBC 공채 탤런트로 입사하고 두 번째 작품이었던 터라,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일지매>를 찍고 나서 연기를 평생 하려면 사극은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웃음) 이후 결혼식 폐백 사진 찍을 때도 한복이 안 어울리더라. 이번에는 많은 고민 끝에 분장 테스트를 해봤는데 이질감이 없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김성훈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김자준을 단순한 악역으로 포장하고 싶지 않았다”던데.



=내가 맡은 김자준은 나름대로 정치 철학을 지닌 조선시대 병조판서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부패한 왕이 권력 유지에만 급급해하는 걸 보며 부당하다고 느낀다. 나는 그가 나라를 위하는 혁명가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점차 변질되어가면서 자신도 몰랐던 욕망에 직면한다고 설정했다. 한편으로는 김자준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 영화에서 과연 이로운가를 고민하기도 했다. 오락성이 짙은 영화에서 안타고니스트(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에게 너무 많은 사연을 부여하게 되면 복잡해 극을 흐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극중 김자준의 대사는 조급하게 마음을 드러내기보다 느긋하게 감추는 데 능하다.



=그는 어쨌든 모든 걸 계획하에 실행하는 사람이니까. 야귀의 존재도 알고 있고 이를 본인의 욕망에 잘 이용한다. 어떤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다음 수를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김성훈 감독이 캐스팅하고 싶었던 이유 중에는 액션이 가능한 배우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김자준도 약간의 액션을 구사한다. 기존의 사극 검술과는 다른 연습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각 잡고 하는 검술이 아니다. 칼보다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듯한 묵직한 액션 컨셉이 있었다. 그래서 연습할 때 힘들었다.



-이전 인터뷰에서는 촬영에 앞서 영감을 얻기 위해 참고한 영화들을 종종 언급했다. 이번에도 다른 영화를 참고했나.



=에드 해리스가 연기한 <더 록>(1996)의 허멜 장군 같은 캐릭터가 김자준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다. 분명 테러리스트인데 자기 신념이 확실한 인물 말이다. 시나리오상에서 이미 김자준이 너무나 명확한 캐릭터였기에 연기하면서 감독과 부딪치지도 않았는데 후반부의 그의 모습은 조금 낯설었다. 세상과 자신을 원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창궐>과 장르적으로 유사한 작품을 찾아보지는 않았나.



=일부러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 <워킹데드>를 무척 좋아한다. 이 작품은 문명이 없어졌을 때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창궐>의 야귀는 역병에 가깝고 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는 요소다. 역병이 돌고 사회가 붕괴됐을 때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해나갈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워킹데드>는 시즌6를 지나면서부터 너무 지루해졌다. (웃음)



-<우는 남자>(2014)의 곤 이후에 연기했던 <브이아이피>(2017)의 박재혁이나 <7년의 밤>(2018)의 오영제를 비롯해 <창궐>의 김자준까지, 대부분 극의 중심에서는 조금 비껴나 있는 인물들을 연기했다.



=일단 가볍게 맡을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잘 안 들어오더라. (웃음) 상업영화에서 선한 역할, 혹은 주인공에게 원하는 역할이라는 게 사실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이전에는 그런 작업을 꽤 많이 해봐서 지금으로서는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요즘 맡는 캐릭터는 이전에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서 재미를 느낀다. 그리고 멀티 캐스팅이 대세인 상황에서는 배우가 작품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넓다. <브이아이피>의 재혁이나 <7년의 밤>의 영제 모두 주인공보다 더 매력을 느낀 인물들이었다.



-<창궐>은 배우 장동건에게 어떤 작업이었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으나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했다. 애초 즐거울 것 같아서 스스로 주저없이 선택한 영화라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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