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관객으로 이 영화제에 참여해왔는데 올해는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 <그림자의 영결식>을 연출한 공지웨이 감독은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그는 평소 한국영화, 웹툰 등을 즐겨 관람한다면서 감독으로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데 한국 콘텐츠에서 중요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림자의 영결식>은 자신이 미워하는 모든 것들을 미스터리한 장롱에 밀어넣는 남자의 이야기다. 장롱 속에 들어간 모든 것들은 사라지지만, 그 모든 존재들의 그림자는 남자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며 그를 괴롭힌다. “과거와 현재,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토리텔링이 인상적”(길종철 교수)이며, “미스터리함과 공포스러운 느낌을 살려 주인공에 내재된 어두움을 잘 표현했다”(류제 감독)는 것이 이 작품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폐막식이 끝난 후 공지웨이 감독에게 영화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 관객으로 참석했다고.
=3회 영화제부터 참석하기 시작했다. 내가 편집 스탭으로 참여한 학교 선배들의 작품이 영화제에 몇편 초청돼 처음 오게 됐다. 평소 한국영화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 영화제에 오면 화제의 한국 단편영화를 볼 수 있어 너무 좋다.
-어떤 한국영화를 좋아하나.
=나홍진 감독의 <황해>(2010)와 <추격자>(2008)를 좋아한다. 유아인 배우를 매우 좋아해 데뷔작부터 그의 모든 영화를 다 챙겨봤다. 그리고 한국 웹툰을 즐겨 본다. (기자에게 휴대폰에 다운로드한 네이버 웹툰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며) 한국의 공포, 스릴러 웹툰을 꾸준히 챙겨 보고 있다.
-<그림자의 영결식>은 대사나 내레이션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영상기법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품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베이징전영학교에서 촬영을 전공했다. 4년간 촬영 수업만 듣다가 대학원에 갔는데, 영화를 더 깊게 공부하면서 연출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걸 중점적으로 배워왔기에, 그런 나의 이력이 영화에 반영된 것 같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했나.
=나의 중고생 시절에 대한 기억을 반영하고 있는 영화다. 중국에서는 학생들을 비교하며 경쟁시키는 교육을 많이 한다. 이런 점이 학창 시절 큰 상처로 남아 있었는데, 이 상처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떤 창작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다.
-미워하는 모든 것들을 장롱에 집어넣는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친구를 밟고 기회를 얻는 주인공의 모습을 어떻게 상징적으로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외국영화에서 봤던 장롱을 떠올렸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면, 장롱은 들어갈 땐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막상 들어가면 새로운 세계와 연결되는 통로 역할을 하지 않나. 내 영화 속 주인공도 마지막엔 스스로 장롱에 들어가 문을 닫는데, 그 문 너머에는 예상과 달리 더 희망적인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공포,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다. 그저 장르적 재미만 있는 영화가 아니라 <그림자의 영결식>처럼 장르 안에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