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말모이>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 작전’
2019-01-09
글 : 임수연

1941년 경성, 일본은 조선의 모든 학교에서 조선어 과목을 폐지하는 등 한글을 아예 말살시키려는 공격적인 정책을 펼친다. 벼랑 끝까지 밀린 상황에도 불구하고 류정환(윤계상)을 필두로 한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주시경의 죽음으로 중단됐던 조선어사전, 말모이 원고를 완성하기 위해 분투한다. 극장에서 일하는 김판수(유해진)는 감옥소에 들락날락하고 아들의 월사금도 술 마시는 데 쓰는 한심한 한량이다. 그는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려고 정환의 가방을 훔치다 발각돼 크게 망신을 당하는데, 공교롭게도 감옥소에서 인연을 맺은 조 선생(김홍파)이 소개해준 자리가 조선어학회의 심부름 일이라 당혹스럽다. 까막눈인 그는 처음에는 그들과 티격태격하지만 한글을 공부하고 우편물을 통해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 작전’에 합류하면서 한글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게 된다.

2년 전 1천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2017)처럼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게 된 소시민의 각성을 주 뼈대로 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영화는 정해진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말모이>는 역사에 기록된 이들보다는 주목받지 않은 개별 원자에 주목한다. 허구의 인물 김판수를 통해 결점 많은 인간상을 내세워 한명의 영웅 서사가 아닌 ‘말모이 작전’에 참여한 수많은 민중의 힘을 조명하는 식이다. 주인공이 보여주는 부성애가 일견 낡은 소재처럼 다가올 수 있지만 후대에 언어를 물려준다는 대의와 어우러지면서 보편적인 설득력을 가진다. 무엇보다 유해진을 비롯해 윤계상, 김선영, 민진웅 등 조선어학회 일원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판수의 아들딸을 연기한 아역배우들의 매력이 자연스러운 웃음을 안겨 영화의 따뜻한 정서에 기여한다. <택시운전사>의 시나리오를 쓴 엄유나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당시 제작사였던 더 램프와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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