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그린 북> 취향도, 성격도 완벽히 다른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
2019-01-09
글 : 김현수

뉴욕 브롱스에 사는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르텐슨)는 나이트클럽 경호원으로 일하며 문제가 생기면 주먹으로 해결하는 남자다. 일거리를 찾던 중 세계적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의 운전사로 취직한다. 인종분리정책과 짐 크로 법이 존재하던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계급과 신분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은 콘서트 투어를 위해 맨해튼에서 출발해 미국 남부로 길고 긴 여정을 함께하면서 인종차별로 인한 온갖 끔찍한 일을 겪게 된다. 로드무비 성격을 띤 영화 <그린 북>은 당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자신들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시설을 안내하는 책자 <그린 북>에 의지해 다녀야 했던 시대의 비극을 재현하는 한편, 양극단의 세계에서 살아가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우정을 동시에 그린다. <그린 북>은 어느 누구에게도 오롯이 감정이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정체성을 지닌 두 사람의 관계를 지금 시대의 폭력성을 되묻게 만든다. 몸무게를 잔뜩 불려 거구로 등장하는 토니 역의 비고 모르텐슨과 어떤 위기에서도 존엄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돈 역의 마허샬라 알리의 여유 넘치는 연기가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며,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 닉 발레롱가가 각본을 썼다. 2018년 제43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곧 열릴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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