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말모이> 속 조선어학회 회원들, 어디서 봤더라?
2019-01-21
글 : 김진우 (뉴미디어팀 기자)
<말모이> 메인 포스터

2015년 개봉한 <소수의견> 이후 윤계상, 유해진이 3년 만에 재회한 영화 <말모이>. 각각 여러 작품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만큼 이번 영화에서도 두 배우는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윤계상은 조선어학회의 대표로 일제의 눈을 피해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류정환을 연기했으며, 유해진은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를 위해 가방을 훔치다 얼떨결에 정환과 함께 하게 되는 판수 역을 맡았다.

그러나 윤계상, 유해진 외에도 <말모이>는 수많은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 영화다. 그중 메인 포스터에도 실린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선사하며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그렇다면 <말모이> 이전, 그들은 어떤 작품으로 먼저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을까. 한 번쯤은 본 듯한 익숙한 얼굴의 조선어학회 조연 배우들. 그들의 전직(?)에 대해 알아봤다.

김홍파

<암살>

조선어학회의 큰 어른 조갑윤을 연기한 김홍파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배우다. 그중 그가 가장 돋보였던 해는 연달아 두 편의 흥행 영화에 출연했던 2015년이다. 그는 1200만 관객을 동원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로 2015년 첫 영화를 장식했다. 김홍파가 연기한 인물은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드문 김구 선생. 인자하고 소탈할 것만 같은 김구 선생이지만 김홍파는 임시정부를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췄다. 배신자로 의심되는 염석진(이정재)를 교묘하게 떠보고, 망설임 없이 암살 지시를 내리는 냉철하고 노련한 김구를 보여줬다.

<암살> 이후 곧바로 개봉한 작품이 우민호 감독의 <내부자들>이다. 선인을 연기했던 <암살>과 달리 그는 <내부자들>에서 돈으로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전형적인 악인을 연기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재벌 기업의 회장으로 수많은 악인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영화 속 명대사로 꼽히는 이강희(백윤식)의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도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탄생한 말이다.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각하는 그의 음침한 미소는 많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5년 도합 20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에게 모습을 비춘 김홍파는 이후 <검사외전>, <공작>, <마약왕>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내부자들>

우현

<시실리 2Km>

술과 동료를 사랑하는 시인 임동익을 연기한 우현은 2004년 임창정 주연의 코미디 영화 <시실리 2km>로 첫 상업영화 조연을 맡았다. 그는 양이(임창정)가 이끄는 폭력 조직의 막내이지만, 양이보다 한참 많은 46세라는 설정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눈치까지 없어 동생들에게 항상 얻어맞으며 짠내를 폭발시켰던 캐릭터. 이후로도 우현은 <음란서생>, <마강호텔>, <조선명탐정> 시리즈 등에서 주로 코미디를 담당하는 감초 역할로 활약했다. 2016년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못친소 페스티벌’편에 출연, 코믹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그가 최근 코미디를 벗어나 정극 연기로 관객들을 만난 작품이 있다. 2017년 개봉, 700만 관객을 동원한 <1987>이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제지하려는 치안본부장을 연기했다. 특별출연으로 짧은 등장이었지만 그는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베테랑 연기자다운 면모를 자랑했다. 또한 우현은 영화 속과 달리 대학시절, 실제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집행부로서 학생들을 주도했다고.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사진 속에서도 젊은 날의 그가 실렸다.

<1987>
이한열 열사 장례식 속 우현(왼쪽)

김태훈

<관상>에서 문종을 연기한 김태우(김태훈의 친형).
<아저씨>

한글을 사랑하는 기자 박훈 역의 김태훈도 이미 익숙한 얼굴이다. 다만 그를 <관상>에서 문종을 연기한 배우 김태우와 혼동하진 말자. 닮은 외모에 이름까지 비슷한 두 사람은 형제 관계다. 김태훈은 먼저 연기를 시작한 형 김태우의 뒤를 이어 배우가 됐다. <접속>, <공동경비구역 JSA> 등으로 이미 입지를 다진 형과 달리 김태훈은 2000년대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것은 2010년 개봉한 원빈 주연의 <아저씨>에서다. 김성오, 김희원 등 주로 악역 배우들의 활약이 도드라졌던 <아저씨>이지만 김태훈이 연기한 형사 치곤 역시 그들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형사’가 직업이 아니라 거의 생활이 된 듯한 모습.

2012년에는 조진웅, 이제훈, 문소리, 곽도원과 함께 <분노의 윤리학>의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분노의 윤리학>은 흥행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연기력 대결 영화'라고 말해도 무방할 만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작품이다. 김태훈은 전 여자친구에 대한 집착이 병적으로 치달은 남자, 현수를 연기하며 다른 배우들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자랑했다. 이후 그는 장률 감독의 <경주>, 유해진 주연의 <레슬러> 등 다양한 영화, 드라마에 출연했다.

<분노의 윤리학>

김선영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조선어학회의 유일한 여성 회원으로 비밀 서고와 사무실을 책임지는 구자영을 연기한 김선영. 주로 단역으로 활동하던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준 작품은 단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다. 그녀는 찰진 사투리 구사하며 매화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나 김선영의 진면목이 드러난 부분은 홀로 아이를 키우는 고된 어머니로서의 모습. 그녀는 코믹 연기를 넘어 진중한 모습의 감정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진주 엄마’가 아닌 ‘김선영(배역의 이름도 김선영)’으로 부르고 싶었던 캐릭터.

<응답하라 1988>로 연기력을 입증한 김선영은 이후 <미씽: 사라진 여자>, <허스토리> 등에서 신스틸러로서 활약했다. <말모이> 직전 출연작인 <미쓰백>에서는 다시금 찰진 사투리와 욕설로 무거운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주기도 했다. 기억은 안 나지만 옆집 아주머니, 단골 음식집 사장님 등 분명 어딘가에서 실제로 본 듯한 생활연기로 친숙함을 더했다.

<미쓰백>

민진웅

<동주>

마지막은 조선어학회의 막내, 민우철을 연기한 민진웅이다. 그는 <말모이> 이전 <검은 사제들>, 드라마 <혼술남녀>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이준익 감독의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또한 <말모이>와 마찬가지로 모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다.

그 첫 번째는 한국문학사에서 빠질 수 없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그린 <동주>. 그는 주인공 동주(강하늘), 몽규(박정민)과 함께 문학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는 강처중을 연기했다. 항상 반듯한 가르마를 유지하며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는 인물이다. 일제의 탄압으로 인한 동주와 몽규의 고난이 시작되기 전, 찬란했던 청춘들의 모습을 그린 캐릭터다.

이준익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박열>에서는 주인공 박열(이제훈)과 함께 일제에 저항하는 진유를 연기, 본격적인 투쟁정신을 보여줬다. 이준익 감독은 <박열> 속 민진웅에 대해 “조선인이 갖고 있는 천성중에서 풍자와 익살, 해학, 천진성을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연기는 민진웅이 최고다. 작은 유해진 같다”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민진웅은 <말모이>에도 함께 출연한 배우 조현철과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도 등장했다. 다만 최근 방영된 10화에서 죽음을 맞이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박열>

이외에도 <말모이>에는 조선어학회의 동료가 돼주는 ‘판수 일당’의 일원으로 이성욱, 조현철이 출연했으며 일제 측 인물로는 송영창, 허성태가 열연을 펼쳤다. 또한 우정출연, 특별출연으로도 최귀화, 윤경호, 유재명 등 명품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말모이> 속 판수 일당
<말모이> 속 송영창(류완택 역)
<말모이> 속 허성태(우에다 역)
<말모이> 속 최귀화(우체부 역)
<말모이> 속 윤경호(안경점 사장 역, 왼쪽)
<말모이> 속 유재명(김두봉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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