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아이스> 용씨네 PICK, 스포츠와 음악이 어우러져 재미를 준다
2019-01-25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이화정, 이주현 기자(왼쪽부터).

“스포츠영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상업영화로서의 야심이 분명한 영화다. 그래서 이 영화가 러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게 아닌가 싶다. 국내에도 ‘피겨퀸’ 김연아 선수로 인해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만큼 <아이스>를 좋아할 분들이 많을 것 같다.”(이주현) <씨네21>과 CGV용산아이파크몰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 용씨네 PICK의 8번째 영화로 선정된 작품은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아이스>였다. 지난 1월 23일에 열린 2019년의 첫 번째 용씨네 PICK 행사는 <씨네21>의 이화정, 이주현 기자가 진행을 맡아 러시아 상업영화의 가능성과 다양한 동계스포츠영화의 매력에 대해 들려주었다.

<아이스>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짝을 이루는 나디아(아글라야 타라소바)와 레오노프(밀로스 비코비치), 심각한 부상을 당한 나디아의 재활을 돕다 사랑에 빠지는 다혈질의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알렉산더 페트로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스포츠영화이자 로맨스영화다. 2018년 러시아에서 개봉한 전체 영화 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베놈>과 함께 박스오피스 톱3를 차지한 <아이스>는 놀랍게도 젊은 감독의 데뷔작이다. “러시아영화는 거대한 주제를 다룬 어려운 영화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러시아의 새로운 세대들은 과거의 영화 제작 방식이나 분위기에 얽매이지 않고 장르적으로 색깔이 분명하고 대중과의 접점이 있는 영화를 만들려는 목표에 충실한 것 같다. <아이스>를 만든 올레그 트로핌 감독도 29살로 굉장히 젊다. <아이스>를 보면 할리우드 장르영화처럼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영화가 많이 고민하고 있구나, 그리고 그걸 현실화시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화정) <아이스>는 최근 개봉한 러시아영화 <레토>(2018) 혹은 데이미언 셔젤의 <라라랜드>(2016)처럼 영화 중간중간 뮤지컬 장면과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을 활용해 주목을 끈다. 이화정 기자는 “다수의 뮤직비디오와 CF를 연출했던 올레그 트로핌 감독의 감각이 영화에 잘 녹아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면서 “스포츠영화와 음악영화의 요소를 접목해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영화의 뮤지컬 장면에는 러시아인들이 사랑하는 뮤지션인 빅토르 최와 여성 로커 젬피라의 노래도 사용됐다.

<아이스>

“<아이스>는 동계스포츠 강국 러시아의 자부심이 드러난 영화다. 또한 러시아의 스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이주현 기자의 말처럼 <아이스>에는 러시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혹은 러시아의 천혜 환경을 적극 활용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도시는 이르쿠츠크와 모스크바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깊고 오래된 호수인 바이칼은 ‘시베리아의 푸른 눈’, ‘성스러운 바다’로도 불린다. 꽁꽁 언 겨울의 바이칼 호수에서 <아이스>의 주인공은 스케이트를 타며 사랑을 키워 나간다. 이런 설정과 스케일을 보면서 러시아적인 로맨스라는 생각을 했다.”(이주현) “멜로의 감정이 쌓이는 공간이 바이칼 호수인데, 워낙 땅이 넓은 나라인 만큼 사랑의 스케일도, 사랑을 구현하는 공간의 스케일도 거대하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1980)처럼.”(이화정)

<아이스>의 나디아와 사샤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아이스하키 선수로 만나는데, 이 두 종목은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동계스포츠 종목이기도 하다. 피겨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는 동계스포츠의 인기 종목이어서 관련 영화들도 꽤 된다. 2018러시아월드컵은 물론 2018평창동계올림픽도 열심히 챙겨 봤다는 이주현 기자는 <아이스>와 함께 보면 좋을 관련 동계스포츠영화도 소개했다. “최근작으로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주목받지만 스캔들에 휘말려 은반을 떠나 프로 복서가 된 실존 인물 토니 하딩의 이야기를 그린 마고 로비 주연의 <아이, 토냐>(2017)가 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랑이 머무는 곳에>(1978)와 <사랑은 은반 위에>(1992)처럼 스포츠에 로맨스를 결합한 피겨스케이팅영화들이 있다. 파격적인 피겨스케이팅 페어 커플도 있는데, 윌 페럴 주연의 코미디영화 <영광의 날>(2007)에선 남자와 남자가 짝을 이룬다. 과거 냉전시대, 소련에 연패당했던 미국 아이스하키팀이 금메달을 따며 자존심을 되찾는 이야기인 <미라클>(2004)을 통해선 아이스하키 라이벌인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스하키 영화의 클래식 같은 작품 <영블러드>(1986) 등도 <아이스>와 더불어 보면 좋은 작품이다.”

<아이스>

이화정 기자는 “<아이, 토냐>의 엄마는 <아이스>의 엄마와 교육 방법이 대조적”이라며 <아이스>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에도 주목했다. “영화 속 여성들간의 관계도 흥미롭다. 나디아에겐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피겨스케이팅을 끝까지 하게 하는 동력이 됐을 수 있다. <아이, 토냐>의 엄마는 혹독하게 아이를 밀어붙이며 1등이 되길 강요하지만, <아이스>의 엄마는 딸을 믿고 응원한다. 이후에 엄마의 빈자리는 샤탈리나 코치가 대신하는데, 이 선생님도 참 멋지다. 재활을 핑계로 나디아에게 폭력적인 장난을 하는 사샤나 영화 속 한심한 남자들을 나무라는 재밌고. 포스가 느껴졌다.” 이주현 기자 또한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나디아와 코치 선생님이 서로 손을 내밀어주는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나디아의 엄마를 연기한 크세니야 라포포트와 샤탈리나 코치를 연기한 마리아 아르노바는 러시아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유명 배우들이다. 재밌는 사실은 영화에서 모녀 관계로 출연한 크세니야 라포포트와 아글라야 타라소바가 실제 모녀 지간이라는 것. 500:1의 경쟁률을 뚫고 나디아 역에 캐스팅된 아글라야 타라소바는 <아이스>로 스크린에 데뷔한 신예다. 아글라야 타라소바와 짝을 이루는 사샤 역의 알렉산더 페트로브와 레오노프 역의 밀로스 비코비치 역시 러시아의 떠오르는 청춘 스타로 <아이스>를 통해 매력을 발산한다.

“<아이스>에 출연한 배우들의 차기작과 감독의 차기작을 또 만나길 기대한다.”(이화정) “<아이스>를 계기로 러시아의 대중영화가 한국에 더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이주현)는 이야기로 8번째 용씨네 PICK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씨네21>과 CGV용산아이파크몰의 용씨네 PICK은 앞으로도 매달 진행되며, <씨네21> 독자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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