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트랩> 배우 이서진 - 장르가 다양해질수록 드라마도 성장한다
2019-02-07
글 : 임수연
사진 : 백종헌

-박신우 감독에 의하면 원래 멜로가 아닌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내가 멜로를 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 또한 장르물에 대한 갈증이라기보다는 드라마가 계속 발전해나가려면 다양한 장르물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지상파 3사에서만 드라마를 방송했지만 지금은 방송사가 엄청나게 많아졌고, 인터넷에서만 볼 수 있는 드라마도 만들어진다. 그럴수록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가 나와야 하고 비슷한 구도는 지양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중에서도 <트랩>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영화 <완벽한 타인>(2018)을 함께한 필름몬스터의 박철수 대표, 이재규 감독과 동갑이고 무척 친하다. 두 사람이 준 대본을 읽어보니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재미있더라. 내쪽에서 조금 수정했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몇번 더 만났다. 사실 진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작품을 잘 안하려고 한다. 내가 나 자신을 잘 아니까, 그런 작품이 아니면 중간에 손을 놓아버릴 테니까. 그래서 필모그래피가 많지 않다. <트랩>은 회를 거듭할수록 강우현의 모습이 정말 좋아져서 출연하고 싶었다.

-<트랩>은 ‘영화 같은 드라마’도 아닌 ‘드라마 같은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이 작품은 정말 영화구나 느낀 순간이 있다면.

=근데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나 큰 차이가 없다. 예전에는 영화는 필름으로, 드라마는 ENG 카메라로 단출하게 찍었는데 이제는 카메라도 똑같은 걸 쓰고 촬영 기법도 비슷하다. 드라마는 순전히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는 좀더 넓은 화면을 쓰다 보니 앵글이 좀 달라지는 차이가 있긴 한데 <완벽한 타인>처럼 드라마 감독 출신이 인물 위주의 영화를 더 잘 찍을 때도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영화감독이 TV드라마를 찍고 드라마 감독이 영화를 찍는 일이 흔한데 앞으로 점점 더 경계가 없어질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예능으로 생긴 이미지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배우에게 느껴지던 어떤 벽이 무너지는 계기였다고 본다.

=사람들 말에 그다지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내가 나온 방송은 예능보다는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선생님들 모시고 여행 가고, 식당 운영하고, 시골 가서 동생들을 막 부리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서 오히려 전보다 더 다양한 역할이 들어온다. 또 드라마 <다모> 때부터 함께한 이재규 감독은 워낙 내 평소 모습을 잘 알아서 나한테 <완벽한 타인> 시나리오도 주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내가 가장 친한 친구들 만났을 때 모습이 <완벽한 타인> 때랑 제일 비슷하거든. (웃음) 진지한 거 싫어하고 장난 잘 치는.

-평소 모습을 잘 안다는 이재규 감독(<트랩>의 총괄 프로듀서)이 <트랩>의 강우현 역할을 왜 제안한 거 같나.

=사람에게 여러 가지 모습이 있는데,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에서 선생님들에게 잘하는 반듯한 모습도 있다고 생각하니 전직 앵커 역할인 강우현을 연기할 배우로 떠올린 게 아닐까. 또 강우현이 가진 어떤 모습이랑 비슷한 면이 있다. 이재규 감독은 나를 너무 잘 알고, 나는 나를 잘 아는 사람이랑 일하는 게 편하다.

-앵커 출신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혹시 모델로 삼은 인물이 있나.

=누굴 따라 하며 연기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되기보다는 그 사람을 내 안으로 갖고 와서 연기해왔다. 만약 내가 앵커라면 이랬겠다 싶은 스타일로 접근했다. 평소에 뉴스를 많이 보고, 좋았다고 생각한 스타일을 내 것으로 만드는 거지 누구를 흉내내지 않았다.

-<트랩>은 지금까지 필모그래피에서도 가장 장르적 색채가 뚜렷하다. 장르물 연기란 관점에서 영향받은 작품이 있나.

=특정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예전부터 영화·드라마·책을 보면서 느낀 것을 토대로 평소에 생각은 하고 있지 않나.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서도 저렇게 기발한 소재의 드라마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싶고. 그러다 대본을 받았을 때 내 안에서 익숙해져 있던 것을 표현하게 되는 건데 개인적으로는 10~20대 때 즐기던 것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음악도 영화도 모든 건 10대 때 이루어지는 것 같다. 중학생 때 극장에서 본 <람보>(1983)나 <스카페이스>(1983)를 영화 채널에서 다시 틀어주면 수십번 봤는데도 또 보게 된다. <트랩>에 칼로 사람 찌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런 장면은 <대부>(1972)가 떠올랐고. 산에서 찍은 장면들은 대본을 읽을 때 베니치오 델 토로와 토미 리 존스가 나온 <헌티드>(2003)의 숲속 시퀀스와 같은 느낌을 떠올렸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한 데이비드 핀처의 작품이 생각나는 장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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