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계를 이끌 재능 있는 신인감독들이 한국에 모였다.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의 한국 연수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서다. CJ문화재단과 중국인민대회우호협회, 주중한국문화원 등이 공동 주최하는 이 영화제는 양국의 영화산업 발전과 문화 교류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4년부터 한국과 중국의 역량 있는 신인 영화감독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영화제에서 입상한 중국 감독들에게는 한국 영화산업 현장을 참관하고 한국의 영화 전문가와 신진 영화인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쌓는 연수 프로그램의 기회가 주어져 한국 영화산업을 경험하고자 하는 중국 신인감독들의 관심이 크다.
올해 한국 연수 프로그램 참가자는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한 5명의 중국 감독들이다. <그림자의 영결식>(심사위원대상)의 공지웨이 감독, <총을 든 소녀>(감독상)의 리위씽 감독, <고요한 밤의 사색>(각본상)의 두안윈총 감독과 <언니>(중국대외우호협회상)의 롼펑이 감독, <어린아이의 세계>(CJ꿈키움상)의 캉로우 감독이다. 1월 21일 내한한 5명의 중국 감독은 CJ파워캐스트, 라이브톤 등 한국영화 후반작업 업체 견학을 시작으로 1월 26일 출국하기까지 5박6일간 한국에서 다채로운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의 골목을 돌아다녀봤는데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영화도 비슷한 느낌이다. 한국의 영화 현장을 견학해보니 한국 영화인들은 어떤 작품을 만들든 최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두안윈총) “이제껏 ‘서울’의 영어 철자가 ‘Soul’인 줄 알았다. 나라의 영어 이름이 ‘영혼’이라니,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웃음) 그건 나의 착각이었지만, 이번 기회로 한국에서 재미있고 멋진 영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았다.”(리위씽) 한국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한 중국 감독들에게서 그들의 영화만큼이나 개성 있는 체험기를 들을 수 있었다. 5박6일간 이어진 중국 감독들과의 동행 취재기를 전한다.
01.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한국 연수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윤제균 감독과의 만남이었다. 1월 22일, 프로그램의 둘쨋날 5명의 중국 감독들은 윤제균 감독의 제작사 JK필름으로 찾아가 간담회를 가졌다. “이제까지 수많은 한국영화 흥행작들을 만들어왔는데 시나리오의 레퍼런스는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는 리위씽 감독의 질문에 윤제균 감독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어디에 가든, 시나리오의 재료로 쓸 만한 소재를 매일 꾸준히 기록해왔다”며 잠을 자다가도 좋은 대사가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서 기록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더불어 윤제균 감독은 ‘인생은 새옹지마’라며 은행원으로 일하다 영화감독이 된 자신의 커리어 체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간담회를 마친 뒤에는 윤제균 감독의 대표작인 <국제시장>의 DVD 사인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롼펑이, 캉로우, 윤제균, 공지웨이, 리위씽, 두안윈총 감독.
02. 1월 23일에는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수상작 상영회가 열렸다. 관객과의 대화(GV)에 자리한 4명의 중국 감독들에게(개인적인 사정으로 <어린아이의 세계>의 캉로우 감독은 GV에 참석하지 못했다.-편집자) 한국 관객의 열띤 질문이 쏟아졌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가 있어 한국 관객이 내가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극장에 앉아 함께 영화를 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던 것 같다.”(공지웨이) 인생 영화를 묻는 한 관객의 질문에 GV에 참석한 모든 감독이 한국 감독의 작품(나홍진 감독의 <황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03. 연수 프로그램의 공식 일정이 마무리되는 1월25일, 중국 신인감독들은 파주에 위치한 서울액션스쿨과 특수효과 업체 데몰리션,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를 방문하는 숨가쁜 일정을 이어갔다. 서울액션스쿨에서 감독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준 정두홍 무술감독은 “액션의 본질은 폭력에서 비롯된 싸움이 아니며, 요즘 한국영화는 미국과 달리 화려하고 극적인 무술보다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곧이어 감독들은 데몰리션을 찾아 이 회사가 작업한 특수효과 영상을 관람했다. 제작비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는데, 데몰리션의 박성철 실장은 “제작비를 생각하면 이런 폭발 장면을 만들 수 없다”며 “돈을 아껴서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하는 감독들은 애초에 데몰리션과의 협업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04. 마지막 일정은 파주에 위치한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 방문이었다. “파일로 컴퓨터나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이 더 빠를 텐데, 왜 필름 복원 작업을 하는 건가요?” 신세대 영화감독다운 질문이 쏟아졌다. 권영택 차장은 “얼핏 보면 그 방식이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느껴지지만 기계는 파일을 훼손할 위험이 높고, 필름으로 만들어서 보관하는 것이 훨씬 더 오래 보존할 수 있고 금전적인 지출도 적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감독들은 영화를 배우고 만드는 사람으로서 영화의 보존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