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입상한 중국 신인감독 인터뷰 - “내 생각이 반영된 작품 만들기 참 어렵다”
2019-02-14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공지웨이, 롼펑이, 리위씽, 두안윈총 감독 (왼쪽부터).

“리얼한 세트장과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현장 시스템이 흥미로웠다. 배우들의 대사량이 어마어마한데 현장이 어쩜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지 놀랍더라.”(롼펑이) “인생 선배, 영화 선배로서 아낌없이 모든 스킬을 전수해준 윤제균 감독님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인생은 한컷의 예술’이라는 그의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리위씽) 보고 싶은 것도, 묻고 싶은 것도 가득했다.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 단편영화제에서 입상한 4명의 중국 감독 이야기다. CJ문화재단이 영화제 수상자들에게 제공하는 5박6일간의 한국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왕성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한국 영화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1월 23일,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수상작 상영회를 마친 뒤 공지웨이·리위씽·두안윈총·롼펑이 감독을 만났다. 지금 막 영화학교를 졸업한 중국의 신인감독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이들과 나눈 대화에 그 답이 있다.

-제5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에서 입상한 뒤 어떻게 지내고 있나. 각자 수상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두안윈총_ 수상을 하게 되어 기쁜 한편 아직 나는 멀었다는 생각에 반성도 했다. 최근에는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 영화제에서 받은 상금을 제작비에 보태 쓰고 있다.

=공지웨이_ 내가 받은 상금은 최근 친구와 함께 후반작업 스튜디오를 차리는 데 썼다. 개인적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데 욕심이 있어서 스튜디오 운영은 친구에게 맡겨두고 차기작을 구상하는 중이다.

=롼펑이_ <언니>라는 작품으로 다른 영화제에서도 수상했지만, 한중청년꿈키움단편영화제 상금이 가장 많아 만족스럽다. 상금은 현재 준비 중인 장편영화의 시나리오 기획개발비와 곧 돌아오는 설날 부모님께 드릴 세뱃돈으로 쓸 예정이다. (웃음) 이렇게 한국에 와서 영화산업 현장을 참관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롼펑이 감독은 미국영화연구소(AFI)를, 나머지 세 감독은 베이징전영학원을 졸업했다. 영화학교를 졸업한 신인감독으로 최근에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리위씽_ 베이징에서 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1년에 월세만 7만위안이 나가고, 여자친구의 몸이 좋지 않아 다른 지출도 하게 된다. 영화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동기들과 ‘우리가 중국영화계를 구하자’며 의욕에 넘쳤는데, 졸업을 하고 보니 삶을 영위하는 현실적인 문제와 더불어 영화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잃지 않고 유지할지 고민이 크다. 광고를 찍으면 당장의 경제적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영화감독으로서 미래는 점점 멀어지니까. 또 신인감독이 중국영화계에 진입하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이미 영화계에 자리잡은 선배들이 젊은 감독들의 진입로를 막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공지웨이_ 장편영화를 준비하고 싶지만 투자사들이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신인감독에게 투자를 잘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도 리위씽 감독과 마찬가지로 현실과 이상 사이 밸런스를 맞추기가 힘들다. 멘털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더라.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친구들이 수상할 때마다 위축되기도 하고.

롼펑이_ 맞다.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어렵다. 나는 최근 단편영화에서 장편영화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는데, 단편보다 훨씬 긴 호흡으로 작품을 준비하는 게 아직은 쉽지 않다. 몇달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변의 시선을 견뎌야 하고, 긴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성과가 원하는 만큼 나온다는 보장도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게 됐는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가끔 직업적 우울증도 겪는다. 그런 점이 힘들게 느껴진다.

두안윈총_ 나는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다가 이 직업에 무뎌지고 방향성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다시 영화학교에 들어가 영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학업이었지만 지금은 나 자신을 찾는 건지, 혹은 나를 잃어버리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웃음)

-그럼에도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영화감독의 꿈이 있을 것 같다.

리위씽_ 고등학생 때부터 범죄영화를 찍고 싶었다. 최근에 새롭게 관심 가는 장르는 SF다. ‘초인의 마음으로 세상과 부딪혀 답을 찾아야 한다’는 니체의 말을 좋아하는데, 그 말에 부합하는 장르가 바로 SF라고 생각한다.

공지웨이_ 나는 로맨스나 범죄영화처럼 장르적 개성이 큰 영화보다 내 생각이 반영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데 그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웃음)

롼펑이_ 여성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싶은 이슈는 ‘가족’이다. 나의 자전적인 경험을 반영한 영화제 수상작 <언니>의 속편을 장편으로 구상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의 인생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영화를 만들며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벌새>를 연출한 김보라 감독을 좋아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한국영화와 한국 드라마도 작업해보고 싶다.

두안윈총_ 인간의 내면에 관심이 많다. “이제 인간은 우주까지 갈 수 있게 되었는데도 인간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는 대만영화 <대불>의 대사에 깊이 공감한다. 상업영화보다 투자를 받기 어렵겠지만 예술영화를 만들고 싶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인 중국 영화산업을 각자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리위씽_ 중국 사람들은 굉장히 똑똑한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고, 참신한 방법을 많이 생각해낸다. 그런데 한편으로 요즘 젊은 감독들은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에 존경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영화학교 1학년 신입생들을 보면 외부에서 연출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엄청난 액수를 부르더라. 또 그동안 중국 영화인들은 존경하는 감독의 연출 기법과 세계관에 얼마간 영향을 받으며 거기에 자기 색깔을 녹여내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는데, 젊은 세대 영화인들에게는 ‘장인정신’이라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끊어진 게 아닌가 싶다. 영화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영화를 돈벌이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산업 내에서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공지웨이_ 요즘의 중국은 문화 증진보다 경제 성장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영화계의 1년 총수익이 600억위안이라고 한다면, 중국의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의 하루 수익이 2천억위안이다. 그만큼 다른 분야보다 문화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영화에 많은 돈을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흥행 성적보다 영화의 퀄리티에 주목하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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