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 - 한국도 미국처럼
2019-02-21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실화 소재 웹소설·웹툰과 인물 전기를 기획하는 제작사 팩트스토리

-실존 인물·사건 실화를 토대로 한 원천 콘텐츠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가 저널리즘을 넘어 영화, 드라마, 소설, 웹툰 같은 콘텐츠로 많이 제작되고 있다. 독자나 관객 또한 실화를 가공한 이야기를 보길 원한다. 기존의 저널리즘이 이 영역을 전혀 다루지 않은 까닭에 직접 시도해 보고 싶었다. 팩트스토리가 손을 대면 더욱 잘할 수 있는 지점이 보였다.

-그러한 결정은 <한겨레> 기자 시절 고민했던 저널리즘의 한계나 가능성에서 나온 결과라고 봐도 되나.

=지난 150년 동안 신문, 방송 같은 데일리 저널리즘은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를 다룬 장르의 왕좌였다. 하지만 저널리즘만으로 이들을 모두 다룰 수는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인물 전기다. 마이클 루이스 작가가 메이저리그 야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주인 빌리 빈에 관해 쓴 책 <머니볼>은 저널리즘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픽션인가, 그것도 아니다. 인물 전기, 회고록, 르포르타주 등 세 장르는 현재 한국의 저널리즘이 소화하지 못하는 영역이자 독자들이 읽기 원하는 영역이다. 미국의 경우, <뉴요커> 같은 일부 주간지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기존 저널리즘에서 전기, 회고록, 르포르타주 같은 긴 논픽션들을 소화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그것이 팩트스토리 창립으로 이어졌다.

-시장에 뛰어들어보니 실화에 대한 수요가 많던가.

=웹소설 시장에서 실화를 소재로 한 논픽션은 아직 마이너 장르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기준으로 보면 사업에 대한 확신이 더욱 커졌다.

-영화 및 방송 산업의 플레이어들은 팩트스토리의 시도를 어떻게 생각하던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팩트를 수집·취재·확인하는 작업이 필수다. 직접 만나본 시나리오작가나 제작자들은 전문적인 취재를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우리가 실존 인물과 사건 실화를 토대로 한 원천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얘기하니 꼭 필요한 역할이라며 환영해주더라.

-시나리오작가, 제작자, 감독 등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실화의 어떤 점이 개발하기에 어렵다고 하던가.

=스토리텔링의 핵심이 되는 디테일한 팩트 발굴이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화장실 장면을 감동적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원작 논픽션 없이 시나리오작가가 그 같은 ‘장면 팩트’를 발굴할 수 있었을까. 실화를 다루는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작가는 대부분 보도나 뉴스 기사에 의존한다. 민감한 사건이나 실존인물을 다룰 때 그들에게 직접 접촉해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들은 이 작업이 대단히 어렵다고 했다. 법원에 가서 사건을 확인하고, 판결문을 요청해 확보한 경험도 드물다. 마지막으로 권리 관계, 실존 인물의 유가족이나 실존 인물이 살아 있을 경우 이들을 접촉해 묘사 허락을 받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고 했다.

-한국 영화산업에서 실화 아이템은 누구나 쉽게 접근해 다룰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한데.

=회사를 설립한 뒤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주된 고민인데 해법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첫째, <악의 해석자-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는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고민과 성장을 독자적인 관점과 취재를 통해 논픽션이라는 콘텐츠로 풀어내니 드라마 판권 계약으로 이어졌다. 한국도 미국처럼 르포르타주, 전기, 회고록 같은 실화가 독자적 관점과 표현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판례가 존재하고, 산업도 갈수록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둘째, 미국은 <퍼스트맨> <블랙 호크 다운>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마인드 헌터> 등 100% 실화에 해당하는 르포, 전기, 회고록의 영화화 판권이 팔려 영화로 만들어지는 선순환 시장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한국도 이런 방향으로 갈 거라고 본다. 셋째, 이미 한국의 판례를 보면 인사, 부음 같은 단순한 사실 전달 기사를 제외하고 어느 분량 이상의 보도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다. 영화시장 또한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을 거라고 본다. 넷째, 팩트스토리는 많은 아이템을 확실하게 보호하기 위해 100% 실화에 해당하는 전기, 회고록, 르포뿐만 아니라 실화 함유율 80%에 10~20%의 가공을 가미한 웹소설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픽션이나 가공의 요소가 실화에 들어가는 순간 원천 콘텐츠로서 확실한 보호를 받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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