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돈> 부자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
2019-03-20
글 : 이주현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영화는 조일현(류준열)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동명증권의 주식브로커로 입사한 신입사원 일현은 놀라운 암기력과 친화력과 사회성을 지녔지만 든든한 연줄과 배경이 없다는 이유로 선배들의 관심 밖 신입사원이 되고 만다. 실적 역시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어느 날 같은 팀 과장 유민준(김민재)으로부터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소개받는다. 번호표는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제안을 하고, 번호표의 지시에 따라 작전에 가담한 일현은 순식간에 큰돈을 번다. 일현의 거래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금융감독원의 한지철(조우진)은 일현을 이용해 오랫동안 뒤를 밟았던 번호표를 잡으려 한다.

캐릭터와 상황 설정만 높고 보면 올리버 스톤의 <월스트리트>(1987)를 떠올리기 쉽다. 증권가를 배경으로 한 부자가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라면 마틴 스코시즈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돈>은 돈에 대한 추악한 욕망이 아닌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욕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슷한 소재의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된다. 돈을 좇는 인물들의 탐욕의 정도도 차이가 나는데, <돈>에는 탐욕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월스트리트>의 고든 게코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희대의 사기꾼 조던 벨포트 같은 인물이 없다. 이들과 비교하면 <돈>의 일현과 번호표는 어딘지 심심하다. 오히려 ‘부자가 되고 싶은 평범한 청년’으로서의 일현의 모습이 부각되는 초반 장면들이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마음을 건드리지 않을까 싶다. <택시운전사>(2017), <리틀 포레스트>(2018), <독전>(2018), <뺑반>(2019) 등에서 지금까지 류준열이 보여준 여러 매력이 <돈>에서 집약돼 보여진다. 유지태, 조우진, 김재영, 정만식, 김민재 등 다채로운 캐스팅을 보는 재미도 크다. 박누리 감독의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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