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미성년> 박성도 음악감독 - 감독과의 대화가 중요해
2019-04-15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존재하되 나서지 않는다. <미성년>의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가로지르지 않는다. 각기 다른 성장통을 겪는 인물들을 따스하게 감싸안는다. 박성도 음악감독이 촬영 전부터 믹싱이 끝날 때까지 김윤석 감독과 생각을 긴밀하게 나누며 작업한 결과다. 두 사람은 <쎄시봉>(2014)에서 만나 함께했다. “그때는 배우들이 연주하는 장면이 있어 기타 연습을 도왔다. 감독님이 먼저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미성년>에서 그가 내놓은 음악은 총 17곡이다. 오래전부터 연주해온 기타를 포함해 피아노, 스트링 등을 활용한 곡들이다. 많은 곡이 쓰였음에도 티가 잘 나지 않는 건 음악이 이야기에 녹아든 덕분이다. “촬영 중반부까지 감독님이 ‘음악이 어떠해야 한다’는 식으로 제약을 두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가 촬영 후반부에 이르러 ‘배우가 연기를 잘하고 있으니 음악이 인물의 감정보다 먼저 나서면 안 된다’고 방향을 잡아주셨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모든 곡이 소중하지만 유독 애착이 가는 곡은 <주리와 윤아의 테마>다. 윤아(박세진)가 아버지(이희준)를 만난 뒤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흘러나오는 곡이다. “이 곡은 이야기 전체를 감도는 음악이다. 영화에 총 세 번 등장하는데 엔딩 크레딧에도 쓰였다.”

<미성년>은 박성도 음악감독의 데뷔작이다. 원래 그(기타)는 고등학생 때 만난 친구 서영호(건반)와 함께 결성한 그룹 ‘원펀치’ 멤버다. 지난 2012년 방준석 음악감독이 원펀치 1집 앨범인 《펀치 드렁크 러브》의 프로듀싱을 맡은 인연으로, 영화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당시 앨범 작업 때문에 방 음악감독님 댁을 한달 정도 오갔다. 아침 10시에 가서 새벽 2, 3시까지 작업한 뒤 집에 들어오는 일정으로 생활했었다. 방 감독님이 음악을 작업하는 방식과 태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박성도 음악감독은 <미성년>을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매 장면 멋진 음악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컸는데 영화음악을 해보니 좀더 멀리서 큰 호흡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아 곡을 만드는 게 음악감독의 역할 같다. 최근 본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더 포스트>에서 존 윌리엄스가 만든 곡들이 귀에 거의 들리지 않는데도 좋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박성도 음악감독의 눈빛은 빨리 다음 영화를 하고 싶은 열망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노트

“곡 작업할 때 항상 가지고 다니는 노트다. 곡, 악기 등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노트를 꺼내 메모한다. (노트를 펼쳐 보이며) <미성년> 작업할 때 생각났던 아이디어가 노트의 절반 넘게 차지하고 있다.”

2019 <미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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