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퍼스트 리폼드>의 스타일에 관하여
2019-04-24
글 : 김현수
폴 슈레이더 감독을 아시나요

<퍼스트 리폼드>는 폴 슈레이더 감독의 영화 인생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실은 그는 20대 때 이미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 각본을 집필한 훌륭한 각본가였다. 에단 호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영화 <퍼스트 리폼드>는 국내외 많은 비평가들이 이야기했듯, 그의 비상한 창작력과 일관된 작품 세계, 그리고 자신의 취향과 문제의식의 집대성 같은 영화다. 다작 감독은 아니지만 꾸준히 할리우드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의 영화가 보여주는 스타일과 메시지에 대해 알고 보면 좋을 정보들을 모았다.

초월적 스타일

폴 슈레이더 감독의 영화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본인이 다른 영화감독들에게서 찾았던 ‘초월적 스타일’이다. 본인 스스로는 <영화의 초월적 스타일: 오즈, 브레송, 드레이어>를 쓰면서 분석하고 이해했던 그들의 연출 스타일을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해왔지만, 문득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을 돌아보며 “이제는 만들 때도 되지 않았나” 반문하게 됐다고. <퍼스트 리폼드>의 형식은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1951)를 미국 개척 교회를 배경으로 고쳐 쓴 것이나 다름없다. 주인공 톨러 목사(에단 호크)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사람으로 자신을 학대한다. 반면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을 안내해주는 모순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정말로 지켜야 할 것 같은 존재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나타난다. 이때 그가 무너져버린 지구, 즉 환경파괴를 자행하며 이룩한 도시 문명을 바라볼 때 영화는 일상의 묘사 차원을 넘어 전혀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버린다. 이는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오데트>(1955)에서도 일부 차용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의 몽타주를 재조립하는 것이다. 충분히 흥미로운 방법으로 재조립하면 그것은 새로운 것이 될 것이다”라며 자신이 사랑했던 거장 감독들을 재료 삼아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모두가 블록버스터영화만 좇는 시대에 그가 보여주는 이 오묘한 장면은 조악한 퀄리티의 장면처럼 보일지 모르나 단단한 규칙을 깨고 안전한 선택을 거부해온 그의 ‘초월적 스타일’이란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방 안에 선 한 남자의 불안

폴 슈레이더 감독은 독실한 칼빈교도 집안에서 태어나 17살 무렵까지 영화 한편 보지 못한 채 규율에 얽매인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 훗날 UCLA에서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학창 시절부터 제작보다는 비평에 관심이 많아 “평론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는 <영화의 초월적 스타일: 오즈, 브레송, 드레이어> <필름 누아르에 관한 노트> 등의 비평책도 펴냈다. 어느 날 실습 영화를 찍던 그는 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1959)를 보고는 일기를 쓰는 범죄자 이야기에 완전히 매혹된다. 그로부터 2년 후에 쓴 각본이 바로 <택시 드라이버>(1976)다. 지난 30년 동안 폴 슈레이더 감독은 각본가, 영화감독, 제작자로 이름을 알렸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역시 그의 영화 세계에 나타난 일관된 주제다. 그는 자기파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으면서 외부의 어떤 것에도 무관심한 인간이 세상을 향해 구원의 손길을 뻗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주로 다룬다. 그 결과는 종종 폭력을 수반하거나 비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보여준다.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나 <비상근무>의 응급요원 프랭크(니콜라스 케이지) 등이 바로 대표적인 캐릭터인데 그들을 두고 많은 비평가들이 ‘방 안의 남자’라고 불렀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남겼다. “나는 영적인 영화들이 지닌 초월적 스타일에 관한 책을 썼는데, 그것은 이 세계로 들어가는 나의 입구였다. 그 당시 내가 처음 썼던 각본이 <택시 드라이버>였다.” <퍼스트 리폼드>는 그의 평생의 고민이었던 초월적 스타일과 <택시 드라이버>의 문제의식이 결합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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