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선생님 레이첼, 일명 ‘미스 스티븐스’(릴리 레이브)와 세명의 학생들이 3일간 학교 밖에서 겪는 일을 조명하는 영화. 학교의 요주의 인물 빌리(티모시 샬라메)와 귀엽고 친근한 샘(앤서니 퀸틀), 똑 부러지는 성격의 마고(릴리 라인하트)는 함께 주말 3일간 열리는 연극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빌리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선생님 레이첼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레이첼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익숙지 않은 레이첼은 다가오는 빌리를 자꾸만 밀어낸다. 3일간 참가자 모두 연극대회 무대에 올라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레이첼과 세 학생들이 감추고 있던 속마음이 점차 밝혀진다.
“신기하지 않으세요? 매일 같이 지내고 별 얘길 다 하는데 서로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극중 마고의 말처럼 <미스 스티븐스>의 인물들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선뜻 건네지 못한다. 하지만 닫혀버린 방문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홀로 침대에 누워 눈물짓는 이들의 상처받은 속마음을, 영화는 과도한 개입을 지양하면서도 따스하게 보듬는다. 이상하고 잔인한 세상, 그럼에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 만한 것일 거라고 <미스 스티븐스>는 말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티모시 샬라메의, 배우로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