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서로 다르지만 특별한 교집합 이룬 버디(buddy)무비들
2019-05-13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나의 특별한 형제>(왼쪽) / <걸캅스>(오른쪽)

흔히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가 된다고들 하지 않나. 그간 버디무비의 역사도 그렇게 전개되는 듯 했다. 둘이 함께 결탁해 한바탕 범죄 행각을 벌이거나, 어딘가 부족한 사내들이 좌충우돌 소동을 벌이거나. 공통분모를 공유한 콤비의 활약으로 시작된 버디무비이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이 갈래의 핵심은 ‘다름’에 있다. 비슷하지만 명백히 다른 둘이기에 가능한 에피소드의 나열이라는 것이다. <나의 특별한 형제>, <걸캅스> 등 특별한 우정을 그린 영화가 찾아온 이때, 서로 다르지만 특별한 교집합을 이룬 버디무비들을 떠올려 봤다.

범죄자와 형사의 우정이라니

<히트> 1996

<살인의 추억>

범죄자 콤비, 형사 콤비. 이들은 버디무비의 정석이라 해도 무방할 조합이다. 거의 버디무비 장르의 시초 격으로 거론되는 <내일을 향해 쏴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같은 작품들이 누아르의 구조 아래 범죄를 작당한 두 주인공을 비췄다. 같은 사건을 추적해가는 두 형사의 활약도 단골 소재다. <나쁜 녀석들>, <투 캅스>, <살인의 추억> 등 수사는 서로에 의해 돌파구를 찾다가도, 다시 난항에 빠지기 일쑤였다.

<히트>
그러나 그보다 생소한 조합으로 관객들을 동요하게 만든 사례도 있었다. 마이클 만의 <히트>는 범죄자 콤비, 형사 콤비가 아닌 범죄자와 형사의 관계에 주목했다. 두 배역을 맡은 배우는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필람의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강력계 수사반장 한나(알 파치노)는 일에 있어서 철저하지만 세 번째 부인으로부터 이혼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개인의 삶은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로버트 드니로는 한나의 수사를 피해 용의주도한 도망을 하는 범죄자 맥컬리를 연기했다. 한눈에 너무 다른 처지의 둘이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될수록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라는 동질감을 느낀다. 서로에게 총구를 겨눠야 하는 상황이 명백함에도 묘한 연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두 사람의 버디무비. 마이클 만의 숨겨진 걸작이다.

남성의 전유물을 뒤집은 여성 버디무비

<델마와 루이스> 1993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남성들 사이의 우정을 담은 스토리로 전개되는 영화.' 백과사전에 버디무비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초기 버디무비의 경향에 따른 정의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정의는 현시점에서 고쳐 써야 마땅해 보인다. 1967년작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원제: 보니 앤 클라이드)는 일찍이 남녀 각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버디무비를 선보인 바 있다. 이후에는 남성 콤비들의 활약이 주를 이룬 버디무비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기에 1991년에 나온 <델마와 루이스>의 위상은 특별했다.

<델마와 루이스>
감독 리들리 스콧은 <에이리언> 등의 작품에서 전통적인 남성 캐릭터의 위치에 여성을 캐스팅했던 맥락과 동일하게 <델마와 루이스>의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순종적인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독립적인 루이스(수잔 서랜든)가 여정을 떠난다. 이들은 악역으로 등장한 많은 남성 캐릭터를 징벌하고 여성 해방을 암시하는 대목의 결말로 나아가기에 활발한 페미니즘 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페미니즘의 키워드로만 이 영화를 읽기에는 아쉽다는 견해도 다수. <델마와 루이스>는 성별뿐 아니라 인종과 계층을 넘나들며 더욱 광범위한 관객층의 공감을 이끌어낸 작품이었다.

같은 하늘 아래 두 명의 히어로

<킥 애스: 영웅의 탄생> 2010

<어벤져스: 엔드게임>

둘 이상의 히어로라고 하면 <어벤져스> 군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금처럼 대다수의 상영관을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집어삼킨 시점이라면. 같은 하늘 아래 두 명의 히어로. 지금부터 이야기할 히어로는 어벤져스처럼 완벽하디 완벽한 히어로 연합은 못 되는 처지다. 마찬가지로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결함투성이의 히어로도 사랑할 자신이 있는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히어로 버디. 힛걸과 킥 애스의 탄생을 그린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이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
영웅이 필요한 이 세상, '왜 아무도 슈퍼히어로가 되려고 하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가진 주인공 데이브(에런 테일러존슨). 범죄와 부정의가 만연한 사회에 스스로 히어로 '킥 애스'가 되길 자처한 데이브는 쫄쫄이 의상을 만들고 등 뒤로 곤봉을 찬다. 하지만 평범한, 아니 너드(nerd) 중의 너드인 그의 호기로운 출발은 번번이 우스꽝스러운 결론을 내고 만다. 이때 아픔을 간직한 아버지에 의해 비밀병기로 길러진 힛 걸(클로이 모레츠)을 만난 그는, 빈틈없는 액션으로 악을 처단하는 그녀와 함께 세상을 구해낼 용기를 얻는다. 어리지만 뛰어난 힛 걸, 부족하지만 선한 의지로 가득 찬 킥 애스의 시너지는 한 편의 버디무비로 읽어도 좋을 히어로 무비로 남게 했다.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운명

<강철비> 2017

<공작>

분단이라는 숙명을 진 대한민국이기에 가능한 버디무비. 최근만 해도 몇 편의 남북 버디무비가 극장에 걸렸다. 장훈 감독의 <의형제>(2010), 김성훈 감독의 <공조>(2016)를 지나 아무래도 가장 최근의 사례는 북으로 간 남한의 스파이, 흑금성 실화를 다룬 <공작>(2018)이다. 윤종빈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영화로 <공작>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총칼 없이 말로 벌이는 액션 때문에 허전함을 느끼는 관객도 있었지만, 전형적인 스파이물의 클리셰를 비껴갔다는 평과 함께 2019 백상예술대상의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강철비>
근소하지만 <공작>보다 고르게 호평받은 남북 버디무비 한 편이 있었다. 핵 전쟁의 위기 속에 놓인 남과 북을 다룬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는 개봉 초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지만 <신과함께-죄와 벌>, <1987> 등 강력한 경쟁작들의 활약으로 크게 조명 받지 못했다. 남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와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가 그려내는 한 민족의 동질감은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가까워지지 못하는 운명과 함께 희비극을 오갔다. 지금까지의 남북 소재 영화들은 소재가 가진 정치성의 한계 때문에 양분된 평가를 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소 투박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라는 국가의 다양한 면을 담아내려 했던 점이야말로 그 한계를 덜어낸 <강철비>의 미덕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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