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리는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展: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에서는 톤코하우스가 제작한 단편영화와 제작 중인 영화들의 기획서와 컨셉아트, 원화, 피겨 상품 등의 전시를 볼 수 있고 실제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재능꾼들이 모여 만드는 깊고 넓은 세계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들이 모여 만드는 작품은 하나같이 그들 스스로 정말 즐거워하며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전달받게 된다. 톤코하우스의 작품들을 만나 보자. 이미 만들어진 작품과 앞으로 완성될 작품들을 모두 소개한다.
<댐 키퍼>(2014) 감독 로버트 콘도, 다이스케 쓰쓰미
18분 분량의 짧은 단편으로 톤코하우스의 간판 영화다. 마을 변두리에 위치한 풍차에서 홀로 사는 소년 피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작은 덩치의 몸으로 힘겹게 풍차를 작동시키고 등교를 한다. 그가 매일 풍차를 작동시키는 모습은 마치 수행자의 고행을 보는 것 같다. 그렇게 매일 풍차를 돌리는 그는 정말 고마운 존재인데 학교에서는 냄새나고 더럽다고 친구들에게 놀림받는다. 이런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건 폭스뿐이다. 어느 날 마을의 댐을 넘어 이상한 기운의 스모그가 덮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모두 혼비백산하고, 마스크를 항상 상비해 다니던 피그는 풍차 집으로 전력 질주한다. 누군가 우리 주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기리는 작품이다. 마을을 덮치는 스모그의 정체가 뭔지, 피그의 부모는 왜 나타나지 않고 혼자 사는지 등의 이야기는 무한하게 확장이 가능하다.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재난영화의 비관적인 메시지가 아름다운 터치의 그림을 통해 펼쳐지니 아니러니하다. 장편도 기획 중인데 이십세기폭스와 함께 개발하다가 최근 디즈니 인수 이후 다시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댐 키퍼: 피그 이야기>(2019) 감독 에릭 오
톤코하우스의 첫 단편 시리즈. 피그가 어떻게 자신이 댐지기가 되었는지를 기억하는 이야기다.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된 피그는 폭스와의 우정을 통해 사랑과 가족에 대해 배우고 함께 마을 사람들을 돌본다. 대사가 거의 없으며 자신에게 풍차와 집을 물려주고 떠난 아버지를 찾고자 하는 마음과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부딪친다. 애니메이션의 수채화 표현법은 따뜻한 정서적 기운을 불어넣는다. 에릭 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그는 원작 단편 <댐 키퍼>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았다. 이 작품은 훌루재팬과 제작 협력을 맺었고 2018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TV부문 최고상인 크리스털상을 받았다.
<뭄> 감독 다이스케 쓰쓰미
이야기는 세상에서 버려진 물건들에 달라붙어 있던 기억들이 모여 살고 있는 신비로운 땅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세계의 기억들은 자신의 물건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떨쳐버릴 준비가 되면 그 물건을 이 세상에 놓아주고 신비로운 땅으로 떠난다. 그런데 뭄이라는 기억은 다른 기억들과 달리 신비로운 땅에 갇혀버린 소방관 모자의 기억이다. 어느 날 뭄은 발레 슈즈에 들어 있던 기억 루빈을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루빈에게 신비로운 땅을 소개해주겠다며 따라다닌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이 루빈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톤코하우스가 일본의 프래프타(Craftar), 마르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공동 작업하는 작품.
<오니> 감독 다이스케 쓰쓰미
일본의 신화적인 이야기를 현대 배경으로 가져온 작품이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다이스케 쓰쓰미 감독은 어릴 적 듣던 괴물과 신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살았다. 이제 그는 ‘야요로즈노카미’라고 부르는, 사물과 생명체에 깃들어 사는 800만개의 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천둥의 신 나리돈과 그가 입양한 딸 오나리의 황당한 모험을 담은 시리즈물로, 오나리는 주변 아이들과 달리 사납고 괴물보다 더 괴물다운 성격을 지닌 캐릭터다. 신의 세계가 아닌 인간세계에서 온 사람아이다. 그래서 주변의 신 캐릭터들이 각자의 초능력을 발전시키고 신이 되어가는 동안 오나리는 인간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날씨를 관장하는 신의 아이들 혹은 지진을 다스리는 신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핵심은 오나리가 아버지와 친구들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 신계와 인간계의 중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점이다. 다이스케 쓰쓰미 감독은 지역색이 강한 민담을 해외 관객에게 소개할 생각으로 기획 중이다.
<슬리피 파인즈> 감독 크리스 사사키
픽사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 사사키가 연출하는 작품으로 그는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한 바 있다. 미스터리한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슬리피 파인즈>는 그의 첫 연출 데뷔작이 될 예정. <슬리피 파인즈>는 한 어린 아마추어 밴드가 그들의 조용한 꿀공장 마을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이야기다. 이 밴드는 데뷔와 동시에 해체 위기에 놓이는데 메인 보컬인 꿀벌을 비롯해 모든 벌들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밴드의 정체성을 전적으로 꿀벌들에게 의존하며 운영했던 멤버들은 갑자기 방향을 잃고 당황한다. 하지만 금세 변화를 인정하고 밴드의 성장을 만들어낼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다.
<레오> 감독 에릭 오
이 작품은 미래의 머나먼 행성의 고리 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톤코하우스 최초로 SF 장르를 시도하는 작품. 시공간 여행을 통해 환상적인 세계와 먼 행성으로 떠나는 로봇 이야기를 다룬다. 로봇 레오의 시행착오는 그를 행성계가 사라지는 블랙홀의 영역으로까지 향하는데 그러다가 멋진 달의 정원을 가게 된다.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는, 혹은 할 수 없는 로봇 레오는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가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눈을 얻는다. 영원히 죽지 않는 로봇의 성장을 통해서 생명과 죽음의 메시지까지 담아낼 예정이다.
● 전시장 1층 전경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톤코하우스의 창립 계기부터 만나볼 수 있다. 어떻게 처음 <댐 키퍼>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제작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기초 제작 공정을 알기 쉽게 설명해놓은 안내 부스도 있어서 아이들이 한눈에 이해하기 쉽다. 톤코하우스의 순회 전시는 각 지역의 예술가들과 협력해 기획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재미고와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가 손을 잡고 추진했다.
● 전시장 2층 전경
전시장 1층에서 톤코하우스의 작품 세계를 만나본 다음, 2층 전시장에서는 작품 세계를 직접 체험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상영관에서는 작품을 직접 관람할 수 있고 전시를 기획한 재미고에서는 관람객에게 독특한 관람 경험을 선사하고자 증강현실(AR) 모드를 도입했다. 톤코하우스 전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한 뒤에 실행하면 전시장 곳곳에 숨은 캐릭터의 활약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2층 전시장 한쪽에는 구글의 두들러로도 활약했던 톤코하우스의 마이크 더튼 아트디렉터가 어린 관람객들의 참여를 위해 마련한 그림판이 있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벽에 그림을 그리고 애니메이션 창작 과정을 체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