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이자 12번째 작품 <엑스맨: 다크 피닉스>(이하 <다크 피닉스>)가 6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십세기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며 폭스에서 제작하는 마지막 시리즈가 된 이번 영화는 지난 19년을 이어온 <엑스맨>의 문을 닫는 대망의 피날레이자, 앞으로 마블의 우주에서 새로운 활약을 선보일 뮤턴트들을 위한 고별사이기도 하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하차하고 몇 차례 재촬영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영화는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마지막답게 강렬한 마무리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크 피닉스>를 만나기에 앞서 미리 알면 좋을 정보들과, 진 그레이 역의 소피 터너, 비스트 역의 니콜라스 홀트의 인터뷰를 전한다.
19년을 이어온 <엑스맨> 시리즈의 최종장
21세기의 시작에 <엑스맨>이 있었다. 마블이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꾸리기 한참 전인 2000년 최초의 슈퍼히어로팀 영화 <엑스맨>이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손에 들어간 <엑스맨>은 인류와의 공존을 꿈꾸는 프로페서 X와 뮤턴트 해방주의자 매그니토의 대결구도를 통해 차별과 박해 그리고 저항이라는 엑스맨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이후 19년 동안 11편의 영화를 선보인 <엑스맨> 시리즈는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히어로팀이다. <다크 피닉스>는 <엑스맨>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챕터라 할 만하다. 정확히는 이십세기폭스의 이름을 내걸고 제작되는 마지막 영화다.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했던 마블이나 DC와 달리 폭스의 <엑스맨>은 그동안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리즈다. 1편의 혁신적인 성공에 이어 시리즈 최고작 중 하나라는 평을 받은 <엑스맨2>(2003)의 영광도 잠시, 브라이언 싱어가 하차하며 혹평받은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을 끝으로 3편의 오리지널 트릴로지가 막을 내렸다. 이후 시리즈를 되살리고자 2011년 매튜 본에 의해 프리퀄의 시간대로 돌아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프로페서 X 역에 제임스 맥어보이, 매그니토 역에 마이클 파스빈더, 레이븐 역에 제니퍼 로렌스를 캐스팅하는 등 배우까지 교체하는 강수를 둔다. 단순한 리부트가 아니라 아예 3편이 남긴 흑역사를 지워버리고 새로운 시리즈로 거듭난 것이다. <엑스맨> 시리즈 사이마다 인기 캐릭터인 울버린을 활용한 스핀오프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더 울버린>(2013), <로건>(2017)이나 R등급 히어로물 <데드풀>(2016), <데드풀2>(2018) 등을 선보이며 볼륨을 풍성하게 한 것도 엑스맨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그리하여 <액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로 이어진 이야기는 시리즈의 12번째 영화이자 최종장으로 예고된 <다크 피닉스>에서 드디어 대망의 피날레를 앞두고 있다.
마이너리티들의 히어로 모든 차별과 억압에 저항하며
<엑스맨> 시리즈가 특별했던 건 현실에 발붙인 채 민감한 이슈들을 환기시켜왔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에 맞서 소수자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화두로 내세운 <엑스맨> 시리즈는 흑인인권운동가 맬컴 엑스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연상되는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의 가치관을 대립의 중심으로 삼아 시대정신을 반영했다. 2000년 이후 <엑스맨> 시리즈가 지속될 수 있었던 건 단지 히어로들의 이색적인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다크 피닉스> 역시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여 최근 시대 상황이 투영되어 있다. 가족 해체, 공동체 분열 같은 갈등이 직접 표출되고 있는 오늘날 미국의 현실은 내부의 적, 통제되지 않는 힘, 억압과 통제에 대한 저항 등 영화 속 전개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것이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사가>
<다크 피닉스>는 내부의 적이자 최강의 적으로 변해버린 진 그레이(소피 터너)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포칼립스를 물리친 후 특수임무를 수행하던 엑스맨은 조난당한 우주선을 구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때 솔라 플레어에 노출된 진 그레이는 피닉스의 힘을 각성하게 되고 정체불명의 외계 존재 스미스(제시카 채스테인)가 접근하여 모든 것을 파괴하도록 부추긴다. 진 그레이 안에 잠재된 또 다른 우주적인 힘, 피닉스 포스에 대한 것은 <엑스맨: 최후의 전쟁>이 일찌감치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너무 우주적이고 깊은 이야기”(사이먼 킨버그)이기 때문에 2006년 당시에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고 결과적으로 코믹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사가>(이하 <다크 피닉스 사가>)를 서브플롯으로 활용하는 등 성급한 시도로 인해 시리즈 최악의 결과물을 내놓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다크 피닉스 사가>는 <엑스맨> 시리즈가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1980년대 나온 <다크 피닉스 사가>는 어두우면서도 깊이 있는 스토리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다른 코믹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우주적 존재인 다크 피닉스의 등장은 엑스맨과 마블 세계관의 중요한 연결고리 중 하나다. <엑스맨> 시리즈가 시간여행까지 시도하며 역사에서 지워버린 피닉스 포스 중심의 이야기를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꺼내든 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엑스맨> 코믹스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다크 피닉스 사가>편을 제대로 영화화하는 건 어쩌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일지도 모른다. 사이먼 킨버그 감독은 자신이 각본에 참여했던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실패를 거울 삼아 <다크 피닉스>는 좀더 코믹스 원작에 충실하게 각색을 마쳤다. 특히 히어로영화에서 드물게 메인 캐릭터와 빌런을 여성이 맡은 점도 의미심장하다. 단순히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다크 피닉스의 복잡한 정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엑스맨> 프리퀄의 산증인, 사이먼 킨버그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의 각본과 제작을 맡은 사이먼 킨버그는 2006년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각본을 맡으며 <엑스맨> 시리즈에 입문한다. 이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제작에 참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사이먼 킨버그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선 제작은 물론 각본에도 참여하여 시리즈의 설계를 담당한다. <로건> <데드풀> 등 <엑스맨>의 가능성을 넓힌 것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다크 피닉스>는 사이먼 킨버그가 문을 연 프리퀄 시리즈의 정점에 해당하는 영화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하차한 빈자리를 직접 메우며 그의 첫 감독 데뷔작이 되었다. 어둡고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질 수 있는 이번 영화를 두고 사이먼 킨버그는 “진화와 퇴화에 대해 다루는 만큼 극적이고 강렬하며 감정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사이먼 킨버그가 <엑스맨: 최후의 전쟁>이라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프리퀄 시리즈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