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비행기 조종 자격증을? 배역 위해 OO까지 한 배우들
2019-06-13
글 : 심미성 (온라인뉴스2팀 기자)

<기생충>의 장혜진 / <기생충>의 배우들(맨 왼쪽 '장혜진')
<기생충>의 장혜진 배우는 봉준호 감독이 주문한 푸근한 엄마 이미지를 위해 하루 6끼를 먹으며 살을 15kg 찌웠다. 엄마 충숙은 전직 해머던지기 메달리스트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덩치 있는 몸이 필요했다. 그러나 칸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온 <기생충> 팀의 국내 첫 기자 간담회에서, 장혜진은 다시 스크린 속 충숙과는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을 찾았다. <기생충>의 장혜진을 기점으로, 배역을 위해 OO까지 한 배우들의 사례를 모았다.

늘렸다 줄였다 고무줄 몸무게

<악인전> 김무열
<툴리> 샤를리즈 테론
몸무게 증량, 감량은 많은 배우들이 거친 퀘스트였다. 장혜진 배우처럼, <악인전>의 김무열 배우도 15kg을 늘렸다.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답답한 경찰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다는 그는 깡패들과 붙어도 밀리지 않는 이미지를 위해 살을 찌웠다. 또, 할리우드 배우 샤를리즈 테론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툴리>에서 삼 남매의 육아에 시달리는 엄마 역할을 위해 몸무게를 22kg 늘렸다. 하지만 영화 촬영을 마치고 휴식기를 가진 그녀는 다시 예전 몸무게로 돌아온 화보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샤를리즈 테론은 원래 몸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머시니스트> 크리스찬 베일
<바이스> 크리스찬 베일
많은 영화팬들은 고무줄 몸무게 하면 크리스찬 베일을 바로 떠올리지 않을까. 그의 몸은 변화 폭이 클 뿐만 아니라 감량과 증량의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에서 더 놀랍다. <머시니스트>의 불면증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55kg밖에 되지 않는 앙상한 몸을 만들었고, 다시 <배트맨 비긴즈>의 건장한 체구를 위해 31kg을 늘렸다가 이듬해 <레스큐 던>이라는 작품을 위해 25kg을 다시 감량한다. 이후로도 찌고 빼기를 반복하다가 최근에는 전 부통령 딕 체니를 연기한 작품 <바이스>에서 20kg 이상 체중을 늘린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삭발 감행한 여성 배우들

<브이 포 벤데타> 나탈리 포트만(왼쪽), <레미제라블> 앤 해서웨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카렌 길런
배역 위해 삭발을 감행한 배우들도 생각보다 많다. <브이 포 벤데타>의 나탈리 포트만은 납치, 감금, 고문을 당하는 배역을 더욱 실감 나게 전하기 위해 삭발을 했다. 페넬로페 크루즈는 시한부의 삶을 선고받은 역할을 맡은 <내일의 안녕>에서 직접 머리를 미는 장면까지 찍으며 삭발을 소화했다. <레미제라블>의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만들어낸 앤 해서웨이는 몸무게 11kg 감량에 삭발까지 감행한 수척한 얼굴로 감동적인 노래를 들려줬다. 변신의 귀재 샤를리즈 테론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여전사의 강인한 이미지를 위해 머리를 밀었다. 또, 타노스의 양녀 네뷸라 역을 맡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카렌 길런도 삭발 배우의 대열에 있다. 오히려 카렌 길런의 경우 머리가 없는 모습인 네뷸라로 관객들에게 더 익숙해 머리가 긴 사진들이 화제가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검은 사제들> 박소담
국내 여성 배우들의 사례도 있다. 배우 박소담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검은 사제들>의 영신은 4개국어 방언에 삭발까지 불사한 캐릭터였다. 당시 배역을 위해 머리를 밀었던 박소담은 한동안 사우나를 가지 못했다는 난감함을 고백하기도 했다. 최근 또 다른 공포영화 <사바하>에서 삭발을 감행한 신예가 있었다. 이재인 배우는 이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도 화제가 됐는데, 해당 신에 들어가기 전 직접 머리와 눈썹을 모두 밀었다. 이 장면은 영화의 중요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료로 남은 사진이 없다.

생니 발치로 캐릭터 수명 연장?

<일지매> 이문식
본인이 맡은 캐릭터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생니를 발치한 배우도 있었다. TV 드라마 <일지매>에서 이준기의 아버지 역할로 출연한 이문식의 일화다. 당시 그가 맡은 역할은 6화 정도에 죽는 캐릭터였는데, 그는 캐릭터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고 치과의사 친구를 찾아가 앞니를 발치해 달라고 부탁했다. 앞니를 빼고 촬영장을 찾은 이문식을 보고 스탭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하지만 덕분에 그의 캐릭터는 죽지 않았고 18화까지 생존했다. 이런 그의 불굴의 의지가 와전돼 앞니를 뽑고 1억을 받았다는 식의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자비로 임플란트를 했다"고 해명했다.

900시간 동안 피아노 연습을

<그것만이 내 세상> 박정민
배우 박정민은 배역을 위해 900시간 이상 피아노 연습을 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그가 맡은 서번트 증후군 청년 역할 때문이었는데, 서번트 증후군이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퍼즐 맞추기 등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말한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진태는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을 갖춘 자폐 캐릭터였고, 박정민은 그전까지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몰랐다. 900시간이 넘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박정민은 대역이나 CG를 동원하지 않고도 피아노 신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일주일 간 웃음 포기

<구해줘> 서예지
배역을 위해 일주일간 웃음을 포기한 배우가 있다. 서예지는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TV 드라마 <구해줘>에서 소름 끼치는 방언 연기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줄 수 있었던 건 정말 사이비 신도가 된 듯한 그녀의 몰입감 덕택이다. 서예지가 맡은 캐릭터 임상미는 가족을 몰락과 파멸의 길로 빠뜨린 사이비 단체 구선원을 향해 남몰래 복수의 칼을 가는 딸이다. 실제로 극 중 웃는 장면이 단 한 장면 밖에 없을 정도로 우울한 인물의 내면 연기를 위해 서예지는 촬영 일주일 전부터 웃지 않고 우울한 심리 상태를 유지했다.

비행기 조종 자격증까지?

<라파예트> 제임스 프랭코(왼쪽)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프랭코는 제1차 세계대전 미국 최초의 전투 비행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라파예트> 촬영을 앞두고 비행 조종 자격증까지 손수 땄다. 어린 시절에 비행 자격증을 딴 비행기 광인 감독 토니 빌을 빼고는 8명의 라파예트 비행단을 연기한 배우들 중 비행 자격증 소지자는 제임스 프랭코가 유일했다.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배우인 세스 로건은 그의 유별난 열성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일례로 제임스 프랭코는 <트리스탄 & 이졸데>라는 영화에서 단 한차례의 전투신을 위해 산에서 말을 타고 재주를 넘거나, 이 말에서 저 말로 옮겨타는 등의 곡예를 8개월 동안 연습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결국 편집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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