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4>의 우디(톰 행크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장난감이 아닌 쓰레기라 여기는 포키(토니 헤일)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보니의 장난감이야. 너는 보니에게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줄 거야.” 1995년 1편이 등장한 이후 줄곧 이 시리즈가 전세계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든 이유는 한낱 미물이라 여겼던 장난감에도 각자의 역사가 있다는 걸 일깨웠기 때문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기쁨이 곧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은 아닐까, 일상을 재발견하게 만든 힘이 컸다. 그런 면에서 이번 4편은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늘 고맙게 받기만 했던 장난감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이기도 하다. 지난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탄생시킨 아름다운 캐릭터와 4편에서 새로이 활약하게 될 뉴페이스까지, 책장이 덮이면 서로 사이좋게 통성명하라고 한데 모아봤다.
● 우디와 버즈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 가장 많이 버림받는 캐릭터가 누구인가, 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믿기지 않겠지만 우디다. 사실 이 시리즈의 이야기는 매번 우디가 버려질 위기에 처하면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편에서 버즈(팀 앨런)의 등장으로 앤디의 ‘최애’ 자리를 내줘야 했던 우디는 2편에서는 팔이 찢어지는 바람에 앤디의 캠프에 함께하지 못했다. 우디의 이런 고민은 4편에서도 이어진다. 새로운 파트너 보니는 이제 소꿉놀이의 주연으로 우디가 아니라 제시를 선택한다. 우주보안관 버즈는 자신이 수많은 공산품 중 하나일 뿐이란 걸 깨달은 뒤로는 우디의 헌신과 희생을 가장 잘 이해하는 동료로 줄곧 자리매김해왔다. 돌이켜보면 그는 위기의 순간에 언제나 “우디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 나간다. 시리즈 내내 사이 좋게 한번씩 팔을 잃은 공통점을 지닌 우디와 버즈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서로의 ‘마음의 소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진정한 파트너다.
● 보핍
스탠드 받침대의 장식인 보핍(애니 포츠)은 1편, 2편 모두 첫 장면에서 우디와 함께 등장했을 만큼 앤디와 몰리의 방 장난감들 가운데에서 존재감이 강했던 캐릭터다. 어릴 적 앤디가 이들을 가지고 놀 때 보핍의 역할은 대부분 보안관 우디가 구출해야 할 대상이었지만, 이번 4편에서 보핍은 우디를 다른 차원의 세계로 안내한다. 조시 쿨리 감독은 보핍의 캐릭터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보핍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캐릭터다.” 시리즈 내에서 이러한 보핍의 캐릭터 변화는 달라진 시대상을 대변하면서 동시에 4편이 다루는 주제의 핵심을 담당한다. 3편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보핍은 어느새 아는 것이 많고, 예측 불가능하며, 전통적인 장난감 세계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캐릭터가 되어 돌아온 것. 보핍이 항상 데리고 다니는 양들과 기글(앨리 마키)이라는 뉴페이스도 함께 등장할 예정. 외형상의 변화도 뚜렷한데, 거추장스러운 치마 대신 실용적인 바지와 망토를 두르며 지팡이는 액션도구로도 활용한다.
● 포키
우디의 새 파트너인 보니가 유치원에서 공작놀이를 하며 만들어낸 그녀의 새로운 장난감이자 4편의 핵심적인 캐릭터. 보니는 자신의 방에 있는 어떤 인형보다 포키를 가장 아끼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포키 스스로 자신을 ‘보니의 장난감’이 아니라 ‘쓰레기’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보니의 장난감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너무 잘 아는 우디는 포키의 마음을 돌려놓으려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스케일의 모험이 펼쳐진다. 보니를 향한 우디의 따뜻한 마음이 만들어낸 캐릭터이자 우디가 처음 버즈를 만났을 때에 비견할 만한 새로운 인연이다.
● 듀크 카붐
캐나다의 위대한 스턴트맨을 바탕으로 만든 1970년대 장난감. 엄청난 액션의 소유자인 것 같지만 사실 그에게는 반전이 있었으니, 제대로 된 스턴트를 해본적 없는 장난감이었던 것. 듀크(키아누 리브스)는 우디를 만나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시험하게 된다.
● 개비 개비
1950년대 인형 디자인을 기반으로 탄생한 말하는 인형 개비 개비(크리스티나 헨드릭스)는 60년 넘는 세월을 골동품 가게에서 보냈다. 사람과 함께 지낸 적이 거의 없으며 분신과도 같은 복화술 인형들과 함께 등장한다. 우디에게는 벗어나야 할 공포의 대상.
● 더키와 버니
코미디쇼 <키 앤드 필>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키건 마이클 키와 조던 필 감독이 각각 목소리 출연을 맡은 더키와 버니는 카니발 축제 이벤트용 상품으로 등장해 이번 영화의 웃음을 책임진다. 시리즈 사상 가장 화끈한 상상 장면도 이들의 몫이다.
● 제시
우디와 함께 TV프로그램 <우디의 가축몰이> 멤버인 제시(조앤 쿠색)는 와일드한 카우걸 인형. 제시의 등장은 남자아이들만의 이야기였던 1편 이후 여성 캐릭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제작진의 선택이었다. 스페인 모드의 버즈를 특히 좋아한다.
● 보니의 장난감들
<토이 스토리3>의 리 언크리치 감독은 보니의 방 장난감 캐릭터 성격을 디자인할 때 앤디의 방 장난감과는 다른 모습이길 바랐다. 앤디의 방 장난감들이 앤디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 일하는 직장인 같은 느낌이었다면, 보니의 방 장난감들은 보니가 원하는 역할에 맞춰 연극하는 배우들의 모임 같다. 신경질적인 영국 배우 스타일의 프리 클팬츠 역에 티모시 돌턴을 캐스팅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전히 씩씩한 돌리(보니 헌트)와 매사에 긍정적인 버터컵(제프 갈린)과 트릭시(크리스틴 스칼)는 이번 4편에서 우디가 포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할 때 보니의 곁을 끝까지 지킨다.
● 포테이토 헤드 부부
눈, 코, 입을 스스로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그리고 종종 이목구비가 비뚤어지면 “피카소 같다”고 농담도 할 줄 아는 포테이토 헤드(돈 리클스)는 극에서 개그 담당이다. 그는 자신의 엉덩이에 스스로 키스를 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도 지녔으며, 종종 토르티야 조각, 오이 등을 기반으로 몸도 바꾼다. 또한 그의 아내의 경우 눈알을 집에 두고 나옴으로써 원격 CCTV 기능도 구현 가능하단 걸 보여준다. 이들 부부의 기능은 대부분 탈주 등의 작전 과정에서 서스펜스를 담당하게 된다. 또한 포테이토 헤드는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 우디를 가장 불신하기도 한다.
● 햄
햄(존 라첸버거)은 평소에는 배에 6달러 분량의 동전을 가지고 다니는 저금통 인형이다. 위기 상황에서 종종 코르크 마개 배뚜껑이 열리며 동전이 쏟아진다. 애초 햄은 만물박사 같은 캐릭터로 디자인됐다.
● 렉스
겁이 많은 티라노사우루스인 렉스(월리스 숀)는 1편 기획 당시 <쥬라기 공원>을 좋아한 제작진이 오마주하듯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극도로 불안해하고 소심하며 열등감도 지녔다. 그의 꼬리는 비닐봉지에 갇혔을 때 유용하게 쓰인다.
● 알린
피자 플래닛 레스토랑에 비치된 인형 뽑기 머신 출신이다. 갈고리를 어떤 삶의 구원자처럼 여기며 사는데, 생명의 은인인 포테이토 헤드 부부를 부모처럼 모신다. 갈고리를 향한 이들의 열망은 3편의 엔딩에서 멋지게 활용된다.
● 슬링키
슬링키(짐 바니, 블레이크 클라크)는 몸통이 용수철로 이뤄진 캐릭터다. 그의 용수철 몸통은 굉장히 많은 액션 시퀀스에서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올 때, 그리고 어딘가에 매달릴 때 활용된다.
● 앤디와 보니
우디와 버즈의 영원한 파트너 앤디(존 모리스)는 시리즈의 정신적 지주 같은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장난감 발바닥에 수기로 이름을 쓰며 대학교에 가기 직전까지 꽤 열심히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3편에 이르면 그는 자신만큼 장난감을 사랑해줄거라 예상되는 보니에게 모든 친구들을 물려주며 그것이 어른이 되는 길이라 여긴다. 그리고 실은 그것은 우디의 뜻이기도 했다. 앤디와 보니는 기본적으로 장난감들을 아끼지만 그 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앤디가 장난감들에 역할을 부여하며 언제나 화자의 역할만 한다면, 보니는 놀이를 할 때 자신도 특정 역할을 맡아 장난감들과 같이 연기한다.
● 랏소
써니사이드 유치원의 밤과 어둠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곰인형. 랏소(네드 비티)는 제작진이 1편에서부터 어떻게든 등장시키고 싶어 한 캐릭터라고 한다. 3편에서 가장 비중이 큰 캐릭터이며, 딸기향이 난다고. 겉보기에는 따뜻한 할아버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의 정체가 드러난 이후에는 거대 괴수의 이미지마저 풍긴다. 자신의 파트너이자 오랫동안 함께한 데이지가 자신을 실수로 잃어버린 이후, 그녀(의 부모)가 새 제품을 사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아이들을 믿지 못하겠다며 비뚤어진다. 결국 쓰레기차의 마스코트가 되는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한다.
● 저그
우주보안관 버즈 라이트이어의 상품 세계관 내에서 악당 역할을 맡고 있는 저그(앤드루 스탠턴)는 그 자체로 <스타워즈> 시리즈에 오마주를 바치는 캐릭터다. 즉 설정상 버즈의 아버지인데 그 때문에 또 다른 버즈가 그를 따르게 된다.
● 불스아이와 프로스펙터
불스아이는 TV프로그램 <우디의 가축몰이>의 주요 멤버. 대사가 없는 캐릭터이며 충성심이 강하다. 미개봉 광부 프로스펙터(켈시 그램머)는 우디의 앞길을 방해하는 캐릭터. 박물관에 갇히는 것이 가장 고상한 삶이라 여긴다.
● 씨드
본명은 씨드 필립스(에릭 본 데튼)다. 앤디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으며, 장난감을 해체하거나 괴롭히는 재주가 남다르다. 제작진에 따르면 앤드루 스탠턴 감독의 어린 시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 씨드의 장난감
모스부호를 아는 금속 발톱을 지닌 베이비 페이스, 낚싯대에 다리가 결합된 형태의 다리 인형, 스케이트 보드의 몸을 지닌 조종사 롤러밥, 태엽 개구리,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컴뱃칼 등이 등장한다. 무섭게 생겼지만 실은 따뜻한 내면을 지닌 친구들.
● 컬렉터(알 맥위긴)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감을 수집하거나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공감했을 인물이 바로 수집가 알(웨인 나이트)이다. 탐욕 때문에 우디를 훔쳤다가 큰코 다치는 인물. 민트 인 박스(MIB), 즉 미개봉 상품을 최고로 중요하게 여긴다.